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삼현(왼쪽) 한영석(오른쪽) 현대중공업 공동 대표이사 사장과 정기선(가운데) 현대중공업 부사장. |
'모든 시작은 다른 시작의 끝에서 시작된다.' 로마 철학자 세네카의 잘 알려진 말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인사에서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과
윤문균 현대삼호중공업 사장,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줄줄이 물러났다. 새로운 주역으로는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로 내정된
한영석 가삼현 사장이 떠오르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3세 경영' 시대를 여는 일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인사를 놓고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이동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환구 사장이야 하도급 갑횡포 문제, 노사 갈등 등 책임질 이슈가 많았지만
윤문균 사장은 올해 수주 목표를 초과달성하고 노조와 ‘기본급 동결’에 합의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여러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의 주요 목적은 세대교체 측면이 커 보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인사 이유를 놓고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가삼현 사장이 현대중공업 대표에 내정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선박 영업부문에서
정기선 부사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3세 승계가도를 닦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 사장은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의 측근일 뿐 아니라
정기선 부사장과 연세대학교 동문이기도 하다.
그는 2014년부터 그룹선박해영업을 전담했는데 이듬해 현대중공업 사내이사에 선임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가 부사장은 정 부사장이 현대중공업 그룹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부사장과 함께 해외영업 활동에 나서 ‘
정기선의 영업 멘토’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올해는 세계 최대 선박박람회인 ‘포시도니아 2018’에 정 부사장과 동행했는데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다.
정 부사장은 20여 년 만에 오너경영체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공식 직함만 3개로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부문장,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까지 겸한다. 어느새 그룹의 주요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까지 올라선 셈이다.
다만 30대 젊은 나이에 초고속 승진을 한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만큼 현대중공업을 포함해 그가 직함을 맡은 회사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가 사장은 현재 전면에 나서기에 적합한 인물로 여겨진다.
그는 현대중공업 조선그룹 안에서도 손꼽히는 영업 전문가지만 그룹선박영업본부 수장을 맡은 해부터 조선업황이 나빠지면서 솜씨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선업황이 이제 바닥을 치고 회복세에 들어선 만큼 가 사장은 수년 동안 다져온 영업력으로 수주 확대에 나설 수 있다.
양형모 이베스트 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수주잔고가 증가 추세로 전환했다"며 "새 환경 규제를 앞두고 발주가 확대되면 세계 1위 조선사인로서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봤다.
가 사장이 영업 전문가로 손에 꼽힌다면 동갑내기인
한영석 사장은 선박 건조 총괄에 잔뼈가 굵었다.
한 사장은 현대중공업에서 설계 및 생산본부장을 역임한 뒤 2016년 10월부터 현대미포조선 사장을 맡았다. 설계 엔지니어 시절부터 선박 건조에 문제가 발생될 때마다 선주들이 한 사장을 찾아댔다는 일화도 있다.
현대미포조선 대표를 맡은 뒤 3년 연속 흑자라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 해양부지를 매입해 외주 생산량을 줄이고 자체 블록 및 주요 부품 제작비율도 확대했다. 외주 생산을 줄이면 특정 기자재업체의 변동과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선박 건조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올해도 임단협을 일찌감치 마무리하고 중형 유조선 위주의 선종 포트폴리오를 카페리선 등으로 다각화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매진해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
가삼현 사장이 사업적 부분,
한영석 사장이 기술적 부분을 맡아 호흡을 맞출 것으로 짐작된다"며 "강환구 사장이 하도급 갑횡포 문제 등에 책임을 지고 떠난 만큼 새롭게 시작하는 데도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