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5-08-20 16: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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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용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가 이미 해외 기업에서 기술 개발을 마쳤고, 가격이라는 허들만 남아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이에 따라 한미반도체, 한화세미텍 등 국내 HBM 본딩 장비 개발사들이 기술 개발력에서 뒤처져 자칫 시장을 내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주승환 인하대학교 제조혁신전문 대학원 교수가 20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사회복지교육센터 평생교육원에서 열린 ‘HBM-AI 반도체 혁신을 이끄는 하이브리드 본딩·패키징 소재 트렌드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HBM 시장에서 최근 추격을 가속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테스트 생산라인 구축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교육연구소는 20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사회복지교육센터 평생교육원에서 ‘HBM-AI 반도체 혁신을 이끄는 하이브리드 본딩·패키징 소재 트렌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 LG전자와 HBM용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를 연구하고 있는 주승환 인하대 제조혁신전문 대학원 교수는 “HBM용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는 기술적으로 이미 완성된 상태로 볼 수 있다”며 “도입이 지연되는 것은 3배 비싼 비용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열압착 방식을 사용하는 기존 TC본더와 달리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칩을 범프 없이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반도체 두께를 줄일 수 있고, 열 방출은 TC본더보다 약 100배 더 빨라, 이미 로직 반도체, 이미지센서(CIS), 낸드플래시 제작에 활용되고 있다.
조 교수는 “한국은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이 늦어지는 상황이고, 국가적으로 봤을 때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경쟁력에) 좋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증권사 번스타인은 현재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사 BESI가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와 손잡고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번스타인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앞으로 차세대 HMB 생산을 위해 BESI의 하이브리드 본더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본격적 하이브리드 본더 도입은 HBM4와 HBM5의 16단과 20단 제품 생산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층하는 D램 개수가 늘어날수록 두께를 줄여야하는 필요성이 커지고, 발열 관리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다이 번스타인 연구원은 2026년 샘플 테스트를 거쳐 2027년 7세대 HBM4E 부터는 본격적으로 하이브리드 본더가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우선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HBM에서 추격을 가속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일부 HBM 생산공장에 하이브리드 본딩 테스트 라인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국 증권사 번스타인은 보고서를 통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베시(BESI)가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번스타인>
성전자가 엔비디아 HBM3E 12단 인증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로 발열 문제가 꼽힌 만큼, 열 배출량을 100배까지 늘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 본딩 적용은 추격을 위한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TC본더로 제작한 HBM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는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이 상대적으로 늦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수많은 TC본더가 이미 생산시설에 배치된 상황에서, 비싼 하이브리드 본더로 교체할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등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TC본더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향후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에선 완전히 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증권사 골드만삭스는 “한미반도체의 장기적 문제는 TC본더에서 하이브리드 본더로의 전환”이라며 “2027년 이후부터 BESI를 포함한 6개 경쟁사가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시장에 진출할 것이며, 이는 한미반도체에 중대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세미텍은 올해 하반기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출시를 준비하고 있지만, 해외 기술력이 다수 포함됐을 것”이라며 “한국 반도체 제조는 인프라와 기초 기술이 부족해 해외 의존도가 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BESI는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에서 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리차드 블릭만 베시 최고경영자(CEO)는 “주요 메모리반도체 업체들과 건설적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며 “HBM4 표준이 완화되며 하이브리드 본더 도입이 지연됐지만, 데이터센터의 발열 제한을 고려할 때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의 낮은 전력 소비와 발열은 중요한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측은 “기술 복잡성과 생태계 연계는 BESI의 하이브리드 본딩 경쟁력을 뒷받침한다”며 “베시는 하이브리드 본딩 분야에서 오랜 기술 우위를 유지해, 경쟁사들이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베시는 3대 메모리업체의 지속적 피드백으로 공정 범위를 미세 조정하는 등 여러 이점을 누렸다”며 “한국에서 대안 솔루션이 등장하고 있지만, 베시는 대규모 환경에서 안정적 성능을 제공할 수 있는 강점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