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이 각자대표이사를 한 명 더 늘리고 교보생명 경영권을 지키는 데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재무적투자자와 풋옵션을 놓고 분쟁을 벌이는 동안 두 명의 각자대표이사가 전문성을 살리며 교보생명의 경영 안정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22일 생명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신 회장은 재무적 투자자들과 풋옵션 분쟁에 집중하면서 교보생명을 안정적으로 경영하기 위해 보험업계에서 처음으로 3인 각자대표이사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19일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2차 청문회를 마치고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최종 결정은 이르면 9월경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상업회의소의 중재 결정은 법원의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고 있다. 국제상업회의소가 재무적투자자의 손을 들어 주는 결정을 내리게 되면 신 회장은 풋옵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교보생명 지분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신 회장이 지분을 매각하면 교보생명그룹 전체 지배구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지분 33.78%를 보유하고 있다. 특별관계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우호지분을 더하면 36.91%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을 통해 14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국제상업회의소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에 재무적 투자자들과 이들의 풋옵션을 산정한 딜로이트안진을 대상으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생명은 2020년 4월 딜로이트안진과 소속 회계사들이 풋옵션 가격을 부정하게 책정했다고 고발했으며 2021년 1월 검찰은 이들과 재무적 투자자 2명을 기소했다.
교보생명은 2월 풋옵션 분쟁에 따른 경영상 피해를 호소하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이어 공인회계사회에 딜로이트안진과 소속 회계사의 조사와 제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국내 판결 및 재판 과정에서 교보생명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면 국제상업회의소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바라본다.
기존 2인의 각자대표이사체제에서 3인 각자대표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재무적 투자자와 분쟁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교보생명의 경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각자대표체제를 유지하면서 사업부문별 전문성을 살리고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책임경영을 추진해온 만큼 이를 유지 및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신 회장이 2019년 3월
윤열현 사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할 때에도 재무적투자자들과 분쟁을 앞두고 교보생명 경영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각자대표이사체제를 구축했다는 시선이 있었다.
교보생명은 26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편정범 교보생명 채널담당 부사장을 대표이사에 추가로 선임한다.
편정범 대표이사 내정자는 1962년 태어나 순천향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했으며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편 내정자는 1988년 교보생명 입사했다. 중부FP(설계사)본부장을 지낸 뒤 채널기획팀 채널지원팀 조직순증지원팀 컨설턴트보호센터 인력개발팀 등에서 담당 임원으로 일했다. 전략기획팀장 등을 거쳐 2018년 9월부터 채널담당 부사장 맡았다.
구체적 업무분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주주총회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편 내정자가 보험영업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해왔고 전략기획업무를 담당했던 점을 고려하면
윤열현 사장과 함께 영업, 지원, 전략 등의 업무를 나눠 총괄할 것으로 전망된다.
▲ 윤열현 교보생명 각자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편정범 교보생명 각자대표이사 부사장 내정자. |
현재는
신창재 회장이 ‘디지털 전환’, ‘신사업 추진’ 등 교보생명 경영전략의 방향을 제시하면
윤열현 사장이 방향성에 맞춰 구체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3인 각자대표체제는 보험업계에서 교보생명이 처음이다. 교보생명 이외에는 현대해상이 조용일 사장과 이성재 부사장의 2인 각자대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신 회장은 2012년 9월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풋옵션을 포함한 주주 사이 계약을 맺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베어링 프라이빗 에쿼티, IMM 프라이빗 에쿼티 등 사모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으로 구성됐다.
당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대우인터내셔널 등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천 원, 모두 1조2054억 원에 사들이면서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를 한다는 내용을 계약에 담았다.
하지만 저금리와 규제 강화 등으로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기업공개를 하지 못하자 어피티니 컨소시엄은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신 회장은 풋옵션 행사가격으로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매입한 가격인 24만5천 원을 주장했지만 재무적투자자들은 40만9912원을 제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