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이 2025년 7월17일 경기 성남시 판교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함정기술연구소 개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HD현대 > |
△글로벌 조선발주 ‘가뭄’에도 2025년 HD한국조선해양 순항
2025년 글로벌 조선업계의 수주실적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에도 정기선이 이끄는 HD한국조선해양은 연간 수주목표 달성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도 1~6월 글로벌 선박 수주량은 총 1938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2024년 같은 기간보다 절반이상(54%) 감소했다.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의 2025년 연간 상선 수주목표는 146억 달러다. HD현대중공업이 63억 달러, HD현대미포가 38억 달러, HD현대삼호가 45억 달러로 목표선을 잡았다.
상반기 각사의 상선 수주실적을 보면 HD현대중공업 51억3600만 달러(연간 목표 달성률 81.5%), HD현대삼호 30억5600만 달러(67.9%), HD현대미포 19억1800만 달러(50.5%) 등 3사 합산 상선 수주금액은 101억1천만 달러로 연간 목표 달성률의 69.2%를 채웠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의 경우 1월 25억8400만 달러, 6월 17억6600만 달러 규모의 컨테이너선 건조계약을 각각 체결하면서 수주규모를 확대한 점이 눈에 띈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2025년 연간수주목표를 2024년 목표보다 16% 늘려 설정하는 등 수주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의 2025년 수주목표와 관련해 “2024년 보수적으로 제시한 수주액 목표를 큰 폭으로 초과 달성했는데, 과거 수주액 목표를 높이 잡았다가 달성하지 못해 실망을 안겨주는 패턴을 끊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했다.
조선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LNG 수출 프로젝트 승인이 내려지면서 2025년 하반기에는 미국발 LNG운반선 발주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추진 중인 미국 LNG수출 프로젝트 계획을 종합하면 2028년 31척, 2029년 84척의 LNG운반선이 필요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업계 호황국면에서 수주한 선박들의 건조가 시작되며 실적이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5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7717억 원, 영업이익 8592억 원, 순이익 6116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2024년 1분기보다 매출은 22.8%, 영업이익은 436.3%, 순이익은 216.4% 각각 늘어난 것으로, 8개 분기 연속흑자를 달성했다.
계절적 요인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에도 불구 생산성 향상과 건조 물량 증가, 고선가 선박 매출 비중 확대, 선별 수주에 따른 수익성 개선 등으로 성장을 지속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계열사별 실적을 보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가 두 자리 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가운데, HD현대미포도 흑자를 냈다.
HD현대중공업은 2025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8198억 원, 영업이익 4354억 원, 순이익 2851억 원의 실적을 냈다.
2024년 1분기보다 매출은 27.9%, 영업이익은 1793.0%, 순이익은 847.2% 각각 성장했다.
HD현대미포의 경우 2025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1838억 원, 영업이익 685억 원, 순이익 517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 1분기보다 매출은 18.3% 늘고 영업손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순이익은 무려 2361.9% 증가했다.
HD현대삼호는 2025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9664억 원, 영업이익 3659억 원, 순이익 2714억 원의 성적을 거뒀다.
2024년 1분기보다 매출은 15.3%, 영업이익은 96.3%, 순이익은 46.1% 각각 늘었다.
2024년 7월 인수한 HD현대마린엔진(옛 STX중공업)은 2025년 1분기 매출 830억 원, 영업이익 103억 원, 순이익 139억 원의 실적을 냈다.
2024년 1분기보다 매출은 35.3%, 영업이익은 64.4%, 순이익은 106.7% 각각 증가했다.
태양광사업을 하는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853억 원, 영업손실 30억 원, 순손실 11억 원을 각각 거뒀다.
2024년 1분기보다 매출은 12.6%, 영업손실은 78.7%, 순손실은 94.4% 각각 줄었다.
이밖에 기타사업 연결조정 결과, 매출 9211억 원, 영업이익 4324억 원이 빠졌다.
사업 부문별로, 조선 부문과 선박엔진 부문의 매출·영업이익이 대폭 성장했으며 해양플랜트 부문도 흑자전환했다.
조선 부문은 매출 5조8451억 원, 영업이익 7814억 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각각 21.6%, 207.2% 늘었다.
엔진기계 부문은 매출 6672억 원, 영업이익 154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8.7%, 103.3% 증가했다.
회사 측은 “조선 부문은 생사성 향상에 따른 고선가 선박의 매출이 조기 반영됐다”며 “엔진 부문은 친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이중연료 엔진 비중 확대로 엔진 가격이 상승하고 인도 물량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해양플랜트 부문은 매출 1613억 원, 영업이익 66억 원을 기록했다. 1년전 보다 매출이 43.8% 늘고 영업손익이 흑자로 전환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디지털·친환경 기술 고도화, 스마트 조선소 구축, 자율운항 및 소형모듈원전(SMR), 전동화 기술 개발 등으로 미래 선박 시장을 선도하겠다"며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선별 수주를 이어가 수익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열사별 엇갈린 실적, 조선·전력기기 '웃고' 에너지·건설기계 '울고'
HD현대그룹은 2024년에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사업 분야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HD현대는 2024년 연결기준 누적 매출 67조7656억 원, 영업이익 2조9832억 원, 순이익 1조9302억 원을 거뒀다. 2023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0.5%, 영업이익은 25.8%, 순이익은 145.6% 각각 늘어난 것이다.
조선, 전력기기 등 사업 계열사들은 연중 내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간 반면 정유·화학, 건설기계 등의 사업부문은 대체로 부진했다.
조선업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2024년 연결기준 매출 25조5386억 원, 영업이익 1조4341억 원, 순이익을 각각 거뒀다. 2023년보다 매출은 19.9%, 영업이익은 408.0% 각각 증가했다.
조선업 호황기에 수주했던 고가의 선박들이 건조에 들어가고, 발목을 잡았던 인력부족 문제도 외국인 노동자 취업 확대로 해결을 보면서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계열사 중에서는 HD현대삼호가 여전히 두 자릿수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이 수익성을 점차 끌어올리며 조선사업을 이끌었다. HD현대미포도 연간 영업손익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힘을 보탰다.
전력기기 제조사업을 하는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망 확충에 따른 전력기기 산업 호황국면에 올라타며 2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4년 연결기준 매출 3조3223억 원, 영업이익 6690억 원을 거뒀다. 2023년보다 매출은 22.9%, 영업이익은 112.2% 각각 성장했다.
2024년 내내 호실적을 냈던 조선, 전력기기 사업은 2025년에도 호황국면을 이어가면서 수익성 개선 싸이클이 길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반면 정유·석유화학, 건설기계 분야 계열사는 2024년 수익성 하락으로 신음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4년 연결기준 30조4686억 원, 영업이익 2580억 원을 거뒀다. 2023년보다 매출은 8.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8.2% 줄었다.
상반기까지는 비교적 견고한 실적을 보였지만 3분기에 유가와 정제마진이 동반하락하면서 정유 부문이 대규모 적자를 낸 영향이 컸다. 석유화학 사업도 정제마진 약세로 3분기에 적자를 냈다.
건설기계 사업 계열사들도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건설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감소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2024년 연결기준 매출 4조1142억 원, 영업이익 1842억 원을 거뒀다. 2023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1.7%, 영업이익은 56.0% 쪼그라들었다.
HD현대건설기계는 2024년 연결기준 매출 3조4381억 원, 영업이익 1904억 원의 성적표를 받았다. 2023년 대비 매출은 10.10%, 영업이익은 25.97% 줄었다.
△미국의 조선업 협력 ‘러브콜’에 동분서주
정기선은 미국의 조선산업 부활 정책에 맞춰 미국의 주요 고위인사, 조선·해양 전문가 등과 소통을 늘리고 있다.
미국의 조선산업은 2차대전 이후 지속적으로 쇠퇴해 상선 건조 역량이 크게 뒤쳐진 상황이다.
안보전문가들은 중국과의 해양패권 경쟁에 대비해 미국이 선박건조 능력을 다시 확보해야하고 이를 위해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조선산업 역량을 활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정기선은 2025년 6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한·미 조선협력 전문가 포럼’에 참석했다.
포럼은 2024년 7월 미국 현지에서 ‘HD현대-서울대학교-미시간대학교’ 3자간 체결한 ‘한·미 조선산업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협력 업무협약’의 후속 조치격으로 마련된 행사였다.
이날 포럼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한·미 양국 전문가들이 모여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한 자리였다.
정기선은 포럼 개회사에서 “이번 협력은 단순한 인적 교류를 넘어 한·미 양국이 조선·해양 분야 기술과 비전을 공유하는, 진정한 해양 동맹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양국 조선산업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함께 가자“고 강조했다.
HD현대그룹의 미국 조선산업 진출은 현지 조선소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현지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형태로 이뤄질 예정이다.
2025년 6월19일 HD현대는 미국의 조선사 ‘에디슨슈에스트오프쇼어‘와 ’미국 상선건조를 위한 전략적·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에디슨슈에스트오프쇼어는 미국에서 상선 건조를 위한 야드 5곳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양지원선박(OSV) 300척을 건조·운용하고 있다.
양측은 2028년까지 에디슨슈에스트오프쇼어의 조선소에서 중형 컨테이너선을 공동으로 건조한다.
HD현대그룹은 선박 설계, 기자재 구매대행, 건조기술 지원, 선박블록 제작 공급 등을 맡는다. 향후 협력범위는 항만크레인으로도 넓힌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수선(함정) 분야에서는 방산 조선사 ‘헌팅턴잉걸스’, 방산 기자재업체 ‘페어뱅크스모스디펜스’ 등과 2025년 4월 협약을 맺었다.
헌팅턴잉걸스는 미시시피주에 미국 최대 수상함정 조선소인 잉걸스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지스 구축함, 대형 상륙함, 대형 경비함을 전문으로 건조한다.
HD현대그룹과 헌팅턴잉걸스는 각 사가 보유한 함정 건조 분야 전문성과 역량을 결합해 선박 건조의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건조 비용과 납기를 개선하기 위한 노하우와 역량을 공유키로 했다.
디지털 조선소 구축을 위한 공정 자동화와 로봇, 인공지능(AI) 도입을 비롯해 생산인력 교육, 기자재 공급망 참여도 함께 추진한다. 향후 공동 투자를 위한 협력도 검토하기로 했다.
페어뱅크스모스디펜스와는 미국 현지 공급망 협력에 나선다.
| ▲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이 2025년 6월24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한·미 조선협력 전문가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HD현대 > |
△수소 가치사슬 구축 비전 ‘수소드림 2030’ 반환점 돌아
정기선은 수소를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보고 각 계열사별 가치사슬 구축에 힘쓰고 있다.
정기선은 2021년 3월 태스크포스(TF)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것을 계기로 수소 사업의 청사진을 그려왔다. 친환경·무탄소 연료인 수소가 조선·에너지·전력기기·건설 기계 등 HD현대그룹의 기존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핵심 열쇠라고 바라봤다.
HD현대그룹 계열사들은 2021년 3월25일 발표된 미래성장 계획 ‘수소 드림(Dream) 2030’에 따라 각자의 사업 영역과 연계한 수소 가치사슬 구축에 힘을 주고 있다.
2030년을 목표로 한 수소 드림 2030은 2025년 기준 계열사 별 성과에 차이가 나고 있다.
‘액화수소운반선’, ‘그린수소 해양플랜트’, ‘수소 연료전지’, '수소 고압저장탱크' 등 수소의 저장·운송 분야 역할을 맡은 조선·해양 부문, ‘수소 엔진’ 등 건설기계 부문은 수소 사업 비전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등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반면 ‘블루수소 생산’, ‘수소 충전소’ 등의 생산과 유통 역할을 맡은 그룹 에너지 사업부문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수소 운송(액화수소 운반선), 생산(그린수소 해양플랜트), 활용(수소 연료전지발전) 등의 영역에서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액화수소 운반선 개발은 2030년 완료가 목표다. 이를 위해 호주 에너지기업 우드사이드, 한국 해운사 현대글로비스, 일본 해운사 MOL 등과 2024년 2월 기술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후 개발 상황을 보면 2024년 12월 노르웨이선급으로부터 ‘선박용 액화수소 탱크 제작을 위한 용접절차’를, 2025년 1월 주요 선급사 4곳으로부터 ‘액화수소 탱크의 진공단열 기술에 기본승인’을 받는 등 액화수소 화물창 관련 기술 등을 개발했다.
수소 연료전지 추진선박, 수소 연료전지 발전기 등을 개발하기 위한 수소 연료전지 사업도 2024년 하반기부터 속도가 붙었다.
HD한국조선해양은 1400억 원을 출자해 연료전지 사업을 총괄하는 계열사 HD하이드로젠을 2024년 8월 설립했다. HD하이드로젠은 설립 직후 1065억 원을 핀란드 연료전지·수전해전지 기술기업 컨비온을 인수했다.
그린수소(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해양플랜트 사업은 자회사 HD현대중공업이 2025년 동해 부유식 풍력단지에서 수전해 기술을 이용한 100메가와트(MW)급 그린수소 해상플랜트 실증을 진행한다.
건설기계 부문 HD현대인프라코어도 수소를 연료로 삼는 건설장비와 발전용 엔진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2026년 초부터 트럭용 수소엔진을 양산해 타타대우모빌리티에 공급하고 있다. 이 엔진을 탑재한 차량을 2027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 아모지, SK이노베이션 등과 손잡고 암모니아를 분해해 생산한 청정수소를 사용하는 22리터급 수소엔진발전 시스템도 2027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11리터급 발전용 수소엔진은 2026년 양산 계획을 잡았다.
수소를 직접 태워 동력을 생산하는 수소 엔진은 다른 차세대 동력원인 전기 배터리, 수소 연료전지와 비교할 때 가격 경쟁력이 우위에 있고 출력도 높다.
하지만 HD현대오일뱅크가 추진하는 블루수소 생산, 수소 충전소 사업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5년 2월 기준 회사가 구축한 수소 충전소 수는 15곳으로 파악됐다. 2030년 목표인 180여 개의 10% 미만이다. 회사 측은 수소차 수요 확대 속도에 맞춰 충전소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루수소(생산 중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한 수소) 생산은 아직 시장 개화 전이라 사업 투자 시기를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는 2021년 6월 충남 서산시 대산읍 일대에 연간 20만 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했지만, 현재 블루수소를 생산하진 않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생산된 블루수소는 HD현대E&F가 2025년 시운전, 2026년 3월 상업 가동하는 천연가스-블루수소 발전소에 공급돼야 한다. 하지만 블루수소 투입은 앞으로 수소 경제성을 살펴본 뒤 결정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한편 HD현대오일뱅크는 연구그룹 ‘하이드로젠 에너지’를 운영하면서 수소연료전지·수전해전지용 분리막·전해질막 제조 기술, 암모니아 개질 촉매 개발 등을 연구 중이다.
정기선은 2024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4에 참석해 “해상에서 육상까지 전 지구를 아우르는 수소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미래를 위한 탈(脫)탄소 글로벌 에너지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기선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와 함께 추진하는 ‘수소 프로젝트’도 직접 챙기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는 2021년 3월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 이 협약을 통해 현대중공업그룹과 아람코는 친환경 수소, 암모니아 등을 활용하는 협력모델을 구체화하면서 공동 연구개발도 추진하기로 했다.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와 협력해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선점 시도
정기선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선점을 위해 미국 SMR 기업 테라파워와 전략적 협력을 구축했다.
정기선은 2025년 3월 미국 현지에서 열린 HD현대와 테라파워 간 '나트륨 원자로의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전략적 협약' 체결식에 참석했다.
협약식에는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가 직접 참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인 빌 게이츠는 2006년 테라파워를 설립했다.
두 회사는 협약에 따라 HD현대의 생산기술력과 테라파워의 첨단 SMR 기술을 결합해 나트륨 원자로 공급 능력을 확대하고 상업화에 나서기로 했다.
이어 같은 해 6월 테라파워가 추진하는 6억5천만 달러(약 9천억 원) 규모의 투자 라운드에 HD현대의 이름을 올렸다. 정확한 투자규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앞서 HD현대는 2024년 12월20일 테라파워로부터 나트리움에 탑재할 원통형 원자로 용기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사업 수주에 이어서 테라파워 직접 투자에도 나선 것이다.
HD현대는 2022년 HD한국조선해양을 통해 테라파워에 3천만 달러(당시 환율기준 425억 원)를 투자했다.
계열사 HD한국조선해양은 2024년 2월부터 테라파워와 차세대 SMR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SMR은 친환경·고효율 에너지 원으로 HD현대그룹은 선박 추진체계에 SMR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5년 2월 미국 휴스턴 ‘아시아 소사이어티 텍사스 센터’에서 열린 ‘휴스턴 해양 원자력 서밋(New Nuclear for Maritime Houston Summit)’에서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설계모델을 최초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박상민 HD한국조선해양 그린에너지연구랩 부문장 상무는 “원자력 추진선 상용화에 필요한 국제 규정 마련을 위해 주요 선급뿐만 아니라 국제 규제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며, “육상용 SMR 원자로 제작 사업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해상 원자력 사업 모델 개발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선급(ABS)으로부터 SMR 기술을 적용한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설계모델에 대한 기본인증(AIP)을 획득했다.
| ▲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이 2025년 5월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제이슨 그리미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 HD현대 > |
△HD현대그룹, '기회의 땅' 사우디에 공들여
정기선은 사우디아라비아와 HD현대그룹의 관계를 돈독하게 다지며 사업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정기선은 2025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파이살 알 이브라힘 사우디 경제기획부 장관과 회동했다.
다보스 첫날부터 알 이브라힘 장관와 만나 글로벌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으며, 해양 분야의 지속가능성과 사우디 비전 2030 달성과 관련 협력 기회를 넓히기로 했다.
앞서 2024년도 다보스포럼에서는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이예프 사우디아라비아 산업광물자원부 장관과 회동하는 등 다보스포럼에서 사우디 측 고위인사와의 민남을 지속하고 있다.
정기선은 2023년 12월13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알코라이예프 장관과 술탄 빈 칼리드 알사우드(H.H. Sultan Bin Khalid Al Saud) 사우디 산업개발기금(SIDF)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합작조선소, 엔진합작사를 비롯해 수소 및 암모니아 프로젝트 등 HD현대가 사우디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 전반의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 ‘사우디 비전 2030’ 관련 협력 확대 방안에 관한 의견도 주고받았다.
정기선은 “HD현대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랜 기간 다져온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조선사업뿐 아니라 친환경에너지 사업 등 협력의 범위를 확대해 왔다”며 “현재 진행 중인 협력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는 동시에 앞으로도 공동 발전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보다 약 두달 앞서 정기선은 2023년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에 동행하기도 했다.
당시 HD현대의 전력기기 자회사 HD현대일렉트릭은 사우디아라비아 송·변전 건설 전문기업 알지하즈와 670억 원 규모의 380kV 고압차단기, 변압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정유부문 자회사 HD현대오일뱅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와 ‘블루암모니아 개발·보급 협력 및 탄소포집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정기선은 2022년 11월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장관과 만나 합작조선소, 엔진합작사 등 협력사업의 진척상황과 일정을 점검하고 향후 진행할 미래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등 사업 협력과 관련한 환담을 나눴다.
정기선은 며칠 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국내 20대 그룹 총수 7명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났다. 이날 차담회의 주요 의제는 ‘네옴시티’였다.
정기선은 차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오랫동안 같이 여러 사업을 한 파트너”라며 “앞으로도 여러 가지 미래사업을 같이 하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HD현대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 현지 조선소 건립, 수소생태계 구축 등에서 협력하고 있다.
정기선은 2021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이자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과정을 직접 챙겼다.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와 아람코는 이 협약을 통해 친환경 수소와 암모니아를 활용하는 신사업의 협력모델을 만들고 관련 연구개발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블루수소 생산, 수소충전소 구축, 가스운반선·암모니아운반선·암모니아추진선 개발에 협력한다.
정기선은 2015년부터 아람코 조선소 프로젝트를 통해 아람코와 관계를 다져왔다. 아람코 조선소 프로젝트는 아람코와 손잡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조선소를 짓는 사업으로 정기선이 주도하는 첫 해외사업이었다.
정기선은 2015년 11월 현대중공업과 아람코가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직접 서명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아람코 프로젝트는 정기선 총괄부문장이 더 잘 안다”고 말하며 양해각서 체결의 공이 정기선에게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기선은 사우디아라비아에 합작 조선소를 세우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모든 과정을 직접 챙겼다.
2018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 합작 조선소는 ‘IMI(International Maritime Industries)’라는 이름으로 일부 공사를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합작 조선소 지분은 아람코가 50.1%, 람프렐이 20%, 바흐리가 19.9%, 현대중공업이 10% 정도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9월 IMI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설계기술 판매계약을 맺었다.
이어 2022년 3월 IMI와 파트너십 연장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고 협력 범위를 일반 상선 건조에서 군함 건조로 넓혔다. 현대중공업은 IMI와 군함 건조 외에 군함 연구개발(R&D)과 군함용 엔진 개발도 함께 추진한다.
HD현대그룹과 아람코의 협력관계는 핵심 계열사 HD현대오일뱅크의 지분 매각으로 더 굳건해졌다.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는 2019년 12월17일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주식 4166만4012주(17%)를 1조3749억1239만6천 원(1주당 3만3천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완료했다.
한편 아민 알 나세르 전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정기선을 두고 “사업기회를 포착하는 예리함은 정주영 일가의 DNA에서 온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의 할아버지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항구 건설사업을 수주한 뒤 모든 기자재를 배에 싣고 1만2천km를 항해해 운반하면서도 사고나 기한 지연 없이 항구 건설을 마쳤고 이는 사우디에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HD현대그룹 상장계열사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개
HD현대그룹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주주환원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2024년 12월 기준 HD현대그룹 상장 계열사 10곳 가운데 8곳이 밸류업 공시를 내놓았다.
내용을 살펴보면 자기자본이익률 향상을 비롯 배당 강화,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 상승, 주주소통 확대 등이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다.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지주회사 HD현대는 2024년 12월16일 2024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 8~10% 달성, 별도기준 배당성향 70% 이상,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 87% 달성 등이 포함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4년 12월13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했다. 별도기준 주주환원율 30% 이상, 2027년 연결기준 매출 34조 원, 자기자본이익률 12% 이상, 배당기준일 변경, 자사주 매입·소각, 지배구조 핵심지표 93% 달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HD한국조선해양은 각 사업 부문별로 미래전략을 밝혔다.
상선 부문에서는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친환경 선박 기술 격차를 확대하고 디지털 선박기술을 선도하며 조선소 생산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나선다.
특수선 사업은 차세대 함정 기술을 선도하고 북미, 중남미, 중동, 동남아 등 주요 사업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엔진 부문은 HD현대중공업, HD현대마린엔진, HD현대엔진 등 계열사별 전문화된 생산체계를 확립하고 LNG에 이어 암모니아, 수소등 친환경 엔진 생산 비중을 확대키로 했다.
해양 에너지 부문은 핵심 공정 수익성 강화에 힘쓰고 고수익 프로젝트 위주 영업을 펼치는 한편, 소형모듈원전,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신사업을 본격화한다.
2024년 12월17일 발표된 HD현대일렉트릭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선 별도기준 배당성향 30%, 2027년 자기자본수익률 28%, 2027년 연결기준 매출 4조5800억 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그외 HD현대건설기계는 자기자본이익률 12% 이상, 2029년 매출 6조 원·영업이익률 10%, 주주환원율 30% 이상, 지배구조 핵심지표 90% 이상 달성 등을 제시했고 HD현대인프라코어는 2029년 매출 7조 원 영업이익율 10% 이상, 자기자본이익률 15%, 주주환원율 30% 이상, 매출 4~5% 연구개발에 지출, 지배구조 핵심지표 90% 이상 달성 등의 기업가치 제고 목표를 내놨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경우 2028년까지 연 평균 매출 성장률 20%, 2028년 자기자본이익률 30%, 배당성향 50~70%·1주당 배당금 3천원 이상, 지배구조 핵심지표 90% 이상 달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했다.
△신사업으로 바이오 분야 진출
정기선이 본격적으로 친정체제를 구축한 뒤 추진한 신사업 중에서는 ‘바이오’ 사업이 단연 눈에 띈다.
수소, SMR 등의 신사업은 기존 그룹의 사업들과 연관성이 있고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 반면 바이오 분야는 HD현대그룹의 기존 사업들과 다소 이질적으로 여겨진다.
HD현대그룹의 바이오 계열사는 HD한국조선해양의 계열사 AMC사이언스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4년 11월 270억 원을 자본금으로 출자해 완전자회사 AMC사이언스를 신규 설립했다. HD현대그룹의 공익재단인 ‘아산사회복지재단’도 같은해 12월9일 AMC사이언스의 유상증자에 50억 원을 투입했다.
AMC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의료사업 아산메디컬센터(Asan Medical Center)의 영문 이니셜을 따온 것으로 보인다.
대표이사는 부지홍 HD현대미래파트너스 대표가 맡았다. 셀트리온, 보스턴컨설팅그룹, 차병원그룹, 한국아이엠에스헬스, 한국아이큐비아 등을 거치며 바이오 분야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다.
AMC사이언스의 주요 사업은 ‘의학·약학 연구개발업’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HD현대는 2020년 미래위원회를 통해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를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선점,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하며 투자해왔다”며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바이오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MC사이언스의 전신은 2023년 출범한 서울아산병원 산하 연구조직이다. 단백체 분석을 전공한 김경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 등이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법인의 정식 설립은 연구 결과 발굴한 후보물질의 상업화를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의료업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기존 병원 연구조직인 아산생명과학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 세포치료제, 의료기기 등 연구자원을 AMC사이언스를 거쳐 기술이전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HD현대그룹의 미래 비전으로 ‘퓨처 빌더’ 제시
정기선은 기술 중심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을 뼈대로 한 HD현대그룹의 새로운 청사진을 내놨다.
정기선은 2024년 1월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2024’에서 국내 기업인으로 유일하게 기조연설에 나섰다. 2022년과 2023년에 열린 ‘CES2022’와 ‘CES2023’에서도 HD현대그룹의 비전을 직접 소개한 바 있다.
앞서 정기선은 CES 2022에서 그룹의 미래 비전으로 ‘퓨처 빌더(Future Builder)’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조선사(Shipbuilder)로 성장한 데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HD현대그룹의 CES 참여는 국내 조선사 가운데 처음이었다. 조선사 가운데 디지털 전환에 가장 앞서 있음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할 기회를 모색했다.
CES 2023에서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이뤄낼 ‘오션 트랜스포메이션(Ocean Transformation)’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정기선은 글로벌 조선해양 박람회에도 그룹을 대표해 참석했다. 조선산업의 친환경 기술에 큰 관심을 두고 박람회를 둘러봤다.
HD현대그룹은 2022년 4월과 6월 코로나19 탓에 오랜 만에 열린 노르시핑 2022와 포시도니아 2022에 직접 참석해 다양한 관계자들과 상호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노르웨이 노르시핑 박람회와 그리스 포시도니아 박람회는 독일 국제조선해양박람회와 함께 세계 3대 조선해양 박람회로 꼽힌다.
이 밖에 정기선은 HD현대그룹의 디지털 전환 추진과 관련된 모든 주요 행사에 직접 참석해 사업을 전방위적으로 주도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HD현대그룹은 2022년 12월 서울대학교와 인공지능(AI) 포럼을 개최하며 조선해양 산업의 혁신을 위한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 포럼은 2022년 9월 서울대 대학원에 개설된 ‘스마트 오션 모빌리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정기선이 직접 기획해 추진했다. 행사에는 국내외 산학연(산업, 학계, 연구소) 인공지능 전문가 300여 명이 참석했다.
정기선은 2022년 10월 세계 최고의 빅데이터 기업인 미국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피터 틸 회장과 만나 두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협력 사업을 더욱 진전시키는 방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HD현대그룹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기업용 빅데이터 플랫폼 ‘파운드리(Foundry)’를 조선해양 부문 모든 계열사에 도입하는 계약을 맺고 자율 운영 조선소 기반 구축에 나서고 있다.
2020년부터는 국내 인공지능 산학연 협의체인 ’인공지능(AI) 원팀‘에 조선사로는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AI 원팀은 국내 대표 산학연이 모여 대한민국의 AI 역량을 강화하고 기업 및 산업의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20년 2월 출범한 협력체다. AI 원팀에는 KT, HD현대그룹, 카이스트, 한양대학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LG전자, LG유플러스, 한국투자증권, 동원그룹, 우리은행, 한진 등이 참여하고 있다.
HD현대그룹은 특히 KT와 인공지능, 로봇사업, 스마트팩토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기선은 2020년 6월 KT와 디지털 혁신을 위한 사업협력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기선과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은 당시 현대로보틱스가 KT로부터 500억 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를 유치하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정기선은 2021년 3월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와 한국투자공사(KIC)가 ’해외 선진 기술업체 공동투자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일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투자공사는 최대 1조 원을 투자해 인공지능과 로봇을 비롯한 여러 미래사업 분야에 대한 공동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 ▲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이 2024년 6월19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권오갑 HD현대 대표이사 회장과 회의 시작 전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창립 50주년 맞아 정기선 시대 열어, 새 사명 ‘HD현대’ 출범
현대중공업그룹은 2022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정기선 시대’ 개막을 알리며 오너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22년 12월26일 판교 글로벌R&D센터에서 창립 50주년 비전 선포식을 열고 그룹 명칭을 HD현대그룹으로 변경한다고 선언했다.
HD현대는 ‘인간이 지닌 역동적 에너지(Human Dynamics)’로 ‘인류의 꿈(Human Dreams)’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지주사의 이름을 ‘중공업’을 뺀 HD현대로 정한 것을 두고 기술투자형 지주사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정기선 시대에 맞춘 새로운 근거지로 경기 성남시 판교 글로벌R&D센터(GRC)도 개소했다.
판교 글로벌R&D센터는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 및 경기 성남시와 분당 용인시 마북동 연구센터에 흩어져있던 연구개발(R&D) 역량을 하나로 합친 거점이자 최초로 수도권에 마련된 HD현대그룹만의 사옥이다.
정기선은 비전 선포식에 직접 등장해 임직원들에게 ‘시대를 이끄는 혁신과 끊임없는 도전으로 인류의 미래를 개척한다’는 미션을 공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3대 핵심사업 비전도 제시했다.
조선해양 부문은 ‘바다의 무한한 잠재력 실현’을, 에너지 부문은 ‘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 생태계 구현’을, 산업기계 부문은 ‘시공간적 한계를 초월하는 산업 솔루션 제공’을 각각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권오갑 HD현대그룹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과거 50년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영광의 역사였다면 미래 50년은 기술과 환경, 디지털이 융합된 혁신과 창조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선은 비전선포식에서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 것”이라며 새 기업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키도 했다.
정기선은 2022년 들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에 올랐다. 경영 보폭을 넓힌 것은 정기선 시대의 시작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그해 3월 열린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와 한국조선해양(현 HD현대조선해양)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됐고,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번에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현대중공업지주)와 조선부문 중간지주사(한국조선해양)의 수장을 맡음에 따라 그룹 경영과 관련한 책임감과 무게감이 크게 달라지게 됐다.
그는 현대중공업지주는 권오갑 회장과 함께, 한국조선해양은 가삼현 부회장과 호흡을 맞췄다.
앞서 정기선은 2021년 10월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4년 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이들 회사의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이전까지는 현대중공업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로서 조선 수주에 신경을 쓰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으로서 미래사업 발굴에 힘써왔다.
정기선 시대를 맞아 경험이 풍부한 전문경영인 4명이 대거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들은 정기선을 보좌해 기업을 이끌어 나갈 핵심인물로 여겨졌다.
2021년 10월 현대중공업 사장단 인사에서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손동연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가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강달호 부회장과 손동연 부회장은 2022년 11월 그룹 사장단 인사를 통해 부회장에서 물러나 자문역을 맡게 됐다.
재계에서는 정기선이 언제 사장으로 승진해 현대중공업그룹 오너경영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될지에 관심이 많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21년 현대두산인프라코어(옛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마지막으로 조선, 에너지, 건설기계 등 3대 핵심 사업축을 완성했다. 조선부문에서는 조선업 호황에 발맞춰 대규모 수주 성과를 올렸다. 이런 상황이 정기선 사장 승진에 밑바탕이 됐다.
△HD현대그룹 지배지분 확보
정기선은 HD현대 지분을 늘려나가며 그룹 지배력의 토대를 쌓고 있다.
HD현대그룹은 지주사인 HD현대가 HD한국조선해양을 비롯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로보틱스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지주회사인 HD현대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 그룹 지배력 확보의 관건이다.
통상 30%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하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있는 아산사회복지재단, 아산나눔재단 등의 지분을 합치면 4.39%는 확보한 셈이다.
정기선의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HD현대 지분 26.6%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기선은 6.12%를 보유하고 있다.
정기선은 2024년 5월부터 8월까지 약 3개월 동안 472억 원을 들여 장내매수로 HD현대 주식을 샀다. 취득자금 경위와 원천으로는 모두 증여로 형성한 자기자금으로 공시에 기재됐다.
꾸준한 매입 결과 그의 지분율은 기존 5.26%에서 6.12%가 됐다.
앞서 정몽준 이사장은 정기선에게 2018년 3040억 원을 증여했다. 해당 지금은 KCC가 보유하고 있던 HD현대(당시 HD현대로보틱스) 지분 5.1%를 3540억 원에 매입하는데 사용됐다.
정몽준 이사장이 보유한 HD현대 지분 26.6%의 주인 바뀐다면 증여·상속세는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회사로부터 받는 보수와, 그가 소유한 HD현대 지분 6.12%에서 나오는 배당이 미래 증여·상속세 납부를 위한 정기선의 자금원천으로 꼽힌다.
| ▲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왼쪽)이 2024년 10월7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서 황주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대우조선해양 인수 불발
한국조선해양(현 HD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가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2년 1월13일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승인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은 양사가 결합 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시장을 독점해 경쟁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3월8일 KDB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주식 55.7%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한국을 포함한 6개 나라(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 일본, 유럽연합)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다.
2019년 10월 카자흐스탄, 2020년 8월 싱가포르, 2020년 12월 중국에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조건 없이 승인했다.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은 기업결합심사 결과 발표를 미뤄왔고 이 가운데 유럽연합이 가장 먼저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국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국내 조선산업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다.
국내 조선업은 세계적 조선사인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3사 중심 체제인데 세 회사 사이 출혈 경쟁이 일어나는 등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빅2 체제를 구축해 경쟁을 줄이고 미래기술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한다는 의도였다.
일각에서는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불발에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시선도 나왔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마련해둔 대규모 자금을 미래 준비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되면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예상 참여 규모는 1조5천억 원이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그 뒤 한화그룹의 품에 안겼다. 한화그룹은 2022년 12월16일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49.3%에 해당하는 신주 발행에 관한 본계약을 대우조선해양과 맺었다.
향후 한화그룹은 약 2조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계약된 지분을 취득함으로써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2023년 5월 ‘한화오션’이란 이름으로 새 출발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승리 거머쥐며 건설기계 사업 강화
정기선은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로 재직하는 동안 시장에 매물로 나온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성공하면서 건설기계 사업의 외형을 키웠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인 현대제뉴인(현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2021년 8월17일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29.95%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정기선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지분 인수 3일 뒤 두산인프라코어 본사가 있는 인천공장을 방문해 주요생산 시설을 둘러보고 직원들과 만났다.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KDBI) 컨소시엄은 2021년 2월5일 두산중공업의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4.97%를 8500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는 2020년 12월23일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두산중공업과 맺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는 현대중공업지주뿐 아니라 여러 사모펀드들과 GS건설 등 강력한 경쟁기업들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지주와 유진기업이 본입찰에서 맞붙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각각 인수전을 진두지휘했다.
정기선은 인수전의 실무를 맡으면서 유경선 회장의 장남인 유석훈 유진기업 부사장과 대결구도를 그렸다.
이 때문에 본입찰이 한창 진행되던 2020년 11월 재계에서는 이 인수전을 현대중공업그룹과 유진그룹의 차기 오너가 맞붙은 무대라는 관전평도 나왔다.
결국은 현대중공업지주가 재무적 투자자 KDB인베스트먼트(KDBI)와 컨소시엄을 이뤄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따냈다.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과 육성을 통해 경영능력 입증
정기선은 현대글로벌서비스(현 HD현대마린솔루션)의 설립을 주도하고 2017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4년 간 회사를 키워냄으로서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의 개조 및 유지, 보수 등의 사업을 한다. 정기선은 친환경선박 사업을 발판 삼아 현대글로벌서비스를 크게 성장시켰다.
친환경선박 개조 시장은 환경규제 강화 추세에 따라 블루오션으로 주목받으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분야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기선이 내놓은 목표치에 걸맞은 성장세를 실현해 왔다. 매출은 2017년 2403억 원에서 2021년 1조877억 원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64억 원에서 1130억 원으로 늘었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새 먹거리로 스마트선박 사업을 육성하기도 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20년 부산에 설치한 선박 모니터링 센터를 통해 기존의 '선박운항 솔루션'에 더해 선박 원격진단 서비스까지 선주사에 제공하고 있다.
선박운항 솔루션 사업은 선박의 운항정보 및 엔진의 운전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선단 전체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경제적 운항계획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선박 모니터링센터 부근에 있는 디지털 관제센터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박운항 솔루션 사업은 현대중공업그룹의 통합 스마트선박 솔루션 ‘ISS(INTEGRICT Smartship Solution)’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전망이 밝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 모니터링 센터를 통해 축적한 선박들의 운항 데이터를 활용해 선박 생애주기 관리 사업을 강화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선박 생애주기 관리 사업은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조선소 보증기간 이후 선박의 개조, 수리, 운항, 정비 등 모든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업이다.
선박이 처음 건조된 뒤 1년 동안에는 통상 조선소가 선박의 품질을 보증한다. 그러나 선박의 일반적 내구연한은 25년 안팎이며 최근에는 30년을 넘어 운항하는 선박들도 있다.
당시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선박의 전체 운항기간에 걸쳐 종합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유일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12월 출범할 당시부터 정기선의 ‘경영능력 시험대’로 불리며 안팎의 관심을 받았다. 그가 친환경선박 개조 사업의 성장성을 확신하고 직접 회사 설립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2018년 4월 기자간담회에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기선이 2014년부터 강력히 주장해 세우게 된 회사”라며 “스스로 책임지고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단해 대표이사를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맡으며, 경영승계 포석 깔아
정기선은 그룹의 모태인 조선·해양 분야에서 경영자로서의 역량을 입증하며, 경영승계의 정당성을 쌓았다.
정기선은 2018년 11월 현대중공업의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에 올랐다.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은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그룹)이 2014년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의 영업조직을 통합해 출범시킨 조직이다.
당초 가삼현 사장이 영업본부의 사업대표였고 정기선은 부문장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가삼현 사장이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정기선이 전면에 자리했다.
당시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가삼현 사장이 영업을 총괄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직책 이름이 달라졌을 뿐이고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대표라는 직함의 무게를 생각하면 정기선이 그룹 조선3사의 수주영업에서 책임이 커졌다는 시선이 많았다.
2018년 11월 초 가삼현 사장이 한영석 사장과 함께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에 오른 것 역시 정기선의 3세경영 시대를 여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가 사장이 그동안 선박영업 부문에서 정기선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3세승계 가도를 닦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기선이 생애 첫 대표이사를 맡은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20년 매출 1조 원을 넘기며 그룹에서 정기선의 존재감을 높였다.
정기선의 승계 작업은 2018년 3월29일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 5.1%를 확보하면서 궤도에 올랐다. 정기선은 이 주식 매입으로 단숨에 현대중공업지주 3대주주가 됐다.
현대중공업지주로부터 받는 배당금은 아버지 정몽준 현대중공업지주 최대주주 보유지분 26.6%를 물려받기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체제 재편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그룹)이 지주사 체제 구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7년 4월을 기점으로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와 현대중공업(현 HD한국조선해양), 현대건설기계(현 HD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현 HD현대일렉트릭) 등 4개 기업으로 쪼개졌다.
이 과정에서 정몽준 최대주주가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 지분도 25%를 넘기며 안정적 지분구조가 형성됐다.
2018년 8월에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각각 이사회에서 현대삼호중공업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투자회사를 현대중공업이 흡수합병하는 안을 의결하면서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주사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서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의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 안정적 지주사 체제 구축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기존 지배구조는 ‘현대중공업지주→현대중공업(자회사)→현대삼호중공업(손자회사)→현대미포조선(증손회사)’으로 이어졌으나 분할 및 합병에 따라 현대중공업(자회사) 아래에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나란히 자회사로 들어갔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100%일 때는 예외) 현대중공업그룹은 분할합병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작업은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3월 업계 최대 라이벌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같은 해 5월31일 임시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존속법인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현 HD한국조선해양)과 신설법인인 사업자회사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했다.
이 과정을 거쳐 조선사업의 구조는 한국조선해양(중간지주사) 아래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 조선3사가 놓이는 식으로 재편됐다. 다만 주요 과제였던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끝내 무산됐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20년 5월 자체사업인 로봇사업을 물적분할해 자회사 현대로보틱스를 설립했다. 이 사업분할로 현대중공업지주는 순수지주사가 됐다.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 아래 건설기계부문 중간지주사 현대제뉴인이 2021년 7월 출범하며 조선, 에너지, 건설기계 등 HD현대그룹 3대사업 체제가 갖춰졌다. 현대제뉴인(현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자회사로 현대건설기계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옛 두산인프라코어)를 뒀다.
| ▲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2024년 5월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HD현대그룹이 걸어온 길
HD현대그룹은 조선·정유·건설기계·전력기기·선박서비스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집단이다.
1973년 설립된 현대조선중공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건설 조선사업부를 세운 뒤 1972년 현대울산조선소 기공식을 거쳐 이듬해 현대조선중공업을 설립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해외 건설과 자동차사업 진출 등 바쁜 와중에도 신사업 구상을 멈추지 않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조선소에 대한 꿈을 키웠다. 특히 1960년대 중반 일본 출장 중에 본 가와사키중공업의 고베조선소 시찰에서 단초를 얻었다.
1974년 울산조선소 준공 및 1·2호선 명명, 같은 해 1억불 수출탑 수상, 1975년 현대미포조선소 출범, 1980년 국내 최초 한국형 호위함(울산함) 인도 등을 거치며 사세를 키웠다. 1978년에는 현대중공업으로 회사 이름을 변경했다.
1984년 선박 1천만 DWT(누계 231척)을 인도했고, 1984년 선박해양연구소를 준공해 기술개발에도 힘쓰기 시작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아들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1991년 현대중공업 고문에서 물러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췄다.
1994년 국내 최초로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인도했고, 2000년 엔진사업에서는 국내 최초 디젤엔진 독자모델인 ‘힘센엔진’을 개발했다. 로봇사업에서는 같은 해 산업용 로봇 누적 5천 대 생산을 돌파했다.
2002년 현대그룹 계열분리를 통해 현대중공업그룹이 새롭게 출범했고, 같은 해 삼호중공업 지분을 인수했다. 2007년에는 100억불 수출탑을 수상했고, 2009년 준공된 나로우주센터의 발사대와 발사장 공사도 수행했다.
2010년대 들어서 2010년 현대오일뱅크 인수, 2014년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법인 ‘현대케미칼’ 출범 등 에너지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2017년에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를, 2019년에는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출범시켰다.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통해 조선, 에너지, 건설기계 3대 핵심 사업축을 완성했다.
HD현대는 2024년 연결기준 누적 매출 67조7656억 원, 영업이익 2조9832억 원, 순이익 1조9302억 원을 거뒀다. 2023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0.5%, 영업이익은 25.8%, 순이익은 145.6% 각각 늘어난 것이다.
HD현대그룹은 2025년 5월 기준 자산은 878조7200억 원, 계열회사 수는 32곳이다. 재계순위는 8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