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가 정부 제재로 발이 묶이며 저비용항공시장에서 1위 제주항공을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항공기 도입과 노선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과열 경쟁' 상황에서 진에어가 내실을 다지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 최정호 진에어 대표이사.
24일 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국토교통부의 제재 때문에 경쟁사들의 공격적 몸집 불리기 경쟁을 바라만 보고 있다.
저비용항공시장은 이미 경쟁 과열 국면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10월 안으로 신규 저비용항공사 희망 사업자 면허 신청을 마무리하고 2019년 1분기 안으로 심사를 마무리하기로 결정하면서 다음해 상반기에는 새운 저비용항공사가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저비용항공사가 공급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일반적 시장에서는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지만 저비용항공업계에서는 반대로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낼 때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저비용항공사는 노선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진에어는 발이 묶여 있다.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의 경영의 정상화를 판단할 때까지 신규 항공기 도입, 신규 노선 취항 등의 활동을 할 수 없다.
진에어로서는 시장 점유율 확대의 가장 중요한 무기 가운데 하나를 빼앗긴 셈이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다른 저비용항공사들은 경쟁적으로 노선과 기단을 확대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올해 안으로 무려 11개의 지방공항발 노선을 새로 만들 계획을 세우면서 2위인 진에어와 노선 수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 아직 출·도착지 정부의 허가가 나지 않아 밝히지 못한 노선이 제외된 숫자기 때문에 신규 노선 숫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기존 노선의 증편 역시 함께 진행된다.
3위 티웨이항공의 추격 역시 매섭다. 티웨이항공은 연말까지 무안~일본 기타큐슈, 대구~구마모토, 대구~베트남 하노이 등 3개 노선을 추가로 개설한다.
기단 확대도 멈추지 않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19일 보잉737-800 항공기를 새로 들여온 데 이어 올해 안으로 3대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을 세웠다.
진에어는 다른 저비용항공사와 달리 장거리 노선을 운항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기 위해서는 대형 항공기가 필요한데 국적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대형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진에어가 유일하다.
그러나 같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최근 저비용항공사의 약진에 대응하기 위해 장거리 노선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놓고 보면 국토교통부 제재가 해소된 뒤에도 장거리 노선을 무작정 늘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 같은 계열사와 노선이 중복돼 서로 수요를 잠식하는 상황을 막아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진에어가 노선 확장을 못하고 있는 점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노선을 확대하고 있지만 최근 고환율, 경기 둔화 등으로 여행 수요가 공급 확대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오히려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16일 “저비용항공사의 기재 도입에 따른 공급 확충을 지방발 관광 수요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의 신규 항공기 등록 및 신규 노선 취항 제한이 최근 업황에서는 오히려 진에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의 제재 해소 시점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국토교통부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경영 쇄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내실을 탄탄히하는 계기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