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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린 기자의 내돈내굴] 돈에 '이름표'를 붙여라, 시드머니를 모으고 굴리는 가장 현실적 방법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6-06-08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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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아무리 요즘 인공지능(AI)이 똑똑하다지만 매수, 매도 버튼을 누르는 것은 사람이다. 내 돈은 결국 내가 굴려야 한다. 학창시절 수학은 포기했지만 재테크는 포기 못한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 같은 투자 문외한을 위해 손쉬운 재테크 가이드를 써 보기로. 이코노미스트부터 펀드매니저, 프라이빗뱅커(PB)까지 금융 전문가들을 찾아가 재테크 입문자의 시선으로 질문을 던지기로. 누굴 만나도 주식 얘기를 하는 2026년, 그들의 입을 빌어 투자 이야기를 펼쳐본다.

[박혜린 기자의 내돈내굴] 돈에 '이름표'를 붙여라, 시드머니를 모으고 굴리는 가장 현실적 방법
▲ 2026년 들어 주식시장 열풍이 거센 가운데 재테크의 성패를 가르는 출발점으로 '종잣돈(시드머니)'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월급이 들어왔다.

요즘 가장 ‘핫’하다는 주식을 샀다. 회사에서도, 유튜브에서도, 뉴스에서도 다 그 종목 이야기뿐이다. 나도 월급에서 조금 떼어 투자했다.

그런데 보름쯤 지났을까.

부모님 생신이 다가오고 친구가 결혼식 청첩장을 보낸다. 여름 옷도 강아지 간식도 사야 한다. 생각했던 지출, 생각하지 못했던 지출, 이래저래 돈 나갈 일이 연달아 생긴다. 

통장을 들여다본다. 당장 꺼내 쓸 수 있는 돈은 별로 없다. 결국 얼마 전 산 주식을 판다. 조금만 더 두면 오를 것 같은데... 아쉽지만 방법이 없다. 생활비가 먼저다.

그런데 꼭 이런 날은 이상하다. 내가 팔고 나면 주가는 더 오른다.

좋은 종목을 못 골라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잘 골랐다. 문제는 그 주식을 오래 들고 있을 돈이 없었다는 데 있다.

그제서야 투자의 시작은 '종잣돈'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종잣돈, 영어로는 'Seed Money', 말 그대로 씨앗이 될 돈이다.

씨앗은 심어놓고 며칠 뒤 다시 파내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싹이 트고 줄기가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릴 때까지 땅속에 묻어둬야 한다.

재테크를 위한 돈이야말로 당장 생활비로 꺼내 써야 하는 돈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 자산을 불려줄 씨앗으로 남겨둘 수 있는 돈이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씨앗을 심었다가 싹도 틔우기 전에 홀랑 파내 써버리고, 다시 겨우 씨앗 하나를 구해 심어놓고는 사과나무 100그루가 자라기를 바라는 양심 없는 투자자였다.

나만 이런 건 아닐 것이다. 

일단 있는 돈으로 주식, 코인, 상장지수펀드(ETF)부터 산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김홍중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을 찾아갔다. 질문은 단순했다.

"재테크를 제대로 시작하려면 종잣돈이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 돈은 도대체 어떻게 만드나요?"

◆ 월급쟁이 부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 평소 소비 패턴을 파악하라

김홍중 팀장은 "진부한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며 양해를 먼저 구한 뒤 이렇게 말했다.

"안 쓰고 모아야죠.”
 
[박혜린 기자의 내돈내굴] 돈에 '이름표'를 붙여라, 시드머니를 모으고 굴리는 가장 현실적 방법
▲ 김홍중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은 유튜브, SNS 등 인터넷으로 재테크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주거래은행 등을 찾아 금융상품을 비롯한 자산관리 상담을 받아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꼭 PB센터가 아니더라도 은행원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많은 정보와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비즈니스포스트>

김 팀장은 종잣돈을 잘 모으기 위한 첫 단추로 '돈에 이름표를 붙이는 일'을 꼽았다.

그는 "재테크는 결국 소비를 관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내가 지금 쓰는 돈이 정말 써야 하는 돈인지, 아니면 단순히 쓰고 싶은 돈인지 구분하는 것이 첫 단계"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소비를 줄이는 것의 효과를 설명하며 소비와 금리를 연결한 흥미로운(?) 동기부여 계산법도 알려줬다.

"한 달에 술자리 두 번만 줄여 25만 원을 아끼면 1년에 300만 원이 모입니다. 연 3% 예금금리를 가정하고 연 300만 원의 이자를 받으려면 은행에 1억 원 정도를 넣어둬야 합니다. 한 달에 술 두 번을 참는 자제력이 1억 원의 경제적 가치를 만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련해 보일 수 있지만 쓰고 싶은 돈을 조금 덜 쓰는 것의 가치가 생각보다 크다는 이야기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월급은 매달 비슷하게 들어오는데 소비는 그렇지 않다. 카드 명세서를 들여다보면 기억도 나지 않는 소비가 생각보다 많고, 어떤 달에는 내 월급으로 이만큼 소비하는 게 가능했나 싶기도 하다.
 
김 팀장은 가계부나 카드 앱 같은 도구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어디에 얼마를 쓰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줄일 수 있는 소비도 보이기 때문이다. 

종잣돈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에서도 은행 앱이나 자산관리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김 팀장은 "최근 금융 앱들에는 목표 금액을 설정해 관리하는 기능이 잘 마련돼 있다"며 "목표를 눈에 보이게 만들어두면 실천력이 확실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회초년생이라면 자신의 상황에 맞춰 1천만 원, 5천만 원, 1억 원처럼 딱 떨어지는 숫자로 단계를 끊어 종잣돈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며 "너무 큰 목표를 한 번에 바라보기보다 달성 가능한 단계를 하나씩 넘는 방식이 지속하기 쉽다"고 덧붙였다.

◆ 적금의 힘, 종잣돈 모을 때는 ‘거북이’가 되라

평소 소비습관을 확인하고 목표금액도 설정했다면 다음은 실제 돈을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 실전 단계로 들어선다.

김 팀장은 월급의 70%를 저축과 재테크로 먼저 이동시키고 나머지로 한 달을 사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혜린 기자의 내돈내굴] 돈에 '이름표'를 붙여라, 시드머니를 모으고 굴리는 가장 현실적 방법
▲ 김홍중 팀장은 종잣돈을 모으는 좋은 방법으로 은행 적금을 추천했다. 최근 들어 은행권이 시장금리 상승세를 반영해 수신상품 금리를 3% 이상으로 높이면서 적금 상품의 매력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거리의 시중은행 ATM 모습. <연합뉴스> 

솔직히 말하면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70%를요? 그게 가능한가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웃으며 "이상적 예시로 70%를 제시했지만 비율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자신이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김 팀장 역시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 지출이 많은 시기라 "지금은 저도 소비 비중이 50%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매달 얼마를 모을지 결심했다면 이제는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돈을 묶어둘 차례다.

김 팀장은 적금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요즘은 ETF나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 더 현명해 보인다. 적금은 왠지 시대에 뒤떨어진 방법 같다. 얼마 되지도 않는 이자를 받으면서 돈을 묶어두는 것이 무슨 재테크인가 싶다. 

그런데 김 팀장의 생각은 달랐다.

김 팀장은 "적금은 사실 이자를 받으려고 하는 상품이 아니다"며 "돈을 묶어두기 위한 상품이다"고 말했다.
 
적금은 중도해지하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 때문에 웬만하면 깨지 않게 된다. 약하디 약한 인간의 자제력에 강제성을 얹어주는 도구인 셈이다.

김 팀장은 ETF나 주식 투자 수익은 쉽게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투자로 번 돈을 '보너스'처럼 여기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잣돈을 만드는 단계에서는 적금처럼 강제로 돈을 묶어두는 상품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사회생활 1~3년 차라면 예·적금 비중을 전체 재테크 계획의 90% 비중까지 가져가는 것도 괜찮다고 바라봤다. 우선은 수익률보다 종잣돈 자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코스피200이나 S&P500 같은 지수형 ETF에 적립으로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그는 이런 상품은 종잣돈이 어느 정도 쌓인 뒤 활용하는 것이 더 좋다고 봤다.

김 팀장은 "내가 돈이 필요할 때 그 상품이 반드시 수익을 내고 있다는 보장은 없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며 "아무리 좋은 금융상품도 1~2년 뒤, 혹은 5년 뒤 ‘써야 하는 돈’이라면 투자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ETF나 적립식 펀드 같은 투자 상품은 적어도 10년 정도를 바라보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다들 아는 이야기지만 가장 중요한 원칙 하나도 덧붙였다.

"분할매수는 진짜 필수입니다."

◆ 돈에도 ‘이름표’가 있다, 종잣돈을 활용할 때도 전략이 필요하다

종잣돈은 모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활용할지에 관한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김 팀장은 종잣돈을 모을 때와 마찬가지로 활용할 때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돈에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의 내돈내굴] 돈에 '이름표'를 붙여라, 시드머니를 모으고 굴리는 가장 현실적 방법
▲ 요즘은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 앱을 통해 소비와 지출 관리를 비롯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진은 케이뱅크 이미지.

김 팀장은 "돈이 그냥 숫자인 것 같지만 사실은 다 이름표가 있다"며 “실제 고객 상담을 할 때도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돈의 용도를 묻는 것이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고객이 10억 원을 가지고 와서 어떻게 운용하면 좋겠냐고 물어보더라도 곧바로 투자 상품부터 추천하지는 않는다. 그 돈이 언제, 어디에 쓰일 돈인지를 먼저 확인한다.

김 팀장은 “내년에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돈인지, 집을 사기 위해 모아둔 돈인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굴려도 되는 돈인지부터 물어본다”며 “반드시 지켜야 하는 돈이라면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야 하고 반대로 당장 쓸 계획이 없는 돈이라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마지막으로 모든 재테크의 출발점은 남들이 하는 방법이 아니라 내가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목표도, 저축 비율도, 상품 선택도 결국 자신의 소득과 지출 구조, 그리고 투자 성향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결국 재테크는 오래 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라며 "남들을 따라 거창한 목표를 잡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작고 현실적 목표를 잡아야 더 꾸준히 멀리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를 줄여라. 저축을 해라. 가계부를 써라. 분할매수를 해라.

솔직히 말하면 너무 많이 들어본 이야기라 약간 김이 새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김 팀장의 설명을 듣다보니 종잣돈을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는 처음부터 ‘정답’이 있는 이야기였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이미 그 정답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워런 버핏 전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에게 "당신의 투자법은 단순한데 왜 사람들은 따라 하지 않느냐"고 묻자 버핏 회장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아무도 천천히 부자가 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종잣돈의 중요성을 알았지만 종잣돈을 차곡차곡 모은 뒤 투자를 시작하기보다 그 지루하고 안달 나는 시간을 건너뛰고 바로 ‘대박’을 터트릴 투자에 뛰어들고 싶었으니, 그 마음을 잘 안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수익률을 높이려는 시도보다 먼저 첫 계단에 올라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시드머니가 쌓여야 비로소 돈이 돈을 버는 ‘달콤한’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이제 씨앗은 마련했다.

다음 과제는 이 씨앗들을 어디에, 얼마나 심을 것인가다. 다음 편에서는 국장, 미장, 금, 달러, 코인 사이에서 흔들리는 초보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고민을 풀어보려 한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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