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국민은 하나'라며 통합을 외쳤지만 1년 동안 보여준 행보는 통합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많다.
▲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지 1년이 되는 9일 정치적,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한 행보를 강화해야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7일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반대세력과 소통을 늘리는 등 노력을 기울일지 주목된다.
9일 윤 대통령 당선 1년을 맞아 발표한 KBS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0.4%로 집계됐다. 1년 전 대선 득표율 48.56%보다 다소 낮은 수치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 윤 대통령은 줄곧 자신의 대선 득표율에 미치지 못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윤 대통령이 자신과 견해가 다른 세력과 화합하며 갈등을 줄이기보다 피아를 구분하는 한편 개혁 대상으로 규정한 세력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하는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당선 직후 리얼미터가 2022년 3월1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의 윤 대통령 당선인 국정수행 전망 긍정평가는 50.5%(부정평가 43.2%)였다. 그러나 지난 6일 발표된 윤 대통령 국정수행평가에서는 중도층의 부정평가가 55.9%였다.
윤 대통령은 전날 열렸던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직접 참석하며 여당과 거리좁히기에 나섰다. 반면 대통령 당선 1년이 되도록 정치적 협력을 구해야 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지도부와는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이런 행보는 야당과 관계에 그치지 않고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적용됐다. 윤 대통령과 마찰을 빚은 이준석 전 대표는 친윤(친윤석열)계의 주도로 당헌을 바꾸는 과정을 거쳐 쫓겨나다시피 물러나야 했다.
이준석 전 대표를 몰아낸 뒤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반윤’(반윤석열) 성향으로 평가되는 유승민 전 의원의 여론 지지도가 높게 나오자 친윤계를 중심으로 선거규칙을 당원투표 100%로 바꿨다.
이에 더해 ‘윤심’ 후보가 아닌 나경원 전 의원이 당 대표에 출마하려는 뜻을 보이자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나 전 의원을 비판하며 주저앉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8일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대표 등 ‘친윤’ 지도부를 구성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집권여당과 관계가 지나치게 수직적으로 설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를 두고 “윤 대통령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말살해 국민의힘을 대통령 1인이 독점하는 '윤석열 사당'으로 만들었다”며 “오늘부터 공천 협박이 사실상 시작되고 민주 정당의 건전한 경쟁과 비판의 목소리는 듣기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이 특별한 관련성 없는 분야까지 검사 출신 인사들을 임명하면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고위직에 권영세 통일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이완규 법제처장, 김남우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등 검사 출신이 대거 등용됐다. 대통령실에도 윤재순 총무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복두규 인사기획관 등 주요 보직에 검사들이 기용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초의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며 경찰의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도 특수부 검사로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던 정순신 변호사를 임명했다가 철회했다. 최근 국민연금 상근 기금운용위원에 검사 출신 인물이 선임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검사가 추천하고 검사가 검증한 검찰 출신 인사가 경제를 포함한 정부 안팎의 요직에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며 “이제 검사가 아닌 '대통령의 길'을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은 최우선 과제로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노동계와 대화하기보다 불법을 처벌하고 압박 수위를 높이는데 집중하며 갈등을 키웠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정부의 노조 회계자료 제출 요구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지적에도 특별한 논의나 대화 없이 밀어부치고 잇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민의힘 전당대회 축사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을 향해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는 기득권 이권 카르텔은 확실하게 뿌리 뽑아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길리서치가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우리사회의 갈등 정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0.8%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정치사회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 윤 대통령이 소통과 통합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와 소통이 필수로 여겨진다. 3대 개혁에 해당하는 정책은 계층, 연령별로 민감하게 여길 사안이 많은데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긍정적 반응을 얻는 분야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5·18 기념식에 참석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직접 제창하며 호평을 받았다. 보수정권 때마다 반복됐던 5·18 광주민주화 운동 논란을 가라앉히고 지역과 사회갈등을 줄일 수 있는 행보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소통 방식이 탈권위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윤 대통령과 대선 경선에서 경쟁했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해 7월 윤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담회를 마친 뒤 “격식에 구애되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진행된 소통의 자리였다”며 “윤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은 과거 어느 대통령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모습이었다”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을 상징하던 청와대를 떠나 용산시대를 열면서 탈권위와 소통의 상징으로 내세운 도어스테핑이 점차 의미가 퇴색되다가 지난해 11월 중단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후 신년 기자회견을 비롯한 기자회견 자리가 한 차례도 마련되지 않았다. 국정과제점검회의를 국민과 대화 방식으로 열긴 했으나 내용과 형식 면에서 제한이 많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1년 동안 보여온 행보에 비춰봤을 때 앞으로도 소통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6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윤 대통령이 1년 동안 정치권과 보인 관계에 관해 “대통령이 바라는 바가 이행될 수 있도록 여야 합의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대통령이 야당을 상대하려고 하는 그런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에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