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분양하되 그 집을 다시 사들이는 주체를 공공기관으로 한정하는 이익공유형(환매조건부) 주택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초기 재원이 많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실효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변 사장은 3기 신도시 등에 공급할 수 있는 주택 유형 가운데 하나로 이익공유형 주택도입을 위한 제도적 근거 마련과 구체적 실행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익공유형 주택을 공급해 토지주택공사의 공공성을 살리면서 개발이익 일부도 환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익공유형 주택은 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분양하지만 분양받은 소유주가 이 집을 공공기관에만 다시 팔 수 있고 시세차익 일부도 정부에 반납해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변 사장은 8월 기자간담회에서 3기 신도시를 개발할 때 이익공유형 주택을 일부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판교신도시 개발에 이익공유형 주택을 적용했다면 당시 분양가격 3억 원인 아파트의 현재 시세가 12억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9억 원을 공공이익으로 거둘 수 있었다는 예시도 들었다.
당시 변 사장은 “신도시 개발에 따른 토지 개발이익을 특정 인물이 독점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주택상품 다양화와 개발이익 공유를 위한 이익공유형 주택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변 사장은 9월 중순에 토지주택공사 창립 10주년을 맞았을 때도 수요자 맞춤형 주택을 다양하게 공급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 가운데 하나로서 이익공유형 주택을 들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투자솔루션부 전문위원은 “이익공유형 주택은 주택공급 유형을 다양화해 ‘맞춤형 내 집 마련’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익공유형 주택은 변 사장이 2006년 세종대학교 교수이자 환경정의 토지정의센터장이었던 시절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제도이기도 하다.
변 사장은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저렴한 주택을 공급해 주거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치솟는 아파트 가격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가 계속되는 점도 심각하게 바라봤다.
변 사장은 이익공유형 주택의 도입을 통해 주택이 없는 실거주 수요자도 집을 싸게 살 수 있다고 바라봤다. 아파트 투기도 일정 부분 막을 수 있다고 봤다.
이익공유형 주택을 3기 신도시 등에 적용하려면 관련 법안을 입법할 국회와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의 협력이 필요하다.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토지주택공사 국정감사에서 변 사장에게 공공 아파트를 저렴하게 분양하면서 시세차익 환수를 확대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익공유형 주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변 사장도 서 의원의 제안에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다만 국회와 국토부의 전면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변 사장도 “이익공유형 주택을 공론화하기 위해 국회와 국토부를 열심히 다니고 있지만 아직까지 반응이 적극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익공유형 주택이 성공하려면 저렴한 분양가격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원 마련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관련 논의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토지주택공사가 기존보다 확실하게 낮은 분양가격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실거주 수요자의 관심을 끄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거주자도 향후 시세차익을 공공기관과 나누는 데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며 “거주기간에 따라 실거주자의 시세차익 비중을 높이는 대안도 있지만 이사를 급하게 가야 하는 사람을 배제하는 처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이익공유형 주택은 변 사장이 제시한 수요자 맞춤형 주택의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