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정책을 토대 삼아 공공재개발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다만 공공재개발에서 요구받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따라 손실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8일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토지주택공사는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기반 강화방안’에 따라 공공재개발사업을 확대할 기회를 잡았지만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따른 재정부담 문제도 함께 떠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주택 공급기반 강화방안에는 토지주택공사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수도권지역의 재개발사업에 단독 혹은 공동 시행사업자로 참여하는 공공재개발 계획이 포함됐다.
재개발은 도시재개발법에 근거해 주거여건이 좋지 않은 기존 주거지를 아파트 중심의 새 주거지로 정비하는 사업을 말한다. 보통 주민 조합 설립을 시작으로 관련 절차가 진행된다.
그러나 서울지역에서는 재개발구역 102곳이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10년 넘게 조합 설립 인가를 받지 못했다.
이런 곳에 토지주택공사를 비롯한 부동산 공공기관들이 시행사업자로 들어가 재개발을 활성화하면서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토지주택공사 등이 사업시행자를 맡은 재개발지역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선정해 사업성을 확충할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토지주택공사는 경기도 성남 원도심에서 공공주도형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경험을 살려 재개발 확대에 대응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현재 1단계(단대·중3 구역) 재개발이 준공됐고 2단계(신흥2·중1·금광1 구역)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향후 3단계(수진1·신흥1·신흥3·태평3·상대원3 구역) 재개발도 추진될 방침이 잡혔다.
변창흠 토지주택공사 사장은 2019년 11월 성남 원도심 재개발과 관련된 정책세미나 축사에서 재개발 모델을 만들어 다른 지역에도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당시 그는 “이번 세미나에서 공공주도형 재개발사업의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하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협력 확대를 위한 사업모델 구축에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토지주택공사가 재개발 시행사업자를 많이 맡을수록 지어야 하는 공공임대주택도 늘어나면서 손실규모가 커질 수 있다.
토지주택공사가 시행사업자를 맡은 공공재개발구역은 전체 세대의 최소 20% 이상을 공공임대·공공지원임대주택으로 건설해야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지정될 수 있다.
토지주택공사는 현재 공공임대주택 1채를 지을 때마다 손실을 보고 있다. 임대수익보다 주택 노후화의 관리비용 등이 더욱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공급된 공공임대주택단지 480곳을 분석한 결과 실제 사업비가 정부의 건설 지원단가보다 15% 정도 많은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다만 토지주택공사는 공공임대주택 확대로 떠안게 될 손실을 일반분양을 통해 일부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지정되면서 받는 규제 완화 인센티브를 고려하면 주택 일반분양을 통한 수익으로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따른 손실을 일정 부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지정된 지역에서 일반분양되는 주택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용도지역과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도 제공한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도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재개발 공공시행자가 많은 양의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느라 생기는 사업 손실의 일부를 일반분양 물량의 수익을 통해 환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토지주택공사는 공공임대주택 건설 지원단가의 상향도 국토부에 지속해서 요청할 계획을 세웠다.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건설 지원단가는 2019년 기준 최근 5년 동안 매년 평균 3% 상승했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2020년 건설 지원단가는 2019년보다 5% 올라 이전보다 상승률이 높았다”며 “앞으로도 비슷한 수준의 상승률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토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