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이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을 늘리는 속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11일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2018년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3조4천억 원을 넘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단기 금융업 인가 요건인 자기자본 4조 원에 한층 가까워진 것이다. 단기 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발행어음을 판매할 수 있다.
최 부회장으로서는 빠르게 자기자본 4조 원을 넘겨 발행어음 시장에 뛰어들지 아니면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자기자본을 늘려갈지 방향을 잡아야 할 분기점에 서있는 셈이다.
최 회장은 아직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순이익 증가를 통해 자기자본을 늘리는 것 말고 유상증자 등 다른 방식을 사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아직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기자본 규모를 늘릴 계획은 없다”며 “메리츠종금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강점을 꾸준히 유지하면 자기자본 규모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회장이 급하지 않게 신중히 검토할 수 있는 것은 메리츠종금증권이 2013년부터 증권업계 최상위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하는 저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6%에 이른다.
2018년에는 순이익 4338억을 내 2017년보다 22.1%가 늘었고 자기자본 규모도 1600억 원 정도 늘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2018년 순이익은 4조 원 이상 자기자본 규모를 갖춘 다른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지난해 대형 증권사들의 성적을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은 4983억 원의 순이익을 냈고 미래에셋대우가 4612억 원을 거둬 메리츠종금증권을 앞섰으나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각각 3614억 원, 3344억 원에 그쳐 메리츠종금증권보다 못한 성적을 냈다.
다만 최 부회장이 올해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을 빠르게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증권사들은 더이상 위탁매매 수수료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자체 규모를 키워가며 투자금융(IB) 등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주식시장 전망도 녹록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육성을 위해 자기자본 규모별로 다른 업무와 규제내용을 만들어 놓고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7조의3에 따르면 자기자본 규모 3조 원, 4조 원, 8조 원에 따라 각각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할 수 있는 영업의 범위에는 차등이 있다.
규모를 갖추지 못한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사업상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최 부회장은 2017년에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을 3조 원 이상으로 늘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획득할 때는 748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하고 메리츠캐피탈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속도를 내는 전략을 추진하기도 했다.
자본 조달이라는 측면에서 발행어음이라는 수단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충분하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이 커질수록 자기자본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자체 신용을 기반으로 손쉽게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발행어음은 매력적 수단이 아닐 수 없다.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게 되면 자기자본의 2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메리츠종금증권으로서는 단단한 실적이 뒷받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예상보다 빠르게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도전장을 낼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는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와 중소형 특화 증권사로 양분되고 있다”며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이 자기자본을 활용한 사업의 비중을 늘리면서 자본 조달 수요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