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통BU(비즈니스 유닛)의 판을 흔들까?
강희태 부회장체제로 전환한지 2년 가까이 되었지만 위기를 극복할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대적 쇄신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이 이르면 11월에 진행할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통BU를 판 흔들기의 중심에 놓을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신 회장은 2020년 11월 진행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통BU체제를 크게 흔들지 않았다. 식품BU가 수장 교체로 인사 칼바람을 맞았던 것과 비교됐다.
유통BU를 보면
강희태 부회장체제를 유지했으며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을 맡던 황범석 당시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힘을 싣기도 했다. 롯데쇼핑 마트사업부장에 롯데네슬레코리아를 이끌던 강성현 전무를 임명한 것을 빼면 대체로 기존 인물이 유지됐다.
반면 식품BU장은 기존 이영호 사장이 물러나고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를 맡던 이영구 사장이 새 수장에 올랐다. 롯데푸드와 롯데칠성음료, 롯데지알에스 등 식품BU 소속 계열사 대표이사도 모두 교체됐다.
하지만 올해는 유통BU가 쇄신인사의 중심에 오를 수 있다.
대대적 변화가 진행된 식품BU 소속 계열사는 올해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유통BU 소속 계열사의 성적표는 좋다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다.
롯데쇼핑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7조7830억 원, 영업이익 690억 원을 냈다. 2020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4.2% 줄고 영업이익은 29.6% 늘었다.
단순히 보면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백화점사업부를 제외하면 할인점사업부(-7.5%), 전자제품전문점(-4.8%), 슈퍼사업부(-19.0%), 롯데컬처웍스(-37.6%), e커머스사업부(-29.2%) 등 대부분 사업부 매출이 모두 뒷걸음질했다.
경쟁기업인 이마트가 할인점과 트레이더스 등에서 외형 성장을 이뤄낸 것과 대비된다.
내부적으로도 조직쇄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9월23일부터 최근까지 사내 공지를 통해 근속 20년 이상 직원 2천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창사 42년 만에 처음 실시한 희망퇴직이라는 점에서 롯데그룹 내부의 위기감이 상당한 것으로 재계는 바라본다.
강희태 유통BU장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신 회장은 2017년 2월 처음으로 출범한 유통BU의 수장에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맡던
이원준 부회장을 앉혔지만 e커머스 경쟁력 강화라는 과제를 풀어내지 못한 책임을 물어 약 2년 반 만에 수장을 강 부회장으로 바꿨다.
강 부회장체제에서 유통BU는 ‘
신동빈의 야심작’으로 불리는 롯데온을 출범했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롯데온의 e커머스시장 점유율은 5% 안팎에 그친다.
이마트가 오픈마켓 플랫폼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 시너지를 내는데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롯데쇼핑은 가구인테리어기업인 한샘 인수를 제외하면 e커머스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기대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조직쇄신의 필요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장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
SK텔레콤 출신으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에서 데이터부문장을 맡았던 홍상우 상무는 올해 2분기에 제일기획 디지털테크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임성묵 e커머스사업부 옴니채널본부장 상무도 올해 초 회사를 떠났으며 e커머스사업부 보이스커머스부문장을 맡았던 김혜영 상무도 2020년 4분기에 삼성SDS로 이직해 IT혁신사업부 디지털마케팅팀장을 맡고 있다.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가 유통BU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 핵심조직인 만큼 임직원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쇄신이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해 전달할 수 있는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유통BU는 롯데그룹의 핵심이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온(e커머스)을 직속 사업부로 둔 롯데쇼핑뿐 아니라 롯데하이마트, 롯데홈쇼핑을 운영하는 우리홈쇼핑,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등이 모두 롯데그룹 유통BU 소속이다.
롯데그룹은 현재 모든 계열사에서 임원인사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각 계열사는 13일 임원인사평가를 마친 뒤 결과를 롯데지주에 보낸다. 롯데지주는 임원인사평가를 기반으로 정기 임원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