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가 구속되면서 신라젠의 항암바이러스 ‘펙사벡’ 연구개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은 대표이사 직무대행체제로 운영하며 펙사벡의 병용임상에서 하루빨리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문 대표가 구속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신라젠의 신약 연구개발이 사실상 멈추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문 대표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했지만 대다수의 바이오벤처와 다르게 연구자 출신 경영인은 아니다.
하지만 2013년 신라젠 경영권을 넘겨받아 대표를 맡은 뒤 펙사벡을 연구개발하던 미국 생명공학회사 제네릭스를 인수하는 등 사실상 펙사벡 개발을 모두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문 대표의 존재감은 매우 컸다.
신라젠은 현재 항암바이어러스 ‘펙사벡’과 면역관문 억제제(면역항암제)의 병용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신라젠은 현재 펙사벡과 면역관문 억제제 ‘리브타요’를 병용해 표적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신장암 대상의 글로벌 임상1b상을, 미국 국립암센터와는 대장암 임상1·2상을 진행하고 있다.
신라제는 4월27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펙사벡과 리브타요의 병용 임상1상 중간결과 환자의 75%에서 암세포가 줄어들었다는 긍정적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면역관문 억제제를 단독으로 투여할 때는 보통 20%가량의 환자에게서만 효과가 나타난다.
펙사벡과 리브타요의 병용 임상1상은 2021년 하반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라젠은 지난해 펙사벡의 간암 임상3상에서 실패해 이를 만회할 결과를 내놓을 필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문 대표의 경영공백이 발생하면서 향후 임상 진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특히 문 대표의 구속으로 펙사벡 임상 진행을 위한 자금 마련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신라젠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서 4월23일 2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P)를 발행했다. 문 대표와 곽병학 전 신라젠 부사장이 각각 50억 원을 투자하고 의사로 알려진 박모씨가 100억 원을 투자했다.
이번에는 문 대표가 투자에 참여했지만 일반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해 임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려면 주가가 상승할 요인이 있어야 투자자를 모집하기 수월하다. 하지만 문 대표가 구속되고 신라젠 주식도 거래가 정지되면서 향후 추가 자금 확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신라젠은 펙사벡의 임상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경미 신라젠 부사장이 2019년부터 연구개발 전략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만큼 문 대표의 경영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약학박사 출신으로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 임상개발팀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상개발팀 상무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양 부사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절차에 관한 경험도 갖고 있어 펙사벡 임상을 이끌 적임자로 영입됐다.
신라젠 관계자는 “펙사벡 임상은 기존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향후 대책은 차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우선 빠르게 경영에 복귀하는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우선 보석 신청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2018년 7월 바이오기업 오너였던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이사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는데 약 3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당시 라 회장이 구속되고 네이처셀은 상장폐지 가능성도 거론됐는데 이런 상황은 현재 신라젠의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 라 회장은 올해 2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현재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의 국내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문 대표도 검찰과 법적공방을 통해 무죄를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직 임원들에 이어 문 대표까지 구속되며 신라젠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며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다려야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