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이 2030년 세계박람회(EXPO)의 부산 유치를 위해 백방에서 홍보활동을 자처하고 있다. 사진은 신동빈 회장이 6월21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CFG글로벌서밋에 참석한 독일 유통기업 레베의 회장과 만나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지를 부탁하는 모습. <롯데지주> |
[비즈니스포스트] 재벌 총수들이 2030년 세계박람회(EXPO)의 부산 유치를 위해 뛰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민간위원회에 소속된 이들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이 와중에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바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입니다.
그는 6월4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2022 롯데 오픈’에 참석해 “2030부산세계박람회가 성공적으로 유치될 수 있도록 롯데도 힘을 보태겠다”는 말을 시작으로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CGF 글로벌서밋’, 부산에서 열린 ‘2022 하반기 VCM(옛 사장단회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홍보하고 롯데그룹의 지원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롯데그룹이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독일과 미국에서 연 ‘롯데-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에서도 부산엑스포 홍보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이쯤이면
신동빈 회장이 왜 이렇게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에 목을 매나 싶을 정도입니다.
사실 롯데와 부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창업주인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부산에 애정을 듬뿍 쏟았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신 명예회장은 일제 강점기인 1940년대 일본으로 건너가기 직전에 부산 남포동 일대에 터를 잡고 20대 시절을 보내며 사업가의 꿈을 키웠습니다. 당시 광복동 일대에서 생활하며 영도대교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으로 건너가 성공하는 모습을 그렸다고 하죠.
한국으로 돌아와 사업을 펼칠 때도 부산에 롯데제과 거제동 출장소를 설립하며 부산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부산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 창단(1982년),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개관(1995년), 롯데호텔부산 개관(1997년) 등은 롯데그룹의 부산 사랑을 보여주는 대표적 투자 사례들입니다.
부산 북항 재개발지역에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하는 데도 그룹 차원에서 1천억 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실제로 지키기도 했죠.
신격호 명예회장을 만나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던 신정택 전 부산상공회의소 소장은 “신 명예회장이 ‘사재를 내서라도 1천억 원을 마련하겠다’며 흔쾌하게 수락하는 모습을 보고 부산에 대한 애정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신 명예회장은 자신의 꿈을 키우는 데 일조했던 영도대교 복원사업에도 1100억 원을 쾌척하기도 했습니다.
부산 기장 롯데타운 역시 롯데그룹의 부산 사랑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롯데그룹은 모두 6조 원의 사업비가 들어간 부산 기장 오시리아관광단지에 롯데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쏟아부었습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과 롯데시네마, 롯데마트, 롯데월드어드벤처부산 등이 총망라돼 있어 ‘제2의 롯데 잠실’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입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롯데그룹은 부산롯데타워라는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롯데그룹은 부산롯데타워 건립을 놓고 부산시와 갈등을 벌이다가 올해 6월 합의를 통해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하며 그 밑그림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부산롯데타워 건축심의안은 부산시 건축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조건부 가결됐습니다.
롯데그룹은 2025년에 340m 높이의 부산롯데타워를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롯데그룹은 부산롯데타워를 부산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끔 만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죠.
이러한 롯데그룹의 부산 사랑을 놓고 보면
신동빈 회장이 왜 그렇게 2030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를 위해 열심히 뛰는지 짐작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030세계박람회는 2030년 5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개최되는데 추진안 등을 보면 엑스포 기간에만 전 세계에서 3480만 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며 모두 43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부가가치 또한 18조 원으로 전망됩니다.
부산에 여러 인프라를 구축해 놓은 롯데그룹으로서는 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만 확정되면 돈으로 치환하기 힘든 수준의 막대한 수혜를 볼 것이 자명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조직 ‘롯데그룹 유치지원 TF’를 구성한 것도 어찌보면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의 엄청난 후광효과가 기대되는 롯데에게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신 회장은 실제로 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를 위해 글로벌 소비재기업 최고 경영자들과 직접 만나 가진 비즈니스미팅에서도 부산의 매력을 진심을 다해 소개했다고도 하죠.
▲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사진)의 부산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20대 청년시절을 부산에서 보내며 사업가로 성공하는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롯데그룹> |
신 회장의 이런 행보는 31년 전 “한국에 오라”며 한국 홍보대사를 자처했던
신격호 명예회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1991년 6월24일 뉴스위크 인터내셔널판에 '게임의 정신은 살아 있다(The Spirit of the games lives on)'라는 제목의 칼럼을 직접 기고했습니다.
1988년 서울에서 열렸던 하계올림픽으로 한국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때를 떠올리며 한국을 관광대국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기 위해
신격호 회장이 직접 뉴스위크와 접촉해 성사된 일이었습니다.
그는 "5천 년 된 문화유산을 해외의 방문객들과 TV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며 전 세계 사람들과 여러 문화가 혼합되는 장을 제공하는 것이 서울올림픽을 개최하는 한국의 목표였다"며 "올림픽이 끝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런 정신이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신 명예회장은 "모든 한국인들은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환영하고 한국 경제의 힘과 수세기 동안 지속된 문화,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며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에 있는 친구들과 이웃들을 초대한다"고도 했죠.
그는 "한국에 오세요. 그리고 한국이 당신의 일부가 되게 하세요(Come to Korea, and let Korea be a part of you)"라는 말로 칼럼을 마무리했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관광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한 신 명예회장의 모습은 그가 얼마나 한국을 외국에 알리고 싶었는지 보여줍니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뛰는
신동빈 회장에서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의 모습도 얼핏 보이는 것 같습니다. 부전자전처럼 말이죠.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