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전당대회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겨냥해 공세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압박하며 '비명계(비이재명계)'의 선봉을 자처하고 있다.
▲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월6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이란 주제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출간된 자신의 저서 '이준석의 거부할 수 없는 미래' 홍보를 위한 북콘서트를 통해 전국을 돌며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향한 비판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책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을 겨냥해 "망국신(亡國臣·나라를 망하게 하는 신하), 지금 이 시대에 떠오르는 하나의 집단이 있다"며 "군주가 이들을 멀리해야 하는데 사실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이후에는 '일군의 무리'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정당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았다"며 "대놓고 거짓 정보와 음해가 난무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지도자가 그런 정보를 소비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일 것"이라고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저서 출간 소식을 알리면서 "출간 이후에 따로 출판기념회는 갖지 않고 각지를 돌며 독자와 만남을 기획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그는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내 상황을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비유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당 주류세력을 향한 비판을 지속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혁 성향의 당원들한테 어떻게 (투표 의욕을) 불러일으킬까 생각을 하다가 이른바 엄석대 얘기를 한 것"이라며 "저는 책 얘기만 했을 뿐인데 거기서 당원들이나 아니면 국민들, 하다못해 방송 진행자까지 한 사람을 연상한다면 그거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워낙 대통령실에서 기획을 강하게 해서 연설 내용을 듣고 평가하는 선거가 아니었다"며 "내가 던지는 표의 의미가 무엇인가, 그런 것을 일깨워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친윤계 인사들과 회복되기 어려운 관계에 놓여있다. 지지세력을 규합해 전당대회에서 '친이준석계' 인사들의 지도부 입성을 노리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과 당 주류 세력을 향한 비판에 거침이 없다.
다만 이 전 대표도 윤 대통령과 마찰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 공백이 발생해 지지율 하락까지 이어진 만큼 국민의힘 내홍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 전 대표가 당내 주류를 비판하는 모습이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이다.
당을 이끌었던 신진세력이 주류를 비판하는 모습은 민주당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사퇴 이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박 전 위원장은 "당원과 국민은 민주당의 반성과 혁신을 기대하며 이재명 대표를 뽑았지만 지금 이 대표는 방탄을 위해 당을 위기로 몰아넣는 이기적 모습만 보여주고 있을 뿐"이라며 "지금 이재명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사즉생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희생밖에 없다"며 당직인사 전면 재편과 외부인사로 구성한 민주당혁신회의 설치 등을 제안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 대표의 사퇴는 당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사퇴 요구에는 선을 그었으나 사실상 이재명 대표의 거취를 압박하고 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비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셈이다. 이날 국회 기자회견 자리도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의 도움으로 마련됐다.
엠브레인퍼블릭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만약 검찰이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경우 어떻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가'를 물은 결과에서 58.8%가 '절차대로 법원에 출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다시 국회의 처리에 따라야 한다'(국회 체포동의안 표결)는 의견은 34.9%였다.
다만 박 전 위원장 역시 민주당 내에서 크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에 기댈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영장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폈지만 역풍이 부는 모습이다.
박 전 위원장은 최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필요성을 주장했다가 개딸 등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거센 반발을 사 민주당 청원 게시판에 '출당권유 내지 징계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청원은 당원 5만 명이상의 동의를 얻어 민주당의 공식 답변이 예정됐다.
박 전 위원장은 이준석 대표에 앞서 지난달 ‘이상한 나라의 박지현’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고 북콘서트를 진행했다. 행사에 행사에 이원욱, 조응천, 김영진, 김한규 등 비명계 의원들이 모습을 보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