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현대백화점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전반에 걸쳐 친환경(E)사업을 중심으로 ESG경영을 이끌고 있다.
정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중심 ESG경영의 대표적 사례로는 한섬의 의류 폐기방식 전환이 꼽힌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계열사인 한섬은 재고의류를 폐기할 때 기존에는 불태워 없애는 방식을 썼지만 의류생산업체가 환경오염을 야기한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에 폐기처리방식을 바꿨다.
한섬은 재고의류를 고온과 고압으로 성형해 친환경 인테리어마감재(섬유패널)로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섬은 연간 144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이는 30년산 소나무 2만여 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섬은 2024년까지 재활용이 가능한 모든 재고의류를 친환경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가구·인테리어 계열사인 현대리바트는 재생종이 완충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가구 배송에서 쓰이는 스티로폼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재생종이 완충재 ‘허니콤’을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재생종이 완충재를 연간 70만 개 가량 사용함에 따라 스티로폼 사용량을 50만 개(약 16톤) 가량 줄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단순히 재생종이 완충재를 사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구배송에 사용한 완충재를 수거해 이상이 없는 제품은 재사용하고 파손된 완충재는 재활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홈쇼핑은 아이스팩 재활용 캠페인을 진행해 7만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124만 개의 아이스팩을 수거해 신선식품 배송에 활용하기도 했다.
현대홈쇼핑은 아이스팩 재활용 활동을 정부로부터 인정받아 ‘2019 친환경 기술 진흥 및 소비촉진 유공 정부포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ESG가 최근 기업경영에서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면서 정 회장은 ESG경영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이나 세계 최대규모의 연기금을 운용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이 ESG를 핵심 투자지침으로 삼고 있어 ESG 평가가 낮으면 투자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창립 50돌을 맞아 '비전 2030'을 선포하고 ESG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창립 50돌을 기념해 열린 ‘디지털 비전 선포식 행사’에서 “앞으로 50년은 미래세대에 신뢰와 희망을 주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기업의 경제적 확장보다는 사회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ESG를 경영활동에 적극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그동안 ESG항목 가운데 지배구조(G) 부분을 강화해왔는데 이제는 환경부문으로 그 무게추를 옮기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9년까지 주주에게 배당을 적게 해 국민연금으로부터 지배구조부문에서 비판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2017년과 2018년 현대리바트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로서 과소배당을 문제 삼으며 재무제표 승인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정 회장은 2019년 계열사의 배당을 늘리고 투명경영 확립을 위해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