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연말 임원인사에서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올려 신사업 발굴에 더욱 힘을 실을까?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롯데지주에 맡기고 있다. 신 회장이 이 사장에게 더욱 무게를 더하며서 동시에 책임도 더 부여하는 방식으로 승진인사를 고려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사장. |
7일 롯데그룹 안팎에 따르면 11월 말쯤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가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애초 신 회장이 롯데그룹 인사를 예년보다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유통업계의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은 연말인사를 대폭 앞당겨 10월1일에 진행했다.
하지만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분위기를 고려해봤을 때 특별한 동향이 없다는 점에서 정기 임원인사가 2020년과 마찬가지로 11월 말에 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신 회장은 올해 인사의 주요 키워드로 ‘미래’를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은 7월1일 열린 하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신사업 발굴과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양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보다 고부가가치 사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롯데그룹 계열사가 전반적으로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온힘을 쏟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신 회장이 이런 기조의 연장선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책임지고 있는 롯데지주의 위상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위상 강화는 롯데지주 대표이사인 이동우 사장의 승진인사로 나타날 수 있다.
이 사장은
황각규 전 부회장의 용퇴와 맞물려 2020년 8월 롯데지주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이 사장은 2020년 10월 롯데지주 대표이사에 공식적으로 선임되면서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그룹의 포트폴리오와 미래전략을 개선하겠다”며 “주주에게는 지속해서 투자하고 싶은 회사를, 직원에게는 다니기에 자랑스러운 회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후 롯데지주에서 미래 신사업 발굴을 도맡는 ESG경영혁신실(전 경영전략실)을 총괄하면서 다양한 인수합병 매물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ESG경영혁신실 산하에 바이오팀과 헬스케어팀 등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하며 롯데그룹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지주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바이오기업 엔지켐생명과학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인수 관련 소식이 처음 전해진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별다른 진척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전체적으로 보더라도 롯데쇼핑의 한샘 인수를 제외하면 굵직한 인수합병은 이뤄지지 않았다.
신 회장이 이동우 사장을 부회장으로 올린다면 롯데지주의 역할을 더 강화한다는 의미를 그룹 안팎에 전하는 동시에 이 사장에게는 더욱 막중한 책임을 부여하는 모양이 될 수 있다. 승진이라는 당근과 책임라는 채찍을 동시에 주는 것이다.
이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 롯데지주가 2인 부회장체제로 다시 복귀한다는 의미도 있다.
롯데지주는
황각규 전 부회장이 재직할 때
송용덕·
황각규 2인 부회장체제로 운영됐다.
이동우 사장은 신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장이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있을 때 롯데월드 대표 때 일로 논란이 불거지자 롯데하이마트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롯데하이마트는 2017년 9월 이사회를 열고 이 대표의 해임안을 부결했다.
당시 롯데하이마트 이사회는 이 대표를 포함해 임병연 롯데 경영혁신실 가치경영팀장, 김현철 롯데하이마트 상품본부장, 장대종 롯데하이마트 영업본부장 등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당시 롯데그룹은 롯데하이마트 이사회가 스스로 결정한 일이라는 태도를 보였지만 신 회장이 이 대표를 신임하기로 결정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