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이 네이버와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약점이었던 디지털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오프라인 매장이 많은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코로나19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국내 화장품기업으로 곱힌다.
게다가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하기 위한 고정비가 늘어나는 등의 문제에 봉착하며 온라인 비중을 높이는 체질개선을 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서경배 회장도 2020년 신년사에서 “밀레니얼 구성원들에게 디지털 대전환의 선두에 서서 도전할 수 있는 역량 개발의 기회를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며 전사적 디지털화를 강조했다.
서 회장은 우선 아모레퍼시픽그룹 화장품 브랜드의 온라인채널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고급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의 2020년 1분기 온라인 매출이 2019년 1분기보다 50%가 증가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온라인 매출비중은 전체 매출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더욱 다양한 온라인 판매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설화수가 최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티몰’을 통해 새 에센스 제품을 출시한 것도 중국 온라인 화장품시장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서 회장은 네이버의 브랜드스토어와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해 온라인 고객과 접점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네이버의 라이브커머스 ‘셀렉티브’는 소비자와 실시간 채팅으로 소통하며 제품을 판매하는 네이버 플랫폼 기반 영상서비스다.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실시간 방송을 통해 상품 디자인과 원료 등 궁금한 정보들을 즉시 묻고 확인이 가능해 편리한 구매가 가능하다.
이런 라이브커머스가 가장 발달한 곳은 아모레퍼시픽의 최대시장인 중국이다.
2016년 티몰 등에서 시작된 중국 라이브커머스는 거래액이 2017년 190억 위안(약 3조2천억 원)에서 2019년 4338억 위안(약 74조원)으로 2년 동안 20배 이상 성장했다. 2020년 중국 라이브커머스시장은 약 165조 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 회장은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사업의 연결점도 강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니스프리 매장은 전국에 900여 개, 에뛰드 매장은 약 400에 이른다. 부진한 매장을 정리하는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한다고 해도 이 많은 매장을 한꺼번에 줄일 수는 없고 가맹점 점주의 반발도 예상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서 회장은 이를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아우르는 ‘옴니채널’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옴니채널이란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를 말한다. 백화점 온라인몰에서 구입한 상품을 백화점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는 ‘스마트픽’이 옴니채널의 대표적 서비스다.
이니스프리는 이미 옴니채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니스프리 고객이 직영몰에서 특정 오프라인 가맹점을 ‘마이숍(MY SHOP)’으로 등록하면 해당 고객의 구매 금액 가운데 일부를 등록된 가맹점이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주요 오프라인 매장에 간편결제서비스 ‘네이버페이’를 도입하려는 것도 옴니채널 강화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고객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쇼핑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간편결제를 통해 결제도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지금의 'K-뷰티' 성공기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서 회장은 국내 화장품기업들이 중국진출을 머뭇거리던 2000년 과감하게 중국 상하이 법인을 세우고 20년 동안 투자해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이 자리잡는 데 선도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를 기점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2015년 전후로 화장품업계의 온라인화가 빠르게 전개되면서 채널 전략에도 상당한 혼선을 겪고 있다.
특히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비중이 큰 방문판매와 오프라인 채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그동안 온라인 채널 확대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더이상 소비자들의 구매행태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다면 아모레퍼시픽의 ‘K-뷰티’ 성공신화도 지속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에는 아모레퍼시픽이 직접 유통망을 갖고 판매를 한다는 것이 진입장벽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지금은 이것이 오히려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며 “서경배 회장의 중국진출 결정은 한국 화장품산업에서 가장 중대한 의사결정 가운데 하나로 평가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 당시의 벤처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