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1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
불안한 오월동주 끝에 함께 침몰할까 아니면 구동존이의 자세로 활로를 찾을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하고 대선 레이스를 다시 시작한다. 하지만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7일 국민의힘 안팎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원팀'을 외치고 있지만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해 급한 불을 끈 것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 제거되지 않은 만큼 다시 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미 지난해 12월 울산회동 이후 2주 만에 관계가 삐그덕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선거대책위원회가 해체되고 실무자 중심의 간소한 선거운동본부가 꾸려지면서 선대위 운영의 난맥상은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윤핵관(
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을 뿐 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핵관 문제는 다 정리가 됐다고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아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윤핵관 문제는 결국 당내 주도권 다툼에서 나온다는 의견이 많다. 윤핵관으로 대표되는 보수정당 기성세력과 보수진영 물갈이 및 정치개혁을 꿈꾸는 이 대표 가운데 어느 한 쪽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수면 아래서 벌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가 당면과제이고 가장 중요한 목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대표나 국민의힘 의원들로선 대선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와 대선 뒤 곧바로 이어지는 지방선거 공천 주도권을 놓고 물밑 기싸움을 벌이다 어느 순간 갈등이 겉으로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이미 두 차례 갈등을 겪었다. 한번 더 내부에서 파열음이 나면 그때는 수습하기 더욱 힘들어진다. 대선까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서 더욱 그렇다.
제2의 옥새파동으로 불리는 이 대표의 당무거부는 4일 만에 울산회동을 통해 수습됐다. 이 대표가 선대위 직책을 내려놓으며 시작된 2차 파국은 마무리되기 까지는 2주가 넘게 걸렸으며 윤 후보 측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열고 이 대표의 사퇴를 결의하는 등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 대표가 6일 의원총회에서 "세번째 도망가면 대표를 사퇴하겠다"고 말한 것도 다음 번 갈등상황에서는 사실상 해법이 존재하지 않음을 인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당 내부에서 이 대표를 탐탁지 않아 하는 시선이 여전히 남아있는 점도 불안요소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이 대표를 끊어냈어야 했다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앙금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셈이다.
박수영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 가운데
이준석 대표가 잘했다고 옹호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즉각 사퇴해야 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사실 일말의 의구심을 가진 당원들이 많지만 윤 후보가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수영 의원이 한 인터뷰 내용이라는 것이 당의 화합에 도움이 하나라도 되는지 고민해 보라"며 "적당히 하시고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여러 불안요소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윤 후보가 지지율을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이 대표가 권영세 선대본부장에게 제시했던 '연습문제' 3가지 가운데 하나인 지하철 출근인사 일정을 이틀째 소화했다.
윤 후보는 전날 여의도역에서 시민들에게 아침 출근길 인사를 한 데 이어 이날엔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을 타고 풍무역에서 출근 인사를 한 뒤 9호선을 타고 국회의사당역으로 이동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서울시민이 바라보기에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 하는 것이 특별한 일일수는 없다"면서도 "후보가 선거운동의 기조를 바꿨다는 것은 큰 변화의 시작"이라 말했다.
이 대표도 낮은 자세로 대선 승리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대선이 끝날 때 까지 당사에서 지내기로 했다. 김무성 전 의원의 사례를 참고한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당사에 '야전침대'를 놓고 숙식을 해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