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2022년 중동에서 발주될 대형 가스전 수주를 노린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글로벌 가스전 수주 시장에서 거둔 성과를 앞세워 카타르 노스필드 가스전 확장사업 패키지4 공사를 따내고 기세를 몰아 2022년 예정된 굵직한 가스전을 수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9일 현대건설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이탈리아 사이펨(Saipem), 스페인 테크니카스 레우니다스(TR) 등 3곳이 카타르 노스필드 가스전 확장사업 패키지4 공사에 관한 사업제안서를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페트롤리엄(QP)에 제출했다.
프로젝트 규모는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윤 사장은 2022년 1분기에 EPC(설계·조달·시공)사업자가 결정될 이번 사업 수주를 통해 올해 가스전 수주 부진의 아쉬움을 떨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이뤄 11월29일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가스전 패키지(2조 원 규모)를 수주했지만 지분율 45%를 고려하면 수주액은 8800억 원가량이다.
올해 첫 대규모 중동지역 수주로 같은 그룹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손잡고 사업을 따낸 것은 의미가 있지만 경쟁사와 비교해 금액 측면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이 앞서 3월에 따낸 카타르 노스필드 확장사업의 패키지2의 공사 규모는 1조8천억 원에 달하고 삼성엔지니어링이 11월 확보한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가스전 패키지1도 1조45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최근 유럽 EPC사들이 아랍에미리트 보르쥬(Borouge) 4차 석유화학 플랜트 확장 프로젝트를 싹쓸이 한 만큼 현대건설은 가스전 수주에 더욱 집중해 우리나라 대표건설사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의 2022년 가스 플랜트 관련 수주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카타르 노스필드 패키지4를 포함해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가스전 패키지3(5억 달러), 줄루프 유전개발 패키지1(30억 달러)·패키지2(12억5천 달러), 아랍에미리트 하일앤가샤(30억 달러) 등이다.
윤 사장은 현대건설에서 그동안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가스전 공사 이력을 내세워 수주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이란에서 사우스파 가스전(2001년 완공, 10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쿠라이스 가스처리시설 공사(2009년 완공, 7억 달러)와 카란 가스처리시설 공사(2012년 완공, 14억 달러)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중동 가스 프로젝트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현재 현대건설은 2019년 7월에 사우디라아비아 아람코로부터 수주한 마르잔 프로젝트 패키지6·패키지12(3조2천억 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마르잔 지역의 해상유전에서 가스와 원유를 처리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발주처의 요구사항을 현실화해 신뢰를 쌓아왔다”며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주성과를 보일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중동 가스전, 정유·석유화학 플랜트는 유가 변동에 따라 프로젝트 발주 시기가 늦춰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가스 플랜트 발주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 현대건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는 친환경 추세에 발맞춰 늘어나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천연가스 생산량을 늘리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도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가스전 개발을 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박형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동 국가들의 재정상황이 여유롭지 않아 국가의 의지가 들어간 프로젝트만 발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친환경 정책기조와 맞물려 가스 관련 플랜트 발주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