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존 재무성과뿐만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계획을 담은 계획을 말한다. 이를 기반으로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 기업가치를 높이면서 성장을 가속화해야한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SK그룹은 최근 핵심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6년까지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반도체(Chip) 등 ‘BBC산업’에 247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성장을 위한 투자재원이 더욱 많이 필요해진 상황에 놓였다.
시장에서 투자재원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실적만큼이나 주가 수준도 중요하다.
주가는 통상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지표인데 자금 확보를 위해 진행하는 방법 중의 하나인 유상증자는 당시 주가 수준에 따라 규모가 정해진다. 이 때문에 SK그룹 계열사 CEO들로서는 주가관리를 위해 시장과 소통에도 한층 적극 나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다만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침체를 보이며 주가관리가 만만치 않아지고 있어도 SK그룹 계열사 CEO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봉쇄조치 등으로 인한 거시경제(매크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코스피 지수는 2021년 12월30일 2977.65포인트에서 2022년 6월30일 2332.64포인트로 21.7%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SK그룹의 주요 계열사 주가는 코스피보다 더 큰 폭으로 내렸다. 계열사 별로 하락폭을 살펴보면 SK바이오사이언스 55.3%, SK아이이테크놀로지 41.6%, SK스퀘어 38.8%, SK하이닉스 30.5%, SKC 23.8%, SK바이오팜 22.9% 등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 박정호 SK스퀘어 대표이사 부회장 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박원철 SKC 대표이사 사장.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은 주가관리에 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이와 달리 SK텔레콤 주가는 10.2%, SK 주가는 14.3% 떨어지는 데 그쳐 상대적으로 주가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과 장동현 SK 대표이사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어깨가 가벼울 수 있다.
다만 SK 관계자는 “CEO의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항목 가운데 주가 수준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기업이 처해있는 상황이 서로 달라 단순히 주가가 얼마나 하락했는지만을 놓고 CEO를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SK그룹 계열사의 이사회는 CEO의 연임이나 해임을 제안할 수 있고 새로운 CEO 후보도 추천할 수 있다. 또 성과를 낸 CEO의 보수를 높이는 데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동안 이사회 하면 오너나 CEO 의견에 찬성만 하는 ‘거수기’ 이미지가 있었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사회가 기업내 독립된 최고 의결기구로서 권한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기업 지배구조를 혁신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에 SK그룹 계열사 CEO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이사회와 소통하고 설득하는 데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SK는 올해 2월 SK그룹 주요 계열사 사외이사 30여 명을 모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온라인 세미나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사외이사들이 최근 글로벌 경영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게 해 독립적 경영판단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SK그룹 계열사의 이사회가 CEO의 경영판단에 반대의사를 밝히는 사례도 많았다.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은 올해 1월에는 애초 2021년도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하고 무배당 안건을 제출했는데 이사회가 주주신뢰를 제고하고 주주환원을 통한 주주가치의 필요성을 들며 이 안건을 부결시키고 현물배당 안건을 관철시켰다.
이에 앞서 2021년 9월 SKC 이사회는 영국 실리콘 음극재기업 넥시온과 합작법인 설립 안건을 부결시키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이사회도 2021년에 2차례나 주요 경영현안에 관하여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SK그룹 계열사 CEO는 실적, 주가 뿐만 아니라 최태원 회장이 최근 강조하는 사회적가치 지표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
SK그룹은 2018년부터 매년 계열사별로 사회적가치를 측정해 발표해 오고 있는데 ‘경제간접 기여성과’, ‘사회성과’, ‘환경성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SK그룹 전체가 2050년 이전에 탄소중립(탄소배출 0)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세워뒀기 때문에 각 계열사별로 발표하는 환경성과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경성과는 자원소비 및 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환경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 것이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