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5-08-20 17:12:13
확대축소
공유하기
▲ 펄어비스는 신작 붉은 사막의 출시가 지연되면서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게임사들이 여전히 ‘신작 개발 리스크’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기업가치가 특정 신작의 단기 흥행성과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출시일 변동이나 일정 지연만으로도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들은 하반기 들어 일제히 신작 정보 공개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게임행사 중 하나로 자리잡은 독일 쾰른의 ‘게임스컴 2025’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출품작을 통해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펄어비스는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붉은사막’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반 관람객에게 시연을 제공한다. 크래프톤은 신작 ‘펍지: 블라인드스팟’을 비롯해 인생 시뮬레이션 ‘인조이(inZOI)’의 첫 DLC, ‘배틀그라운드’의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엔씨소프트도 엔비디아 부스에서 빅파이어게임즈의 ‘신더시티’의 프롤로그 버전을 공개한다. ‘게임스컴’ 전야제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NL) 무대에서도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넷마블이 나란히 신작 트레일러 영상을 선보였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대체로 출시가 임박했거나 이미 얼리 액세스로 공개된 게임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국내 게임사들이 취해온 마케팅 관행과 맞닿아 있다. 대체로 연초 혹은 하반기 중 라인업 발표를 통해 신작 존재를 알린 뒤 출시 직전 사전등록 등 이벤트를 기점으로 출시를 두세 달 가량 앞두고 구체적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신작 흥행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정보가 제한되다 보니 기업의 중장기 성장 전망을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게임의 평균 수명이 짧아진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흥행 신작을 내놓아야만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실적을 방어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실제로 최근 2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펄어비스가 ‘붉은사막’ 출시일정 기존 올해 4분기에서 내년 초로 미루면서 당일 주가가 20%대 급락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속 성장하는 게임이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으를 제외하고는 없는 상황 속에서 신작 일정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를 집행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이처럼 투자자들이 짧은 호흡으로 게임사에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게임 업종의 외형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게임사 게임사이언스는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검은신화: 종규’의 트레일러를 게임스컴 2025 전야제에서 발표했다.
이 같은 마케팅 방식이 글로벌 무대에서 국내 게임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업체들이 출시 직전 시점에 홍보를 집중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개발 초반 단계에선 방향성이 변할 가능성이 높고 소스가 부족해 고품질 티저 제작이 어렵다”며 “마케팅 효율성 측면에서도 출시 임박 시점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이 인구 밀도가 높고 소식 전파 속도가 빠른 내수 시장에선 효율적일 수 있지만 글로벌 무대에서는 장기적 신뢰 구축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는 “글로벌의 경우 훨씬 빠른 시점부터 게임을 공개한다. 수년 뒤에 게임이 출시될 것을 아는 상태에서도 트레일러를 먼저 공개하고 그 뒤로도 꾸준히 매년 새 영상을 낸다”며 “땅이 넓고 비교적 밀도가 낮은 해외 무대에서는 몇 년에 걸쳐 기대감을 누적시키지 않으면 아예 팔리지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현지 시각으로 19일 열린 게임스컴 전야제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초창기 단계 게임들이 여럿 공개됐다.
일례로 중국 게임사 게임사이언스는 신작 ‘검은신화: 종규’를 발표하며 글로벌 기대감을 일찍부터 띄웠다. 이 게임은 ‘검은신화: 오공’의 후속작으로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게임이지만 트레일러 영상을 통해 개발이 정식으로 시작됐다는 점을 알렸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