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헌법 개정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에서 개헌과 관련된 논의가 화두로 떠오를 수도 있다.
다만 코로나19 국난 극복 등 시급한 국정현안이 있는데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모두 개헌 논의로 당장 정치적 이득을 볼 것이 없어 개헌논의에 당장 힘이 실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18일 문 대통령은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을 새기는 것은 누구도 훼손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자리매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하루 앞선 17일 광주MBC에서 방송한 ‘
문재인 대통령의 오일팔’에서도 “헌법 개정이 논의된다면 헌법 전문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평가하는 데 방점이 찍히긴 했지만 대통령이 연이어 직접 개헌을 들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인기에 힘입어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했고 '친문' 인사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한 만큼 21대 국회에서 개헌이 주요 화두가 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3월에 한 차례 개헌안을 발의했으나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따라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의석수가 120여 석으로 비슷했던 만큼 자유한국당의 동의가 없다면 개헌선 확보는 물론 국회 본회의를 통해 논의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177석을 차지한데다 정의당,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당들의 지지까지 받는다면 개헌선인 200석에 가까운 190석 정도 까지는 안정적으로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범야권 대선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실과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자”며 문 대통령의 발언에 지지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개헌 자체의 필요성을 놓고는 여야를 불문하고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행 헌법이 1987년 이후 33년 동안 바뀌지 않은 채로 유지되고 있는 만큼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
정세균 국무총리,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 여권의 주요 인물을 비롯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등 야권의 주요 인물들도 모두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문제는 여야 모두 개헌 논의를 놓고 정치적 필요에 따라 태도를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20대 국회만 살펴봐도 자유한국당은 2017년 3월에 “개헌에 찬성하는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다, 시대적 소명인 개헌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며 민주당에 개헌을 압박했다. 하지만 다음해인 2018년 3월에는 문 대통령의 개헌안을 반대했다.
민주당이 당장 개헌론에 불을 지필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개헌 논의는 당장 힘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19에 따른 국난 극복이라는 시급한 국정 현안이 있는 만큼 늘어난 의석 수를 바탕으로 개헌 논의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는 2019년 8월에는 "촛불의 힘으로 정권 교체를 이뤘지만 개헌과 한반도 평화, 권력기관 개혁, 민생경제 입법 모두 (야당이) 막아서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4·15총선 이후에는 개헌과 관련한 언급을 삼가고 있다.
그는 4·15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직후인 4월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이나 검찰총장 거취와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 국난과 경제위기, 일자리 비상사태 타개”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5.18'을 매개로 정치권에 '개헌'을 화두를 던진 만큼 코로나19가 잦아들면 개헌론의 불씨는 언제든 타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