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은 외형 축소 이유로 지난해 마산점 영업 종료 영향을,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내수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을 지목했다. 내수 위주인 백화점 산업은 민간 소비 동향에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의류, 잡화 등 고마진 상품은 상대적으로 경기변동에 더욱 민감한 특성을 지닌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업계의 전반적 부진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 영향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에 백화점 3사 모두 해외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각사 사이에 적잖은 온도차가 감지된다.
롯데백화점은 3사 중 해외사업을 가장 선제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3사 가운데 유일하게 베트남 3곳, 인도네시아 1곳 등 해외 점포를 운영 중이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신세계와 현대의 2분기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대비 뒷걸음친 가운데 홀로 같은 기간 14.5% 증가한 영업이익 632억 원을 냈다. 올해 들어 흑자전환한 해외 백화점 사업에 힘입은 바가 컸다. 롯데백화점 해외 4개 매장은 2분기 영업이익 18억 원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39억 원이다. 올 상반기 해외 점포 합산 매출 역시 605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7% 증가했다.
특히 2023년 9월 문을 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약 1년6개월 만에 영업이익을 내며 해외사업을 이끌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롯데백화점 해외사업의 중심축은 현지 백화점 5개점을 보유한 중국시장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고고도미사일(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한한령 이후 현지 사업장을 완전히 철수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이사는 지난해 말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통해 “CEO로서 저의 꿈은 롯데백화점이 K리테일의 경쟁력을 해외 시장에 알리는 것”이라며 “이러한 꿈의 시작으로 롯데백화점은 국내 유통업 중 최초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 진출해 대형 쇼핑몰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일본을 전진기지로 삼고 해외 사업 확장에 본격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9월 국내 백화점 최초로 일본에 오프라인 정규 매장을 연다. 현대백화점의 K브랜드 수출 플랫폼 사업 ‘더현대 글로벌’은 9월19일 일본 도쿄 쇼핑몰 파르코 시부야점 4층에 정규 매장 1호점을 개점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도쿄의 패션 중심지인 오모테산도 쇼핑 거리에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를 추가로 여는 등 앞으로 5년 동안 일본에서 모두 5개 매장을 개점할 계획을 세웠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파르코 시부야점에서 K브랜드 23개를 소개하는 더현대 글로벌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는데 12개 브랜드가 7일 동안 매출 1억 원 이상을 달성하며 월 1~2억 원 수준인 일본 백화점 중위권 정규 매장을 넘어서는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은 일본 사업 확대를 바탕으로 대만과 홍콩 등으로 더현대 글로벌 사업 해외 확장을 본격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국내 경기 침체 장기화로 내수 위주인 오프라인 리테일의 성장성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차별화된 글로벌 사업으로 성장 한계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몰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전경.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 팩토리스토어’ 라오스 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진행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앞서 신세계백화점은 작년 7월 라오스 코라오그룹 계열사 그랜드뷰프라퍼티와 프랜차이즈 사업 본계약을 체결하고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올 상반기 신세계팩토리스토어 해외 1호점을 열 계획을 세웠으나 하반기로 연기됐다. 앞으로 10년 동안 라오스 내 10개 점 개점을 목표로 한다.
신세계 팩토리스토어는 신세계백화점이 브랜드 재고 상품을 사들인 저렴한 가격을 책정해 판매하는 매장이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K브랜드 해외 진출 지원 플랫폼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파리 쁘렝땅 백화점에서 13개 K뷰티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앞서 지난해 태국 방콕 시암몰, 오사카 한큐 백화점에서, 올해 도쿄 이세탄 신주쿠, 싱가폴의 다카시야마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다만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가 해외에 정규 매장을 열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B2C 매장을 확장하기 보다는 신진 디자이너들과 해외 바이어 사이 다리 역할을 하는 등 폭 넓은 활동을 지향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하이퍼그라운드는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도 하지만 B2B(기업과 기업 사이 거래)에서 출발한 플랫폼”이라며 “B2C 시장에 의존하던 중소 브랜드들이 신세계백화점과 함께 B2B 시장에 뛰어들어 고정적 바이어를 확보하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기준 점유율 28%로 국내 백화점업계 2위 자리를 꿰차고 있다. 국내 31개 점포를 보유한 롯데백화점이 34%로 1위, 16개 점포를 지닌 현대백화점이 27%로 3위다.
신세계백화점은 보유 점포수가 13개로 가장 적지만 주요 대도시 점포를 지역 랜드마크로 만들어 해당 지역 매출 1위를 달성하는 전략을 펼쳐 업계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워왔다.
다만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해외 성장 로드맵의 부재가 앞으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주형 대표는 최근 핵심 점포 재단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업계 위상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핵심 점포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024년 2월부터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를, 6월 식당가&와인 매장 하우스오브신세계를, 올해 2월 슈퍼마켓 신세계마켓 등을 재단장해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3월 신관 ‘디에스테이트’에 12년 만에 최대 규모 개편을 진행했고, 4월 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에 명품관 ‘더헤리티지’를 새로 개장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