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반도체 투자 지원금을 대가로 지분을 요구하는 미국 정부의 요구에 결국 보조금을 포기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텔이나 삼성전자와 달리 TSMC는 정부 지원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TSMC 미국 애리조나 파운드리 1공장 전경.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미국 정부에서 받는 대규모 설비 투자 보조금을 포기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 정부가 자금 지원을 대가로 삼성전자와 TSMC 등 기업에 지분을 요구하려는 의도를 두고 있는 만큼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21일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것은 집 안에 늑대를 들여놓는 셈”이라며 “이를 포기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는 삼성전자와 TSMC, 인텔과 마이크론 등 기업에 거액의 투자 지원을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47억5천만 달러(약 6조6천억 원), TSMC는 66억 달러(약 9조2천억 원), 마이크론은 62억 달러(약 8조7천억 원)의 보조금 및 별도 세제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을 늦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지급 조건과 액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자금 지원을 대가로 해당되는 반도체 기업들에 지분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디지타임스는 미국 기업인 인텔과 달리 TSMC에서 지분을 받으려는 트럼프 정부의 시도는 부당한 ‘강탈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기업 경영에는 개입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요 주주로 자리잡는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공산이 크다.
디지타임스는 “TSMC는 삼성전자와 인텔 등 경쟁사와 비교해 건설 및 반도체 생산 측면에서 높은 효율성을 보여줬다”며 이들 기업과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TSMC가 상반기에 이미 미국 공장에서 흑자를 기록하는 등 빠르게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있는 만큼 정부 보조금을 거부하고 자율성을 유지하는 일이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인텔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삼성전자 역시 파운드리 사업 적자에 부담을 안고 있다”며 “그러나 TSMC는 이를 거절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TSMC가 결국 미국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대신 자력으로 생존하는 길을 찾아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만 경제부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TSMC 지분 인수를 추진한다면 반드시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TSMC와 대만 정부가 미국의 지분 확보 시도를 거절한다면 결국 보조금은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