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대표는 다양한 범야권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며 야권재편의 구심점이 되려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준비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야권이 뭉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1야당을 포함한 양심 있는 모든 야권인사들에게 공동대응과 공동투쟁을 함께 논의할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야권의 시민사회 원로들을 향해서도 “문재인 정권의 폭주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이 함께 힘을 합칠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부탁했다.
실제로 야권 인사들을 만나며 야권 연대의 물꼬를 트고 야권재편을 꾀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이와 함께 야권재편의 수단으로 ‘혁신 플랫폼’을 띄우고 있다.
안 대표는 22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민의힘의 김세연 전 의원과 대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안 대표는 “야권 전체가 힘을 합해야 여권과 겨우 비등한 정도가 될 것”이라며 “그런 뜻에서 제안한 것이 혁신경쟁과 혁신 플랫폼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전 의원은 혁신 플랫폼을 두고 “국민의 삶으로부터 멀어진 정치가 현실적 문제를 폴어주는 협력자 또는 친구 같은 대상으로 경쟁하자는 취지라는 첫 인상을 받았다”며 “당을 하나로 합친다기보다는 대화와 협력의 플랫폼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정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대답했다.
안 대표가 혁신 플랫폼을 앞세워 야권재편의 화두를 던진 뒤 국민의힘 안에서도 안 대표에 동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조경태 장제원 의원 등 주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반발하는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안 대표의 제안에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혁신 플랫폼 제안이 국민의힘 중진들의 호응을 얻으며 사사건건 안 대표를 깎아 내리고 있는 김종인 위원장의 리더십을 흔드는 효과를 낸 셈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안 대표가 판세를 바꿀 만큼 의미 있는 변화를 낳지는 못했다는 시각이 많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혁신 플랫폼에 선을 긋고 있는 데다 야권에서 가장 많은 의석 수를 지닌 국민의힘으로서는 안 대표가 제안하는 헤쳐모여식 야권재편에 굳이 참여할 유인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내년 4월 치러지는 재보궐선거를 준비하는 국면으로 접어들며 안 대표가 제안한 헤쳐모여식 야권재편이 시기적으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시선도 나온다.
당장에 선거 승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후보 단일화 방식으로 연대를 꾀할 수는 있어도 야권재편과 같은 거대 담론을 논의하기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의 리더십을 흔드는 일도 4월 재보선까지는 잦아들 가능성이 높다. 일단 현재 비대위체제로 재보선까지 치른다는 데에 국민의힘 내부 의견도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안 대표가 대권으로 직행하려는 의지와 무관하게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갈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안 대표와 같이 인지도 높은 인물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워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야권의 승리로 이끌 필요가 있다. 최근 잇따른 선거에서 여권의 손을 들어준 서울 민심을 고려하면 서울시장 보선 승리를 위해 안 대표 같은 대선주자급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국민의힘도 이런 점을 고려해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은혜 국민의힘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결과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보궐선거 경선을 비대면 배리어프리(장벽 없는) 경선으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일반시민 여론조사를 100%로 치르고 본경선에서도 여론조사 비중을 80%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 같은 당 밖 인물이 불리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대표의 형편에서도 국민의힘이 길을 열어줄 때 서울시장에 출마해 당선된 뒤 대선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쟁쟁한 야권 후보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대선에 직행하는 데는 더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바라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