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임기 초 만난 두 사람은 한 목소리를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임기 말 만남에서는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서로 제 갈 길을 가는 쪽으로 사뭇 달라진 태도도 감지된다.
홍남기 부총리와
이주열 총재는 2일 회동에서 재정정책은 확장적으로 하고 통화정책은 완화 정도를 조절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된다.
두 사람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사이 정교한 조화와 역할분담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경제상황과 역할에 따라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나온 ‘엇박자’ 논란을 가라앉히기 위한 설명이지만 과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공조를 강조하던 것과 다소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홍 부총리와 이 총재의 이번 만남은 무려 2년7개월 만이다. 이들은 2018년 12월 처음 만난 이후 이날까지 한 번도 따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
당시 홍 부총리는 취임한 지 8일 만에 이 총재를 만나러 한국은행을 방문했다. 이 총재도 재임 임기 첫해로 두 사람 모두 임기 초반이었다.
첫 만남에서 두 사람은 경제상황에 인식을 같이하며 정책공조를 예고했다. 홍 부총리는 “통화정책과 금융정책의 공조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이 총재 역시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후 실제로 통화와 재정정책이 같이 가는 모습이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홍 부총리와 이 총재의 만남 직전인 2018년 11월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이후 완화적 기조로 돌아섰다. 2020년 5월까지 수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사상 최저 금리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번에 두 사람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 재정정책은 경기회복에, 통화정책은 금융불균형 해소에 목적을 두고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열 총재는 이미 연내 금리인상을 확고하게 예고하며 통화정책 완화수준을 조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홍 부총리와 만남을 통해 하반기 금리인상 방향성을 놓고 정부와 한국은행사이 교감이 이뤄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총재는 6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조화는 반드시 일방향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면 정책 조합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임기를 많이 남겨둔 상황에서 만났을 때는 불필요한 잡음을 최소화하고 정책성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동행에 방점을 찍었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번에는 소신이 좀 더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총재는 2022년 3월 임기를 마친다. 홍 부총리도 문재인 정부와 임기를 함께 할 가능성이 커 남은 임기는 채 1년이 되지 않는다.
두 사람은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로서 최장 기간 재직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홍 부총리는 2년7개월, 이 총재는 무려 7년3개월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 만남은 이번까지 두 번으로 많지 않았다. 홍 부총리의 전임자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1년6개월 동안 8번이나 만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소원한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난 2018년 12월 “수시로 필요하면 언제든 만나 긴밀하게 의견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7개월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만남에서도 두 사람은 수시로 소통하고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만남 대신 ‘다양한 방식의 의견교환’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추가 만남의 가능성을 낮췄다.
이번 회동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이 각자 역할에 충실하기로 한 이상 남은 임기 안에 별도의 재회동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