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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가난한 사람은 '카톡'도 쓰지 못한다고? AI 시대 '우리를 서럽게 하는 것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28@businesspost.co.kr 2026-04-29 10: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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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가난한 사람은 '카톡'도 쓰지 못한다고? AI 시대 '우리를 서럽게 하는 것들'
▲ 카카오톡이 비대해지면서 구형 스마트폰에서는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조차 사용하지 못하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카카오> 
[비즈니스포스트] 내 스마트폰으로는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이하 카톡)을 이용할 수가 없다. 앞으로 카톡으로 보내지는 알림 공지는 어떻게 받지?   

정부기관에서 받은 한글(아래아 한글) 문서 파일이 내 컴퓨터에서는 열리지 않는다.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도 없다. 윤리 잣대로 지탄할 수도 없다.

전적으로 나의 뒤처진 경제 형편과 휴대전화를 오래 사용하는 '잘못된' 습관을 탓할 수밖에 없다. 내 가슴을 칠 뿐, 다른 누구를 원망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다.

그래서 슬프다. 아니 서럽다.

AI 시대에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아니 '우리를 서럽게 하는 장면들'이다.
 
김 모 씨는 삼성전자 '갤럭시S7'을 쓰고 있다. 딸이 고생해서 번 돈으로 사준 거라, 행여 어디 부딪히거나 떨어뜨려 고장 낼까 조심조심 쓰다 보니 아직도 멀쩡하게 잘 작동된다.

그런데 갑자기 카톡이 먹통이 됐다. 카톡을 업데이트하라는 안내를 받았는데, 업데이트를 누르면 하면 업데이트는 안 되고 엉뚱한 버튼만 자꾸 뜬다.

저장 공간(메모리) 부족 문제인가 싶어 안보는 영상·사진과 안 쓰는 앱 등을 지워 여유 공간을 확보한 뒤 휴대전화를 재부팅했지만 해결되지 않는다.

홍 모 씨도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 갑자기 카톡이 안돼 휴대전화가 고장났나 싶어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더니, 스마트폰을 최신 것으로 바꿔야 한단다. 서비스센터 직원은 요즘 어르신 이용자를 중심으로 카톡이 안 된다며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홍 씨는 "돈 모아 스마트폰을 새로 사기 전까지는 문자 메시지로 소통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카톡 이용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들이다.

카톡을 쓸 수 있는 모바일 운영체제(OS) 최소 기준(버전)이 상향돼서란다. 최소 지원 버전 이전 운영체제가 탑재된 구형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갑자기 카톡이 먹통이 됐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카카오의 최신 업데이트 정책에 따라, 스마트폰 운영체제 가운데 안드로이드는 9 이상, iOS는 15 이상 환경에서만 카톡 재설치와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달 10일 "카카오톡 모바일 최소 지원 버전을 'v11.0.0'으로 상향한다"고 안내하며 "안드로이드는 9, iOS는 15 이상 환경에서 카톡 설치와 업데이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 이전 버전에서는 카톡 설치와 업데이트가 제한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갤럭시S7 시리즈와 이전 모델이, 애플 iOS 스마트폰은 아이폰6 시리즈와 이전 모델이 영향권에 든다. 

적용 시점은 지난 4월13일이었다.

카카오는 언론에 "앱 개발사들이 일정한 주기를 두고 구형 버전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이라며 "서비스 안정성과 안전성을 감안해 최소 지원 버전을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사전 공지 때 '갑작스럽게 사용이 중단돼 불편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여유를 두고 미리 안내하니 기간 내 준비를 하라'고 당부했다"고도 했다.

이 문제는 스마트폰을 최신 것으로 바꾸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새 스마트폰 가격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경제적 약자들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슬프고 서럽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요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입기자 중에는 과기정통부 한글 보도자료 문서를 열어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과기정통부는 올 초까지만 해도 이메일로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 hwpx 규격 문서와 hwp 규격 문서를 함께 보냈다. 하지만 언제인가부터는 hwpx 규격 문서로만 보내고 있다.

hwpx는 개방형 규격이라 AI 인식률이 좋고, 초기에 만들어진 hwp 형식은 비개방형 규격이라 AI 인식률이 떨어진다. AI 인식률을 높이려면 hwpx 규격으로 바꿔줘야 한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이런 상황을 들어 hwp 형식 문서를 제외시켰다.

한글과컴퓨터는 hwp를 한글로 작성되는 문서의 기본 규격으로 삼았다가 5년 전쯤 hwpx로 바꿨다. 한글로 문서를 작성한 뒤 hwp 규격 문서로 저장하려면 따로 이를 선택한 뒤 저장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문제는 구형 한글 워드프로세서로는 hwpx 문서를 열어볼 수 없다는 점이다. 문서를 클릭하면 '런 타임 에러' 메시지를 담은 덧창(팝업)만 뜬다.

hwpx 문서를 열어보려면 한글과컴퓨터의 최신 한글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을 구매해야 한다. 

이런 불편은 곧 청와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등 다른 부처 출입기자들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니 최신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돈이 없어 사지 못하는 국민 모두가 같은 문제를 겪게 된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지난 24일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AI 시대 필수 과제인 개방형 포맷 전환 가속화를 위해 실제 문서가 유통되는 핵심 채널에서 AI 인식 효율이 낮은 hwp 파일의 첨부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온나라시스템, 온메일, 공직자 통합메일을 적용 대상으로 꼽았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가난한 사람은 '카톡'도 쓰지 못한다고? AI 시대 '우리를 서럽게 하는 것들'
▲ 정부가 'AI 인식률' 문제를 들어 보도자료 등에 hwpx 규격 문서만 첨부하게 하면서 국민이 최신 한글 워드 프로그램이 없으면 정부 자료를 읽어보지도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    
국가인공지능전략위는 보도자료에서 "최근 오픈AI 가 챗GPT의 hwp 파일 읽기 지원을 밝히는 등 한글 문서의 활용성이 일부 개선되고 있으나, hwp 파일은 개방형 포맷인 hwpx와 달리 AI가 내부 정보를 분석하고 학습하기 어려운 폐쇄형 구조를 지니고 있어 여전히 AI 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국가AI전략위 데이터 분과(분과장 백은옥 한양대 공과대학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교수)에서 공공 부문부터 유통채널 내 hwpx가 아닌 hwp 파일의 첨부를 원천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국가인공지능전략위는 지난 3월31일 임문영 부위원장 주재로 행안부과 문체부 등 관계 부처와 긴급회의를 갖고 이 의견을 정식 제안했으며, 이후 불과 20여일 만에 행안부와 문체부가 세부 조치 계획과 구체적 일정을 수립하며 속도감 있는 실행에 나섰다"고 했다.

향후 다른 부처와 정부기관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들도 순차적으로 이같은 조치에 나선다는 얘기다.

물론 이 문제 역시 한글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경제적 형편만 되면 바로 해결할 수 있다.

관점을 바꿔보자.

카카오는 스마트폰을 최신 것으로 바꿀 능력이 안 돼 카톡을 못쓰는 상황을 가난한 이용자들의 문제로 방관해도 될까.

정부는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최신판으로 바꿀 능력이 안 돼 기자들이 정부 보도자료를 열어보지 못하고, 국민이 정부 문서를 읽지 못하는 상황을 방치해도 될까.

카카오톡은 그동안 '국민 메신저'로 불려왔다. 이를 바탕으로 문자 메시지나 우편으로 이뤄지던 각종 공지와 통보가 카카오톡으로 전환되고 있다. 정부 전자문서 서비스도 카톡으로 옮겨가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카톡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이같은 공지 서비스를 되돌리거나 멈춰야 할 수 있다. 보편성이라는 측면에서 자격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카카오톡 앱의 비대화는 카카오가 수익 극대화를 위해 부가 서비스를 줄줄이 더한 결과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상황도 아니다.

카카오가 욕심을 조금만 비우면 바로 해결된다. '라이트' 버전을 따로 내놓는 방법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hwpx 문서를 열어보지 못하는 국민이 늘어난다는 것은 정부와 국민 사이 소통이 멀어지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거나, 한컴에 요청해서라도 hwpx 뷰어 기능 프로그램 배포 활성화 등을 꾀해야 하지 않을까.

부작용의 심각성을 인식해 나름 보완책을 찾는 곳들도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보도자료를 hwpx 문서와 함께 pdf 문서로도 보내준다. 행안부는 누리집 내 보도자료 게시판을 개편, 보도자료 본문을 웹상에서 바로 읽고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AI의 문서 인식률을 높여 '모두의 AI'와 'AI 3강' 시대를 열기 위해 hwp 규격 문서 첨부를 제한하는 정부의 '큰 그림'에 딴죽을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아울러 카카오가 카카오톡 서비스 수익 모델을 극대화하기 위해 애쓰는 것에 발목을 잡을 생각도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단순히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밀려나거나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면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

AI 시대에도 '포용'은 필요하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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