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안팎으로 금리 인하 압박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 총재는 2, 3분기 경제성장률 추이를 보고 4분기에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2016년 4월 이후 3년여 만에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왔다.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이날 나올지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높았다.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소수의견 등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 관련된 태도 변화를 미리 엿볼 수 있는 신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총재의 취임 뒤 사례를 살펴보면 2014년 7월 정해방 위원의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온 뒤 같은해 8월에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나왔다. 같은 해 9월에 정 위원이 또다시 소수의견을 내자 10월에 한 차례 더 기준금리가 인하됐다.
2015년과 2016년에도 하성근 위원이 각각 4~5월과 2~4월에 기준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낸 뒤 두 해 모두 6월에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나왔다.
금융업계는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오면서 올해 하반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바라본다.
조동철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리인하를 강하게 주장한 사실이 소수의견 등장 전망에 힘을 실었고 예상대로 조 위원은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놓고 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 총재는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종합적으로 놓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는데 지금은 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위원의 소수의견이 금리 인하를 하겠다는 신호 아니냐는 질문에 “과거 소수의견이 나오면 실제로 이뤄지는 결과가 많이 있기는 했다”면서도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견이며 금융통화위원회의 신호로 보는 것은 무리”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총재의 이런 단호한 태도에도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 인하를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에 갈수록 힘이 실리고 있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결정에 경제성장률 추이를 고려하겠다는 뜻을 이전과 마찬가지로 밝히면서도 경제흐름 전망과 관련해서는 미묘한 태도 변화를 보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단 2, 3분기에 추경 편성 효과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추이를 지켜본 뒤 태도 변화를 보일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국내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에서 회복하는 모습이며 하반기로 가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수출, 투자 부진이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4월 전망에 비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악화되는 등 우려되는 대외상황 전개도 있어 경제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과 소수의견 등장까지 고려해 2, 3분기에 한국의 경제성장률 추이가 기존 전망치에 미치지 못한다면 결국 기준금리를 놓고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금리 인하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금융권에서 나왔던 것은 국회 공전으로 추경 편성시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도 장기전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2, 3분기 경제성장률 추이가 연초 전망치를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의견 역시 2, 3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동철 HSBC 연구원은 31일 금융통호위원회가 끝난 뒤 내놓은 보고서에서 “이 총재가 기대보다 더 중립적 태도를 보였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심화로 한국의 성장전망이 뚜렷하게 악화되지 않는 한 한국은행은 연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