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20년 총선 출마 의지를 접고 한동안 정책역량을 입증하기 위해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이 장관직을 마친 뒤 선택할 정치적 행보를 놓고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이동하거나 전북도지사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3일 김 장관은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과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역구를 포기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이제 일산 서구(고양정)와 관련된 것은 당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총선 출마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번 제기됐던 총선 불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김 장관은 줄곧 출마할 생각이라고 답변해 왔다.
이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울먹일 만큼 아쉬워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김 장관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는 부동산, 도시재생뉴딜사업 등 담당하고 있는 현안이 많다는 점과 총선 일정에 맞춰 후임을 찾기가 어려운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건너 뛴 김 장관이 장관직을 마친 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첫 국토부 장관이자 최초의 여성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할 만큼 김 장관에 두터운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김 장관은 노무현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정무2비서관을 역임했고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
문 대통령이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 장관은 수행원으로 동행하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장관들 가운데 김 장관을 가장 오래 소개했다.
김 장관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에 도전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김 장관은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나 전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는 전라북도의 오랜 숙원이던 새만금 사업이 재개되는데 공을 들이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사실상 공사가 중단됐던 새만금사업의 재개를 위해 국회를 설득해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새만금개발청의 2018년 예산을 2017년보다 84.1% 늘리는 데도 공을 들였다.
현재 전라북도의 도지사는 더불어민주당의 송하진 전북도지사다. 송 지사는 2014년부터 전북도지사를 맡아 재선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1952년생인 송 지사가 다음 지방선거인 2022년에 70세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장관이 뒤를 이을 가능성도 있다.
1995년 첫 지방선거가 실시된 뒤 아직까지 광역자치단체장에 여성이 당선된 적이 없는 만큼 김 장관이 전북도지사에 도전해 여성 최초 광역자치단체장을 노릴 정치적 유인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김 장관은 당장 정책역량 입증을 위해 부동산 시세 잡기를 성공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등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해 2019년12월16일 내놓은 부동산정책의 영향으로 최근 2주 부동산 시세는 오름세가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부동산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날 조짐도 있다.
시세 9억 원 이하 아파트를 비롯해 용인과 수지, 수원, 구리 등 규제지역이 아니거나 정부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오름세가 강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도 24주 연속으로 오르고 있다.
김 장관은 2020년 신년사에서 “인간의 존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거 관련 정책은 시장 경제의 룰에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며 “부동산 시장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투기수요 근절, 맞춤형 대책, 실수요자 보호라는 3대 원칙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대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