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디자인최고책임자(CDO) 부사장의 후임을 찾을까?
정 수석부회장이 동커볼케 전 부사장 사임 이후 디자인부문에 새로운 외부 인력을 영입하는지는 앞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디자인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
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동커볼케 전 부사장의 사임으로 현대차 디자인최고책임자(CDO)는 2013년 현대차와 기아차의 디자인 통합 조직 신설 이후 7년 만에 공석이 됐다.
디자인최고책임자는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산하조직인 ‘디자인담당’ 부서를 이끄는데 디자인담당은 현대디자인센터와 기아디자인센터를 거느려 현대차와 기아차의 디자인을 총괄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디자인부문의 시너지를 위해 2013년 1월 통합조직을 만들었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초대 책임자를 맡았는데 2018년 10월 인사에서 현대차 디자인경영담당으로 옮기면서 당시 현대디자인센터장을 맡고 있던 동커볼케 부사장이 자리를 이어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동커볼케 전 부사장 사임 이후 디자인최고책임자 없이 현대디자인센터와 기아디자인센터를 각각 운영하기로 했지만 정 수석부회장이 또 다시 외부에서 유명 디자이너를 영입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통합 디자인 관리를 맡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 수석부회장은 2005년 기아차 사장에 취임해 ‘디자인경영’의 기치를 든 뒤 15년 동안 슈라이어 사장과 동커볼케 전 부사장 등 외국 유명 디자이너를 영입해 현대차와 기아차 디자인의 비약적 발전을 이끌었다.
특히 슈라이어 사장과 동커볼케 전 부사장 모두 정 수석부회장이 상당한 공을 들여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슈라이어 사장은 현대차와 기아차 디자인에 혁신을 일으켰고 동커볼케 전 부사장은 현대차와 기아차 디자인의 진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껏 현대차와 기아차의 통합 디자인최고책임자를 맡은 이도 슈라이어 사장과 동커볼케 전 부사장 둘 뿐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외부에서 유명 디자이너를 영입해 동커볼케 전 부사장의 후임으로 쓴다면 현대차와 기아차 디자인 철학에 다시 한 번 변화를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외부인사 영입 없이 현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지금껏 디자인 변화의 여정을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현재 디자인 기조를 그대로 밀고 나간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재 파격적 디자인으로 신차 대부분이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고 고급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국내시장에 안착한 만큼 정 수석부회장이 외부인사 영입 없이 현재 체제에 힘을 실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더군다나 정 수석부회장은 중장기적으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도심 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차 분야에서 승부를 볼 준비를 하고 있다.
▲ 루크 동커볼케 전 현대차 디자인최고책임자 부사장. |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기존 땅을 달리는 자동차와 동력, 이동방식부터 시작해서 모든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와 기아차의 차별화한 디자인으로 지금과 같은 호평을 받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렸다.
정 수석부회장이 도심 항공모빌리티 등 미래차 분야 디자인을 준비하면서 기존 차 디자인 분야에서는 현재 체제에 힘을 실어 안정성을 꾀할 수 있는 셈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내부에서 디자인최고책임자를 찾을 수도 있는데 동커볼케 전 부사장과 수년 간 손을 맞춘 이상엽 전무 쪽으로 조금 더 무게추가 기운다.
카림 하비브 기아디자인센터장 전무는 지난해 10월 영입돼 상대적으로 현대차그룹에서 일한 기간이 짧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동커볼케 전 부사장의 후임을 찾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현대차와 기아차의 통합 디자인담당을 다시 둘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