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공사현장에서는 건물을 세우기 위한 기초공사가 한창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닫혀 있던 공사현장 입구로 덤프트럭들이 드나들며 자재를 실어 나르고 있고 굴삭기 여러 대가 흙을 퍼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5월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하고 외부투자자를 유치해 3조7천억 원 규모의 건설비용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동안 외부투자자 유치에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데다 최근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이런 계획을 실행하기 어렵게 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조달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대규모 부동산 투자를 할 만한 외부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사가 늦춰진다면 현대차그룹은 부지 매입에 들어간 자금만큼 기회비용 손실을 볼 수 밖에 없어 개발 계획을 확정하고 공사를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물론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 독자적으로 건설에 속도를 낸다면 개발이익을 독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등과 연결되기 때문에 수도권 남부와 강남을 연결하는 새로운 경제 중심지가 될 것으로 예상돼 대규모 개발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1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자동차가 25조 원, 현대모비스가 11조 원, 기아자동차가 8조 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있지만 3조6천억 원에 이르는 공사비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부지 매입에만 10조5500억 원을 넣었다.
공사비까지 모두 부담한다면 모두 14조 원이 넘게 투자하는 셈인데 이는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 순이익 7조9080억 원의 2배에 가깝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정 수석부회장이 시간을 두고 외부투자자를 구할 것이라는 시선도 여전하다.
기초공사에는 당장 큰 자금이 들지 않는 만큼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높이 569m의 국내 최고층 건물로 설계되기 때문에 터를 닦는 기초공사에만 1년 넘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독자적 개발에 선을 그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국부펀드 등과 현재 투자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