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가능 물량이 수요의 4.8배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포드가 중국 CATL 기술을 활용해 LFP 배터리 생산을 예고한 미국 미시간주 공장 건설현장. |
[비즈니스포스트]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과잉이 203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북미 시장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수요 부진과 수익성 저하로 미국 내 투자 전략을 조정하는 반면 중국 경쟁사들은 설비 구축에 더 속도를 내며 업황 악화를 주도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21일 조사기관 S&P글로벌모빌리티 집계를 인용해 올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은 모두 3930기가와트시(GWh)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을 보도했다.
반면 수요는 1161GWh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수요의 3배를 넘는 수준의 심각한 공급 과잉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S&P글로벌모빌리티는 내년까지 비슷한 정도의 공급 과잉이 이어지고 2030년에도 수요의 2배 이상에 이르는 배터리 생산 능력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구나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국인 중국의 일부 생산 설비가 이번 통계에서 제외된 점을 고려한다면 공급량은 이보다 많을 수 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의 약 70%를 생산하고 있다. CATL과 BYD가 전 세계 1, 2위 기업으로 자리잡아 한국과 일본 등의 경쟁사를 앞선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는 중국 배터리 공급망에 의존을 낮추기 위해 자국 내 생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왔다.
그러나 닛케이아시아는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며 이런 정책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 시절에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인센티브가 대폭 확대됐지만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며 이런 조치가 빠르게 철회됐다는 점도 배경으로 제시됐다.
결국 미국을 포함한 북미에서 다수의 투자 프로젝트가 진행된 뒤 전기차 수요가 급감할 수밖에 없어 가장 심각한 공급 과잉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올해 미국에서 배터리 공급 가능 물량은 수요의 4.8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2028년까지 4배 안팎의 격차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닛케이아시아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던 주요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들도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졌다고 진단했다.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과잉으로 가격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23년 kWh당 150달러 수준이던 배터리 평균 가격은 2026년 들어 8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공급 과잉에도 생산 투자를 줄일 기미를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결국 중국과 그 외 지역의 배터리 생산 능력 및 기술력 격차는 앞으로 더욱 벌어질 수 있다”며 “완성차 업체들의 중국 의존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