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50년 성장동력'은 AI, 중국 '저가 공세' 대항 스마트 조선소 구축 반환점 돌아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6-06-11 16: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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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회장은 2022년 AI를 그룹의 50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룹의 AI 전환의 핵심 축인 스마트조선소 전환 사업은 2026년 2단계 완성을 앞두고 있다. < HD현대 >
[비즈니스포스트]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회장이 향후 ‘50년 성장동력’으로 인공지능(AI)을 삼겠다고 밝힌지 3년 반이 지나며, HD현대 주력인 조선 사업의 AI 시스템 전환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HD현대그룹의 뿌리인 조선 사업은 지방 제조업 종사인구가 줄어드는 변화에 대응해 △생산 현장 ‘피지컬AI’ 구축 △설계 혁신 △자율운항 솔루션 개발 등 스마트조선소로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 조선 업계와 경쟁에서 기술 격차를 만들기 위해 조선 사업의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는 스마트조선소로 전환하는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2021년 시작해 오는 2030년 완료한다는 계획으로, 현재 프로젝트는 반환점을 돌고 있다.
11일 조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HD현대그룹은 조선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동화·데이터·디지털 관련 기술의 핵심인 AI 기술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HD현대그룹 인공지능 전환(AX)의 컨트롤 타워역할 하는 김형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은 1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서울에서 열린 한국선급 창립 66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AI 시대, HD현대의 새로운 항해’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김 사장이 이날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 미진학 인구를 토대로 추정한 생산직 가용인력은 1960년대 연간 80만 명 수준이었으나, 1990년대는 16만 명, 2020년대에는 8만 명으로 줄고 있다.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60년대 21%에서 2020년대 51%로 늘었다.
이를 두고 김 사장은 “이제 단순 노무직을 구할 수 없는 나라가 됐다”며 “한국 조선업이 이대로 가면 5년안에 문제가 생기고, 10년 안에는 아마 소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해 HD현대의 조선 사업 경쟁력 강화의 두 축으로 ‘소프트웨어 정의 선박(Software Defined Vessel)’, ‘FOS(Future of Shipyard)’를 제시했다.
김 사장은 FOS와 관련해 “모든 제작환경, 생산환경을 시뮬레이션화한 상태에서 경제성이 높은 시뮬레이션을 자동화해, 플랫폼 기반의 생산혁신을 이뤄내는 것”이라며 “플랫폼 기반의 혁신으로 인구사회 구조 변화에 따른 인력 수급 환경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FOS는 공정의 효율화와 인력 생산성의 향상을 목표로 조선소 공정 전반에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기술들을 3단계에 걸쳐 2030년까지 도입하겠다는 ‘스마트조선소’ 구축 사업이다.
1단계는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콘셉트로 디지털 트윈(물리적 사물·체계를 가상 모델로 구현한 것) 기술을 적용한 가상조선소 ‘트윈포스’를 2023년 12월 구축하면서 완료됐다. 트윈포스를 통해 작업자가 공정 상황·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함으로써 대기시간 절감, 중복업무 감소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그는 설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2단계는 ‘연결-예측 최적화된 조선소’가 콘셉트로 AI 기반 연결예측 시스템이 생산·설비·물류 등 공정 데이터를 수집한 뒤, AI가 분석해 최적의 공정 연결 방식을 예측·추천하는 것이 골자다. 2026년 내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지막 3단계는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가 콘셉트로 2030년까지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조선소 전체가 AI와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움직이는 유기체처럼 운영되는 형태다. 완성되면 생산성 30% 향상, 건조기간 30% 단축효과가 기대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FOS의 핵심이 되는 것은 중간 지주회사 HD한국조선해양이 지멘스디지털인더스트리소프트웨어와 2028년 현장 적용을 목표로 개발 중인 ‘선박 설계·생산 일관화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CAD(컴퓨터도움설계)’, ‘PLM(선박 생애주기 관리 시스템)’, ‘DM(디지털 제조)’ 등 각 과정마다 나뉜 시스템을 통합한 것이다. 설계 정보 변화를 생산 현장에도 즉시 반영함으로서 설계 정확도 향상, 생산 계획 최적화, 작업 공정 표준화 효과가 기대된다.
▲ 2019년 한국과 중국의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은 각각 31%와 37%로 차이가 6%포인트에 불과했지만, 2025년에는 21%과 63%로 42%포인트로 벌어졌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의 울산조선소 전경. < HD현대 >
HD현대그룹은 AI를 통한 조선업 체질개선을 강조한 정기선 회장의 의지에 맞춰 AI 관련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2022년 12월 열린 ‘현대중공업그룹 AI포럼’에서 “AI 기술을 활용하면 조선해양 산업의 근본적 혁신을 이룰 것”이라며 “그룹의 새로운 50년에 AI가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 2025년 11월 HD한국조선해양에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AIX추진실’을 설립하고, 김형관 사장에게 그룹의 AI 전환 사업을 총괄하도록 하는 등 회장 취임 이후 AI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조선 업계가 중국과의 수주경쟁에 밀리는 가운데 AI 전환을 통해 이를 만회할 지 관심이 모인다.
2020년 이후 중국 조선 업계가 저렴한 인건비와 다수의 도크 투자를 바탕으로 벌크선·탱커선 등의 선종과 중형선 일감을 쓸어담으며, 선박 수주점유율을 확대한 반면 한국 조선 업계의 점유율은 줄곧 하락세다.
영국 해운시장정보 분석업체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한국과 중국의 수주 점유율은 각각 31%와 37%로 차이가 6%포인트에 불과했지만, 2025년에는 21%과 63%로 42%포인트로 벌어졌다.
한국 조선 업계는 오랫동안 쌓은 건조이력과 품질 신뢰를 바탕으로 LNG운반선을 중심으로 세계 선박 시장 점유율 2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가파르게 상승하는 임금, 인구감소·인식변화에 따른 구인난, 숙련인력의 은퇴시기 도래 등으로 인적 자원 측면에서의 사업경쟁력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동화·디지털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HD현대그룹은 조선 부문에서 AI를 활용한 다양한 체질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HD현대의 자회사 아비커스의 ‘하이나스컨트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오션와이즈’ 등 자율운항 솔루션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2026년 초 기준 하이나스컨트롤은 누적 수주 500척을 달성했고, 오션와이즈도 HMM, SK해운 등 해운사 들의 선박에 적용 사례가 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025년 10월 퓨처테크포럼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AI)은 선박의 지속가능성과 디지털 제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산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긴밀한 글로벌 혁신 동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