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G유플러스가 4월13일부터 가입자식별번호(IMSI)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가입자를 대상으로 IMSI를 암호화하는 유심 교체와 재설정 작업을 진행한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LG유플러스가 가입자식별번호(IMSI)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 중인 유심 무상 교체를 두고 회사와 소비자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조치를 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사후 수습이 아니라, 보안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선제적 예방 대응으로 규정했다.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현재 문제로 지목된 IMSI 체계에 구조적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국제 이동통신 표준화 기구인 3GPP는 IMSI를 의무 암호화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인증 과정에서 암호화된 키 값을 추가로 검증하는 절차도 존재해 실제 보안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기술 발전과 함께 해킹 수법도 고도화되면서 보다 강력한 암호화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일각에서 주장하는 LG유플러스의 신규 가입 중단과 같은 강경 대응까지 거론되는 상황은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다소 과도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시선을 가입자, 소비자로 돌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강화된 보안 체계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유심 교체나 재설정이 필요하고, 이는 결국 가입자가 직접 시간 내 매장을 방문하는 불편함을 유발한다.
매장을 직접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은 기업에게는 단순한 절차일 수 있지만, 가입자에게는 분명한 비용이다. 보안을 위한 조치가 오히려 또 다른 불편으로 체감되는 지점이다.
여기에 최근 경쟁 통신사 측의 발언은 적지 않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경쟁 관계에 있는 통신사 관계자는 고객 가치 혁신을 강조하며 “고객이 겪은 부정적 경험은 몸으로 기억되는 것이어서 쉽게 잊히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가입자가 체감하는 부정적 경험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이 대목에서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이 지난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메시지가 떠오른다.
홍 사장은 2025년 취임 당시 신년사에서 '고객 감동'을 최우선 가치로 제시했다. 2026년 신년사에서도 ‘TRUST(신뢰)’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며 고객 신뢰를 모든 성과의 출발점으로 규정했다.
LG유플러스의 IMSI 암호화를 위한 유심 전면 교체에 대한 부정적 반응 이면에는 통신사가 소비자의 불편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깔려 있다.
보안 강화라는 명분 아래 가입자가 감수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대해 기업이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가 본질이다.
홍 사장이 약속한 고객이 미처 인식하지 못한 요구까지 찾아내는 혁신이 말로만 그치지 않으려면, 이번 사안에서도 출발점은 가입자이어야 한다. 가입자의 불안과 시간을 먼저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진정한 고객 가치는 거창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가입자가 겪는 작은 불편을 얼마나 세심하게 보듬느냐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오는 4월13일부터 시작될 유심 교체와 재설정 작업도 단순한 기술적 보완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매장을 찾는 가입자에 최소한의 배려와 보상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소정의 혜택이나 포인트 제공만으로도 당신의 시간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금액이 아니라 기업의 태도다.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방어 논리보다 가입자의 불편함을 먼저 챙기는 진정성이야말로, 지금 LG유플러스가 마주한 소비자 신뢰의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는 해법이 될 것이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