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는 점은 한전의 수익성이 그만큼 악화했다는 뜻이다.
에너지 원가 상승에 따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적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연료비, 전력구입비 증가 등을 두고 “LNG, 석탄 등 연료가격이 크게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전력수요 증가로 발전량이 증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한동안 ‘팔수록 손해’인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름철 전력수요 증가로 영업손실 규모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전의 이와 같은 재무적 위기를 해결하려면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전력도매단가(SMP)에 상한을 도입하는 등 한전의 전력구매와 공급에 따른 차손을 줄여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당장 추진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전력도매단가에 상한을 도입하는 방안은 발전사의 이익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민간 발전사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시장의 자유를 중시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방향을 고려하면 전력도매단가에 상한제를 도입하는 데 소극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전기료 인상은 더욱 추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더욱 밀어올리는 힘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물가가 제일 문제”라며 “경제 관련 각종 지표를 면밀히 챙기면서 물가 상승 원인을 파악하고 원인에 따른 억제 대책을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 사장으로서는 한전의 자산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전력거래소에 전력구매 대금의 정산도 외상을 허용하도록 규정을 바꿀 만큼 재무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도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한전은 현재 전력구매 대금을 매달 네 차례 나눠 지급하고 있다. 원래 각 차수에 맞춰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채무불이행으로 간주되고 다음날부터 전력거래가 중단된다. 이에 한전은 지난달 관련 규정을 고쳐 발전공기업으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전력거래대금 지급을 다음 차수로 미룰 수 있도록 했다. 외상거래를 허용하도록 한 것이다.
한전은 출자회사인 한전기술과 한전산업개발의 지분을 매각하는 등 과거에도 자산매각을 통해 경영위기를 넘긴 적이 있다.
최근에는 필리핀 세부 화력발전소 등 해외 석탄발전소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한전의 자산매각 추진은 앞으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이 자산을 매각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와 논의를 해야 하는데 새 정부 출범 이후 12일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한전은 이날 실적발표와 함께 재무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 노력을 놓고 “보유 중인 출자 지분 가운데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을 제외하고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며 “보유 부동산은 매각 가능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원칙하에 제로베이스에서 매각대상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