[비즈니스포스트] 우리금융지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차기 행장을 두고 여러 인물이 오르내리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 함께 우리은행의 영업력, 내부통제 강화와 조직구조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 우리은행이 다음 은행장 선임을 위한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본격화했다. 사진은 우리은행 본사 전경. |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안에서 임기를 마친 계열사 대표들과 우리은행 부행장, 우리금융지주 사장 등 우리은행장 후보군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앞서 7일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이 사의를 표명하며 시작된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 안에서 순이익의 약 92%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계열사라 임 회장 내정자의 취임이 가까워진 지금 주인 없는 자리로 비워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금융지주는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은행장을 뽑을 계획을 세웠다.
우리금융지주 경영승계 프로그램은 주요 보직자 3~4명을 후보군으로 정하고 일정 기간 성과를 면밀히 분석한 뒤 최적의 후임자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결정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위해 최근 신설된 기업문화혁신태스크포스(TF)도 거쳐야 한다.
기업문화혁신태스크포스는 향후 그룹 차원의 인사 및 평가제도 개편, 내부통제 강화, 경영 승계프로그램 등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기업문화혁신태스크포스는 명목상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계열사 대표이사의 협의체라고 하지만 회장 직속이라 임 회장 내정자의 영향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문화혁신태스크포스에서 인사 전략을 수립한 뒤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용하게 된다면 빠르면 4월 무렵 3~4인의 후보를 추린 숏리스트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업계에서는 향후 임 회장 내정자와 뜻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내정될 것이라는 시선과 함께 이번에는 상업은행 출신이 유력할 것으로 바라본다.
그동안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 행장 등이 모두 한일은행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1999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해 한빛은행을 출범한 뒤 2002년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 뒤 관행에 따라 우리은행장 자리를 한일은행 출신과 상업은행 출신이 나눠가며 맡아왔다.
이에 한일은행 출신 이 행장이 나가면 그 뒤는 상업은행 출신이 앉게 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는 것이다.
상업은행 출신인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이 주목받았던 이유기도 하다.
다만 박 사장은 14일 우리은행 관계사인 윈피엔에스 대표로 내정되며 우리은행장 후보에서는 사실상 멀어졌다.
다른 상업은행 출신으로는 최근 임기를 마친
김정기 전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과
김종득 전 우리종합금융 대표이사 사장,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내정자 등도 있다.
김정기 전 우리카드 사장은 청주 운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충북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과 학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우리은행에서 경영감사부장, 전략기획부장, 개인영업전략부장, 기업그룹장 부행장,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 등으로 일했다.
2022년 우리금융지주와 금융지주 3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하나금융지주의 계열사 하나카드를 앞지른 우리카드를 이끌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종득 전 우리종합금융 사장은 포항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에서 지역개발학과 학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우리은행 비서실 실장, 자금시장그룹장, 우리종합금융 대표이사 사장 등을 맡았다.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내정자는 관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에서 경제학과 학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우리은행 준법감시인, 경영기획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했다.
그러나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 은행장이 된다는 관행은 단지 관행일 뿐 이번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앞서 임기를 마친 박경훈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등이 한일은행 출신이다.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한일은행에 입행해 자금부 부장, 기업영업본부장, 글로벌그룹 상무 등을 맡았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승계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사람은 언제 발령이 난 사람이든 다 (우리은행장) 가능성이 있다”며 “상업은행 출신일 거라는 말도 있지만 한일은행 출신들도 (승계 프로그램에) 올라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