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3월11일 기업공개(IPO)를 통해 주식 1억2천만 주를 주당 27~30달러에 판매할 계획을 세워뒀다.
희망 공모가 상단을 기준으로 하면 최대 36억 달러(약 4조4천억 원)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이는 2015년과 2018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받았던 투자금 30억 달러를 넘어서는 액수다.
김 의장은 우선 확보한 자금을 쿠팡의 장점인 물류 경쟁력을 더 높이는 데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은 그동안 막대한 적자를 내면서도 전국에 29개의 대규모 물류센터를 구축해 물류 경쟁력을 강화했다. 물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로켓배송(익일배송)’은 쿠팡의 대표적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아직 모든 고객이 로켓배송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수도권과 제주도만 모든 지역에서 로켓배송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김 의장은 과거 “시설 확충과 쿠팡맨 채용확대를 위한 투자확대를 통해 로켓배송을 전국화함으로써 고객들에게 편의를 최대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를 위해 7개의 물류센터를 추가 건립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고용인력을 2025년 5만 명까지 늘린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쿠팡이 상장으로 확보하는 자금 4조 원은 수도권 지역에 A급 물류센터를 약 15개 이상 건설할 수 있는 금액이다”고 분석했다.
김 의장은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등 신사업에도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쿠팡이츠 강화를 위해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 2위 ‘요기요’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배달앱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인수한다면 수도권 중심 서비스를 전국 단위로 확장할 수 있다. 쿠팡이츠와 요기요를 합친 월 사용자 수(MAU)는 600만 명이 되는데 이는 1천만 명 수준인 배달의민족의 뒤를 이은 2번째 규모다.
요기요의 가치는 약 2조 원으로 평가받고 있어 쿠팡의 자금은 충분하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요기요 인수 후보자로 떠오르는 회사 가운데 요기요와 같은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쿠팡밖에 없고 합쳐지게 되면 배달의민족과도 해볼 만하다”며 “쿠팡은 결국 ‘아마존 모델’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인수를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고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이베이코리아, 홈플러스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고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홈플러스는 쿠팡에게 부족한 오프라인 점포망과 물류센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매물로 평가되고 있다. 아마존이 미국 슈퍼마켓 체인업체 ‘홀푸드’를 인수했던 것을 쿠팡이 답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공산품이 85%이고 식품은 15% 정도에 불과한데 15%를 위해 4조 원 내외를 소요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아마존도 2018년 홀푸드마켓을 인수했지만 월마트의 막강한 식품 인프라를 이기지 못하고 2019년 식품 온라인 시장점유율 1위를 월마트에 내주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파악했다.
쿠팡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설을 놓고는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직매입 위주인 쿠팡이 순수 오픈마켓사업자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을 때 낼 수 있는 시너지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베이코리아와 별개의 플랫폼을 유지하되 해당 플랫폼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사업자는 쿠팡이다”며 “쿠팡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26%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면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