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다시 한국을 찾아 '삼겹살 회동'을 포함한 행보를 활발히 이어갔다. 2025년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및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깐부 회동’으로 인공지능(AI)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여준 데 이어진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젠슨 황 CEO의 방한 소식이 알려진 직후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한때 급등해 역대 최고치를 찍는 등 방문 전부터 시장의 기대감도 뚜렷하게 반영됐다.
이번 방한은 젠슨 황 CEO와 회동한 주요 기업 경영진은 물론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로봇 등 한국 AI 산업 전반의 기대감을 다시 높이는 계기로 꼽힌다. 엔비디아와 협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물론 전반적 시장 확대의 수혜가 예상되는 국내 기업들의 사업 전략과 성장 잠재력도 한층 주목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러한 ‘젠슨황 이펙트’가 한국 인공지능 산업과 주요 기업들에 불러올 변화와 파급력, 앞으로의 사업 기회와 과제를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젠슨 황 피지컬AI 전초기지로 한국 낙점, 삼성·현대차 넘어 K인공지능 생태계 키운다
② 젠슨 황이 짠 'AI 생태계' 진입 전쟁, 협력 확장하는 SK 최태원과 추격하는 삼성 이재용
③ 젠슨 황의 '피지컬 AI' 생태계 발 들인 LG 구광모, AI 솔루션으로 미래 판 키운다
④ 작년엔 삼성전자 현대차 올해는 LG전자 네이버, 이유 있는 주가 상승
⑤ 정의선·젠슨 황 미래 사업에서도 '깐부', 현대차그룹 엔비디아 날개 달고 로보틱스 판 키운다
⑥ LG화학 포트폴리오 전환에 엔비디아 구명줄, 김동춘 반도체·로봇 소재로 활로
⑦ 정용진 신세계 데이터센터 구상 힘받나, 젠슨 황 방한에 AI 인프라 관심 확대
⑧ 엔비디아 두산그룹과 전방위적 협력 확대, 적자 늪에 빠진 두산로보틱스에 '한 줄기 빛'
⑨ 베일 벗는 '엔비디아·네이버 동맹', 이해진 젠슨 황 손잡고 AI 영토확장 선언
⑩ SK에코플랜트 반도체 포트폴리오 확대 더욱 힘 붙는다, 김영식에도 반가운 '젠슨 황 효과'
|
|
|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운데)가 5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한 뒤 팬이 가져온 본인의 자서전에 사인을 해서 건네주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개월 만에 다시 한국을 방문해 지난해 10월 말 삼성전자·현대차그룹 총수와 회동에 이어 여러 한국 주요 기업의 CEO들과 협력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젠슨 황 CEO의 과거 한국 방문이 데이터센터용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수인 HBM(고대역폭메모리) 확보에 집중됐다면 이번에는 로봇과 제조업에서 피지컬(물리적)AI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엔비디아는 지금까지 생성형AI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나 앞으로는 사업 생태계를 피지컬 AI로 확장하려는 계획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젠슨 황 CEO는 제조업 강국인 한국의 기업을 '깐부(친구)'로 삼아 피지컬 AI 시대의 사업 영토를 확장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 생성형AI 넘어 피지컬AI 시대, 엔비디아가 한국 제조업 생태계 주목
8일 비즈니스인사이더와 블룸버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인공지능 시장 중심이 챗GPT 같은 생성형AI에서 실제 산업 현장으로 확장되는 피지컬AI로 이동하면서 'AI 대장기업' 엔비디아의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엔비디아는 빠르게 생성형 AI에서 피지컬 AI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이런 변화의 중심에 한국 기업이 자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5일자 기사를 통해 “젠슨 황 CEO의 이번 방문은 한국이 인공지능 열풍의 중심지로 부상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황 CEO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한국을 찾아 주요 기업인과 잇달아 회동하고 있다.
앞서 황 CEO는 올해 1월 가전 박람회인 CES 기조연설에서 “피지컬AI에서 챗GPT가 보였던 순간이 곧 온다”고 언급했다.
황 CEO가 전 세계에 인공지능 열풍을 부른 챗GPT처럼 피지컬AI도 부상할 것이라고 발언한 뒤 반년 만에 한국을 방문해 기업 총수 및 CEO와 연이어 회동하는 셈이다.
황 CEO가 강조한 피지컬AI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로봇이나 자동차 자율주행 같은 실제 물리 세계에서 사물을 인지하고 이해해서 복잡한 행동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작업을 뜻한다.
그동안은 챗봇을 비롯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성능을 고도화하는 차원에서 생성형 AI용 데이터센터에 투자가 집중됐는데 시장의 중심이 물리 세계의 인공지능 구현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피지컬AI에 투자금 흐름도 빠르게 몰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월31일자 기사에서 조사업체 피치북 자료를 인용해 글로벌 피지컬AI 및 로봇 투자 규모가 2019년 42억 달러(약 6조5천억 원)에서 2025년 260억 달러(약 40조 원)로 급증했다고 전망했다.
이런 흐름을 놓고 자산운용사 블루야드캐피털은 월스트리트저널에 “거대한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 ▲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기업에 직접 투자하기도 한다. <그래픽 제미나이로 제작> |
◆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피지컬AI의 실험장
한국은 피지컬AI에 필수 부품인 반도체부터 피지컬AI를 구현할 자율주행 자동차와 로봇 등 단단한 제조업 가치사슬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그룹, HD현대, 한화, 두산 등 각자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주요 제조기업이 한국 한 나라에 집중돼 있다.
인공지능은 연산 특성상 전력을 대거 소비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전력기기 등 인프라 측면에서도 한국은 공급업체를 구하기 수월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황 CEO는 5일 한국에 입국한 직후 기자단에 “4가지 새로운 사업 기회라는 선물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는 베라 루빈과 베라, RTX스파크와 젯슨 토르이다.
인공지능의 두뇌 역할을 하는 차세대 서버용 가속기 베라 루빈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된다.
젠슨 황 CEO는 SK하이닉스와 베라 루빈에 들어갈 전용 메모리를 공동 개발한다고 8일 발표하기도 했다.
베라는 엔비디아가 만드는 중앙처리장치(CPU)로 인공지능 시대에 인텔의 아성을 무너뜨리려는 야심작이다. 역시 한국의 HBM이 중요하다.
RTX스파크는 엔비디아의 첫 AI 노트북으로 크래프톤과 엔씨 등 소프트웨어 기업과 연결된다. 젯슨 토르는 로봇 개발용 컴퓨터 시스템으로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를 둔 현대차그룹과 엮인다.
또한 엔비디아는 8일 피지컬 AI 데이터와 관련해선 SK텔레콤과 네이버, 로봇 기술을 놓고서는 LG전자와 두산그룹 등과도 각각 협업을 늘린다고 각각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5월31일자 기사를 통해 AI 투자 수혜 범위가 반도체를 넘어 로봇과 서버 및 전력이나 냉각장비 등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가 이러한 추세에 맞춰 인공지능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최적의 시험장으로 한국이 부상한 모양새다.
자산운용사 BNP파리바자산운용은 블룸버그를 통해 “인공지능 랠리의 다음 단계는 개별 산업별 수혜주가 중심이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 ▲ 피지컬AI 기업인 리얼월드(RLWRLD)가 개발한 로봇 손이 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GTC)에서 마우스를 쥐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의존 성장모델 한계, 피지컬AI가 새 돌파구
현재 엔비디아 사업은 인공지능 반도체로 쓰이는 GPU(그래픽처리장치)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인공지능 산업을 지탱하는 빅테크 사이 대규모 투자 구조를 ‘순환투자(Circular Deals)’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기업에 투자하고 해당 기업은 다시 엔비디아 GPU를 구매하는 방식을 꼬집은 것이다.
블룸버그는 인공지능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투자 가치 하락과 고객 수요 감소가 동시에 발생하는 이중 손실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지만 수익성 검증은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는 시각도 많다.
아마존과 구글 등이 각각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한다는 점도 엔비디아로서는 우려할 만한 요소로 꼽힌다.
동시에 중국도 로봇용 인공지능과 반도체 분야에서 엔비디아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스타트업인 스피릿AI가 로봇의 인공지능 학습 모델의 성능 평가인 '로보아레나(RoboArena)'에서 엔비디아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고 3일 보도했다.
이렇듯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데이터센터와 GPU 판매 중심 사업만으로는 장기적 성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셈이다.
결국 엔비디아는 제조업과 로봇 및 자동차와 물류 등 잠재력이 피지컬 AI를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로 삼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과 접점을 더욱 늘릴 공산이 크다.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기업은 피지컬AI 성능을 고도화하는 데 필수인 데이터도 자체적으로 확보해 엔비디아와 협업에 시너지를 낼 가능성도 떠오른다.
젠슨 황 CEO는 8일 서울 종로구 SK텔레콤 사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로보틱스와 피지컬 AI의 시대가 마침내 도래했다”며 “한국보다 더 잘 준비된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