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가 올해 3분기 한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카카오가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분기 매출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지 못한 것은 2016년 1분기 이후 6년 반 만이다.
▲ 카카오의 분기 매출 성장률이 6년 반 만에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사진은 10월19일 서비스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을 감고 있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
카카오는 4분기에 일어난 ‘먹통사태’의 뒷수습도 마무리지어야 하는 만큼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에게 진짜 고비는 지금부터일 수도 있다.
3일 카카오는 2022년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8587억 원, 영업이익 1503억 원, 순이익 1371억 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6.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10.6%, 84.2% 각각 감소했다. 올해 2분기와 비교해서는 매출과 순이익이 2.0%, 35.5% 각각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12.1% 줄었다.
금융정보분석업체 FN가이드가 제시한 카카오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매출 1조9029억 원, 영업이익 1790억 원이었다. 카카오는 컨센서스에 약간 못 미치는 성적을 낸 것이다.
카카오는 1년 전과 비교해 올해 3분기 순이익이 대폭 감소한 것은 지난해 8월 카카오뱅크 상장 때문에 당시 지분법 주식 처분 이익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가 카카오 실적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매출 성장률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2016년 2분기부터 2022년 2분기까지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계속해서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률을 이어왔다. 특히 2017년 1분기에는 1년 전 대비 성장률이 83%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카카오가 6년 반 만에 성장세가 꺾인 2022년 3분기는
홍은택 대표가 카카오의 각자대표이사로 취임하고 맞은 첫 번째 분기다. 홍 대표는 올해 7월 카카오 각자대표이사에 선임됐다. 10월19일부터는 단독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IT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3분기 실적을 두고 카카오의 성장 둔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카카오는 그동안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하지만 카카오의 무분별한 사업영역 진출로 지난해에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과하기도 했다.
이에 카카오는 지난해 말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에서 발을 빼고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유료 호출 서비스도 폐지했다. 카카오헤어샵은 철수를 논의하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사건으로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카카오는 여론의 뭇매를 맞자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비주력 사업은 축소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김범수 창업자는 10월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서비스 안정성을 비롯해 문어발 확장, 필요치 않은 부분에 대한 투자 등을 전면 재검토해 조금이나마 잃어버렸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홍 대표 입장에서는 카카오의 단기적 성장보다 신뢰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 처한 만큼 매출 성장률 둔화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광고시장 악화도 카카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고비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들이 가장 먼저 절감하는 항목 가운데 하나로 이는 광고 매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홍 대표도 이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에서) 광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즈니스다”며 “광고 예산이 축소되는 상황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의 광고 예산뿐만 아니라 마케팅 예산도 끌어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카카오 먹통’ 사태의 보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홍 대표는 먹통 사태로 카카오가 입은 손실을 400억 원 규모로 추정했다. 거기에 유·무료 이용자들에 대한 피해보상까지 더해지면 카카오의 재무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카카오 이용자들에 대한 보상이 현재 카카오의 전사적 목표이다 보니 몇몇 신규 서비스 출시는 밀릴 수도 있다”며 “우리의 보상정책과 대응이 카카오에 실망한 이용자가 신뢰를 회복하고 더 많이 이용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