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모바일업계에 따르면 권 사장이 최근 MC사업본부 직원들에게 약속한 ‘고용유지’가 이 부사장 등 임원에게도 적용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권 사장은 임원인사를 포함한 MC사업본부 운영방향을 결론내리기 앞서 이 부사장의 공과부터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단순한 기준은 지난해의 실적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2020년 MC사업본부의 실적 자체는 매우 부진했다. 영업손실 8400억 원을 거둬 LG전자 사업본부 가운데 가장 저조했다.
하지만 MC사업본부는 이 부사장의 사업본부장 취임 이전인 2015년부터 꾸준히 적자를 유지했다. 거의 6년 동안 적자가 이어진 사업부문의 실적을 개선하기에는 이 부사장에게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수 있다. 이 부사장은 2019년 연말인사로 MC사업본부장에 올라 책임진 기간이 1년4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이 부사장은 스마트폰 사업전략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도 제대로 펼쳐보지 못했다.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는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MC사업본부는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가로로 돌리는 스위블폰 윙을 출시했다. 비록 시장 반응은 뜨겁지 않았지만 그동안 없었던 독특한 폼팩터(제품 형태)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LG전자가 충분한 하드웨어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보여줬다.
윙의 뒤를 이어 올해는 롤러블(두루마리형) 스마트폰이 나올 것으로 예정됐다. 그러나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롤러블 스마트폰의 출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그렇다고 이 부사장이 독특한 형태의 제품에만 집중했던 것은 아니다. 북미에서 중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성과를 내기도 했다. 현재 LG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2%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북미에서는 삼성전자, 애플과 함께 상위 3개 기업으로 꼽힌다.
권 사장이 MC사업본부 축소·철수 등 사업 조정방안을 추진하면서도 이 부사장을 여전히 중용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사례를 보면 MC사업본부장으로서 부진한 실적을 보였던 임원이 이후 중책에 오른 사례도 있다.
남용 전 부회장이 LG전자 대표이사를 지내던 2010년 MC사업본부는 영업손실 7천억 원을 냈다. 2009년 영업이익 1조3천억 원을 올렸는데 1년 만에 대규모의 적자를 낸 것이다.
당시 남 부회장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하지만 그때 MC사업본부장을 맡았던 안승권 사장은 남 전 부회장이 물러난 뒤에도 LG전자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 LG사이언스파크 대표 등 요직을 역임했다.
권 사장 역시 2019년 HE사업본부장으로 일하면서 MC사업본부장을 겸임했는데 스마트폰사업 실적 개선에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해 연말 최고경영자에 오르며 LG전자 전체를 총괄하게 됐다.
권 사장은 이 부사장 이외에 MC사업본부 다른 임원들의 거취를 놓고도 고민이 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 MC사업본부에는 고명언 부사장, 정수헌 MC해외영업그룹장 부사장, 이현준 전무, 하정욱 MC연수소장 전무, 김건욱 MC구매담당 상무, 김용석 MC경영전략담당 상무, 오성훈 MC제품개발담당 상무 등 여러 임원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연말 임원인사에서 우정호 MC카메라개발실장이 상무로 신규선임되기도 했다.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의 수익성이 저조해도 임원들 개개인의 능력은 높이 평가된다.
정수헌 부사장은 미국 통신사 스프린트 출신 해외영업 전문가로 지난해 영입됐다. 이현준 하정욱 전무는 통신 및 스마트폰 연구개발에 관한 전문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우정호 상무는 카메라 성능 향상에 공로를 세워 2021년 승진자 가운데 가장 젊은 나이에 임원진으로 합류했다.
제조업인 LG전자에게 임원들의 마케팅 역량, 통신 및 하드웨어기술은 놓치기 아까운 무형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
권 사장이 이런 점을 고려해 일부 능력 있는 임원들을 일반직원들처럼 다른 사업본부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 등에 따르면 LG전자는 곧 MC사업본부 직원들을 창원 가전공장으로 전환 배치하기로 했다.
다만 일부 임원이 권 사장의 결정과 관계없이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가능성도 존재한다. 앞서 마창민 전 LG전자 전무는 2020년 9월 한국영업본부 모바일그룹장을 맡았는데 한 달 만에 DL그룹 건설사 DL이앤씨 대표로 내정돼 회사를 떠났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