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왼쪽)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어떻게 되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결정하면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재편방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합병을 계기로 삼성그룹의 건설과 중공업부문의 재편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26일 전일 대비 3.9% 상승하며 4만 원을 기록했다. 약 3주 만에 4만 원대에 복귀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물산이 지분 7.8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해 사실상 삼성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의 지주회사 지위에 오르면서 삼성엔지니어링도 지배구조 중심으로 진입하게 됐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다소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삼성물산 합병을 계기로 두 회사도 구조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떠오르는 것은 두 회사의 합병 재추진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11월 합병을 시도했다.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시공능력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플랜트 설계능력이 시너지를 낸다는 게 명분이었다.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해 2020년 매출 40조 원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합병으로 회사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주주들은 두 회사가 예상보다 많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결국 과도한 주식매수 비용에 부담을 느낀 두 회사는 합병계획을 철회했다.
그 뒤에도 두 회사가 합병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두 회사는 공식적으로 합병 추진설을 부인하고 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 19일에도 “당분간 합병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합병을 통한 시너지가 필요한 때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1분기 수주량을 지난해보다 늘리는 등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에 263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 조선3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저유가로 명맥이 끊겼던 해양플랜트 발주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 역시 삼성중공업에 호재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2021년부터 LNG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며 “최소 6년의 사업기간이 필요한 FLNG(부유식 LNG 생산설비) 프로젝트의 속성을 감안하면 올해가 투자판단의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진입장벽 높은 FLNG에 역량을 집중하는 삼성중공업이 조선업에서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저가에 수주한 해양플랜트의 수익성 악화에 발목이 잡혀있다. 이 때문에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삼성엔지니어링의 플랜트 설계능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거듭 대두된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몸집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풍력사업부를 정리했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연말까지 700명을 감축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합병 준비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하는 것 이상의 과감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조선·중공업사업을 정리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는 전환기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그룹은 화학과 방산부문을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삼성그룹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을 합병한 뒤 7개월 만에 화학부문을 처분한 것이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조선과 중공업에서 부진이 지속된다면 굳이 삼성그룹이 부담을 안고 사업을 지속해 갈 이유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그룹이 전자와 IT를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는데 조선이나 중공업사업과 시너지도 크지 않다.
삼성중공업은 실적개선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부진탈출이 쉽지 않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0%, 29.5% 감소했다. 무엇보다 수주량이 3분의1 이하로 줄어 앞으로 전망이 더욱 어둡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오너 일가가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사장도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제일기획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 오너 일가가 어떤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
박중선 키움증권 책임연구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이익을 합치면 현금흐름이 늘어나 추가 지분매입이나 신사업 투자에 유용해질 것”이라며 “삼성그룹이 이제 삼성엔지니어링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아 언젠가 칼을 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