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구 롯데칠성음료 음료부문 대표이사가 주류부문까지 경영을 책임진다.
이 대표는 음료사업의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고 주류사업 실적 부진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1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음료와 주류사업을 분리해 각자대표체제를 도입한 지 3년 만에 통합대표체제로 돌아간다.
롯데그룹은 2019년 연말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롯데칠성음료 경영체제를 다시 통합하고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음료부문 대표이사를 롯데칠성음료 통합 대표이사 부사장에 앉혔다.
각자대표로 전문성을 강화해 각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했던 전략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환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대표이사는 결국 취임 1년도 안 돼 대표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태환 대표 전에 주류부문을 맡았던 이종훈 전 대표도 2년 만에 교체됐었다.
이 대표는 이번 인사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뢰를 확인한 셈이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클 것으로 보인다.
대표이사의 잦은 교체에 이은 조직개편은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의 성과를 놓고 신 회장의 마음이 좀처럼 흡족하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조직개편을 두고 “음료와 주류사업의 유통, 생산, 판매역량을 집중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2017년 롯데칠성음료 음료부문 대표이사에 올라 탄산, 커피, 생수 등 모든 사업부문들의 고른 성장을 이끌어왔다. 국내 음료시장 점유율 40%, 1위의 입지를 지키면서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려 수익성부문에서도 성과를 냈다.
롯데칠성음료 음료부문 영업이익은 2017년 1120억 원, 2018년 1440억 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2017년 7.5%, 2018년 9.1%로 올랐고 2019년에도 9.8%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롯데칠성음료 음료사업의 호실적은 영업전략과 마케팅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이 대표의 영업력이 발휘된 성과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다만 이 대표에게도 주류사업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은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맥주사업 적자 탈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처음처럼’을 앞세운 소주사업도 일본 불매운동 타격, 경쟁사 새 제품의 등장 등으로 주춤하고 있다.
이 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맥주사업의 실적 개선이다. 이 대표는 평소 '브랜드'와 '맨파워'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강조해온 만큼 맥주제품 브랜드의 경쟁력과 현장영업을 강화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는 2014년 국내 맥주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사이에서 아직까지 큰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2018년 기준 대표 맥주제품 ‘클라우드’와 ‘피츠 수퍼클리어’를 더한 점유율이 5% 안팎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2019년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맥주 새 제품 ‘테라’가 그야말로 ‘돌풍’에 가까운 인기를 얻으면서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은 더욱 힘든 상황에 처했다.
2020년까지 맥주시장 점유율을 1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롯데칠성음료 영업부문에서 10년을 일해 온 ‘베테랑’이다. 음료사업 실적으로 경영능력도 입증했다. 이 대표를 통합 대표로 조직을 정비한 롯데칠성음료의 행보에 시선이 몰리는 이유다.
이 대표는 1962년 태어나 1987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했다. 33년을 롯데에 몸담으며 물류, 영업, 신규사업 등 분야를 두루 거쳤다.
2009년부터 롯데칠성음료에서 영업과 마케팅을 맡아왔고 2014년에는 롯데칠성음료 음료영업본부장, 2017년에 음료부문 대표이사에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