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아시아를 공략하기 위해 홍콩을 거점으로 사업을 확장할 채비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 한국투자증권이 탄탄한 실적을 내며 기반을 다진 만큼 공격적으로 글로벌 개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22일 “올해 6월 말 기준 발행어음 판매 잔액은 2조7천억 원 수준으로 3분기에는 더 늘었을 것”이라며 “증권사의 운용능력이 늘어난 것으로 글로벌사업 등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이사회는 18일 홍콩 법인에 4500억 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김 부회장은 홍콩을 거점으로 삼아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시장에 집중할 계획을 세워뒀다.
김 부회장은 최근 채용설명회에서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를 보유하고 있어 장래가 밝다”며 “한국투자증권은 주요 무대를 아시아에 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997년 홍콩 법인을 설립하면서 해외사업을 시작했지만 아직은 규모가 작은 편이다. 김 부회장은 홍콩을 아시아 시장의 중심으로 판단하고 홍콩 법인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이번에 약 45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홍콩 법인에 투자한 것은 경쟁사들의 이전 유상증자 규모와 비교해 봐도 적지 않은 편”이라며 “본격적으로 해외사업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발행어음 1호 사업자로 2017년 11월부터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했는데 호조를 보이고 있다. 운용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커지면서 자기자본수익률(ROE)도 상반기 기준 6.5%로 증권업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좋아졌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아 자기자본의 2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만큼 이를 기반으로 수익률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회장은 국내에서 자금 조달의 토대를 닦아둔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해외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 특유의 ‘공격 본능’이 한국투자증권의 글로벌사업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보탬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김 부회장은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오너 2세’이지만 대학 시절 원양어선에서 직접 일했을 정도로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런 경험에 기반해 한번 결정한 사항은 강인한 추진력으로 밀어붙이는 경영스타일을 지닌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4년 한국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당시 직접 가장 높은 인수가격을 써내 인수에 성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