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연말인사에서 고문으로 물러난
하언태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의 빈자리를 누구로 채울까?
관례를 볼 때 현대차 노무를 이끌 정상빈 정책개발실장 부사장이 낙점될 가능성이 높지만 정 회장이 인사를 통해 현대차에 강도 높은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관례를 깨고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연말 인사에서
하언태 사장이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현대차는 이른 시일 내에
정의선 장재훈 하언태 3인 각자대표체제에서
정의선 장재훈 2인 각자대표체제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말 인사가 난 만큼
하언태 사장이 사임서를 내는 대로 연말이나 내년 초쯤 대표이사 변경이 공식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이사는 일반 집행임원과 달리 법인의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사내이사(등기임원) 가운데 선임되는데 다수의 사내이사와 달리 회사를 대표한다는 상징성도 지닌다.
현대차는 최근 10년 동안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동시에 대표를 맡았던 2019년을 빼고는 매년 오너일가 1명, 재무 혹은 영업 쪽 임원 1명, 노무총괄임원 1명 등 3인 각자대표체제로 운영됐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2000년 현대차그룹 출범 뒤 한동안 2인 각자대표체제로 현대차를 운영했는데 2004년 당시 노무를 총괄하던 전천수 사장을 대표로 앉힌 뒤부터 계속 3인 각자대표체제를 유지했다.
정의선 회장 역시 2018년 총괄 수석부회장에 올라 경영 전면에 나선 뒤에도 3인 각자대표체제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정 회장이 이번에도 관례를 따른다면 현대차 노무를 총괄하는 정상빈 부사장을 새 대표에 앉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대차 노무담당 임원은 매년 노조와 단체협상에서 사측 대표로 나서 협상을 벌이는 만큼 대표성이 중요하다.
정상빈 부사장은 현대차 노무정책을 이끄는 정책기획팀장, 정책개발팀장, 정책개발실장 등을 지낸 노무전문가로 2020년 전무에 오른 뒤 1년 만에 부사장에 승진하는 등 정 회장의 신뢰를 받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정상빈 부사장이 1968년 태어나 다른 임원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고 이제 막 부사장에 오른 만큼 정 회장이 현대차 대표이사를 놓고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의선 회장은 이번 연말인사에서도 변화의 폭을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사상 최대 임원인사를 내며 인사를 통한 혁신에 힘을 실었다.
특히 부회장에 이어 사장 수도 대폭 줄이며 직할체제를 더욱 강화했다. 현대차는 이번 연말 임원인사에 따라 부회장이 모두 없어졌고 사장 수도 기존 13명에서 8명으로 줄었다.
특히 사내이사를 맡고 있던
하언태 전 사장과
알버트 비어만 전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이 함께 물러나면서 사내이사도 두 자리가 비게 됐다.
대표이사는 사내이사 가운데 선임되는 만큼 사내이사 빈자리를 누가 채우는지에 따라 대표이사도 달라질 수 있다.
비어만 전 사장이 내려놓은 사내이사 빈자리는 연구개발본부장 후임인
박정국 사장이 맡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정 회장이 미래 모빌리티 연구개발에 힘을 주는 차원에서
박정국 사장을 대표에 깜짝 발탁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는 최근 10년 사이에는 노무담당과 함께 재무 혹은 영업담당이 대표를 맡았지만 과거에는 엔지니어 출신 대표가 오랜 기간 회사를 이끈 경험이 있다.
김동진 전 현대차그룹 부회장(현재 아이에이 대표이사 회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석사, 미국 핀레이공대에서 공학박사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전문경영인 가운데 최장 기간 대표를 맡아 현대차를 이끌었다.
정 회장이 부회장과 함께 사장까지 줄이며 직할체제를 강화한 만큼 기존 3인 각자대표체제를 버리고 다시 2인 각자대표체제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표이사 선임은 물론 사내이사 선임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