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실망한 부동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 가족리스크에 발목을 잡혀있는 사이 안 후보는 자신의 도덕성 우위를 내세우며 존재감을 키우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12월20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각각 아들의 도박 논란과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후보가 도덕성 우위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가족리스크가 불거지고 여야의 네거티브 공방이 거세지자 이는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이날 내놓은 여론조사(TBS의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를 보면 이 후보는 일주일 전 조사보다 0.3%포인트 낮아진 40.3%, 윤 후보는 4.6%포인트 떨어진 37.4%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가족 리스크가 알려진 이후인 17~18일 실시됐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12일부터 17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1.8%포인트)에선 이 후보의 지지율은 38%, 윤 후보의 지지율은 44.4%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와 비교해 후보의 지지율은 1.7%포인트, 윤 후보의 지지율은 0.8%포인트 하락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후보 지지율 이외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 지지율도 함께 하락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연구원은 이날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양 정당과 세력 주요 지표 모두 '올 다운(all down)'을 보인 것은 각 정당 후보 선출 이후 처음"이라며 "정책 실종 비판 속에 두 후보의 높은 비호감과 네거티브 난타전 속 약한 고리부터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로선 이 후보와 윤 후보에게 실망한 이들의 마음을 끌어들일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하지만 안 후보의 지지율은 3~4%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의미있는 변화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안 후보는 리얼미터 조사에서 지지율 3.9%(0.7%포인트 상승),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조사에서는 4.6%(1.8%포인트 상승)를 각각 얻었을 뿐이다.
홍준표 의원이 최근 청년플랫폼 '청년의꿈'에서 '두 후보 가운데 한 명만이라도 정상이었음 좋겠다'라는 물음에 "안철수는 정상"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등 안 후보가 두 후보에 비해 도덕성에서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권교체와 정권재창출 프레임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안 후보를 비롯한 제3지대에 정치적 공간이 열리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로서는 정체된 지지율을 더 높이는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지만 현재의 지지율로는 의미있는 행보를 보이기 힘들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결국 보수야권 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정국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박빙 승부가 펼쳐져 보수야권 후보단일화 국면이 펼쳐진다면 안 후보로서는 정치적 무게를 올려놓는 일이 중요해진다.
이를 위한 1차로 넘어야 할 고비로 '지지율 5%의 벽'이 꼽힌다.
지지율 5%의 벽을 넘어 7~8%를 안정적으로 보인다면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안 후보는 자신의 도덕성 우위를 활용해 이 후보와 윤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현 대선시국에 대한 긴급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각 정당과 언론단체, 정치 관련 학회가 추천한 인사들로 이뤄진 '초당적 후보 검증기구'를 마련하자고 했다.
안 후보는 이 자리에서 "후보 개인과 가족 문제가 대선의 한복판을 차지하고 누가 더 못났나 누가 더 최악인가를 다투고 있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제기가 아니라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에 이어 이날에도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형집행정지를 요청하는 등 보수표심을 끌어안는 행보도 이어갔다.
인용된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