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왼쪽)과 문은상 신라젠 대표. |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신라젠, 차바이오텍, 오스코텍 등이 금융당국이 발표한 바이오기업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 가이드라인에 따른 수혜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바이오기업들은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와 관련해 논란에 시달렸는데 금융당국의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로 셀트리온은 회계 투명성이 크게 개선되고 차바이오텍은 상장 폐지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0일 “이번 금융당국의 공식 가이드라인으로 제약·바이오 업체의 불확실성은 완전히 해소됐다고 판단한다”며 “특히 이번 발표의 가장 큰 수혜주는 바이오시밀러업체”라고 분석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19일 발표한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 관련 감독 지침’에 따르면 바이오기업은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와 관련해 신약 개발비용은 임상3상을 승인 받으면, 바이오시밀러 개발비용은 임상1상을 승인 받으면 각각의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셀트리온은 그동안 겪어왔던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 논란을 사실상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셀트리온은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개발은 실패할 가능성이 없고 그동안 실패한 적도 없다’는 이유로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해왔다.
제약바이오기업이 연구개발비를 ‘개발비’로 분류하면 무형자산으로 되고 지출금액이 감가상각 형태로 장기간에 나눠 회계에 반영된다. 반면 ‘경상개발비’나 ‘연구비’로 분류하면 판매관리비에 해당돼 비용으로 잡히면서 일시에 털어내게 된다.
셀트리온은 2016년에 연구개발에 2639억 원을 썼는데 이 가운데 75%인 1986억 원을 개발비로 분류해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지난해에도 연구개발비 2270억 원 가운데 74.4%에 해당하는 1688억 원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연구개발비 1307억 원 가운데 73.8%인 965억 원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이를 놓고 실적 부풀리기 논란도 그치질 않았다.
한상희 도이체방크 연구원은 올해 초 “셀트리온은 비용으로 처리된 연구개발비 비중이 전체 매출의 27%에 그치는 반면 글로벌 경쟁사들은 2016년 평균으로 볼 때 연구개발비 비중이 81%에 이른다”며 “글로벌 경쟁사들의 연구개발비 평균을 적용해 수정해 보면 셀트리온의 영업이익률은 62.4%에서 30%대 중반으로 떨어진다”고 지적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번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에서 임상 전에 소모되는 ‘전임상’ 연구개발비만 비용으로 처리하면 된다.
전임상 연구개발비는 전체 연구개발비의 2%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셀트리온은 이번 금융위 가이드라인 발표로 실적 부풀리기 논란에서 사실상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수혜가 예상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그동안 회계 처리를 보수적으로 했고 지난해 연구개발비 가운데 35.5%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화하면 실적이 오히려 개선될 가능성도 높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이 개선되면 지분 50%를 들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결기준 순이익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라젠도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의 수혜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신라젠은 그동안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을 개발하면서 지출했던 연구개발비를 모두 비용으로 처리해왔다. 지난해에만 348억 원, 올해 상반기에만 191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했다.
신라젠의 펙사벡은 현재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3상을 진행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대로라면 신라젠 실적은 오히려 개선될 수 있다.
신라젠은 올해 상반기에 301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화하면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100억 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차바이오텍과 오스코텍도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 변경에 따라 적자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지 않도록 보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코스닥에 기술특례 상장이 아니라 일반 상장했던 바이오기업들은 4년 연속 적자를 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5년 연속 적자를 내면 상장 실질심사를 통해 상장 폐지 여부를 심사받는다.
금융당국은 일반 상장한 바이오기업이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해 4년 연속 적자가 나더라도 3~5년 동안은 이런 기업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이 정책을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차바이오텍은 관리종목지정에서 벗어나게 됐다.
차바이오텍은 그동안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했는데 올해 3월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이 갑자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별도기준 흑자 전환 기업에서 4년 연속 적자 기업으로 바뀌었다.
회계법인이 올해 불거진 바이오기업 연구개발비 논란을 의식해 연구개발비 무형자산화에 보수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차바이오텍은 올해 3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고 주가가 급락했다.
오스코텍도 차바이오텍처럼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오스코텍은 재무제표를 수정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될 위험이 있었는데 금융당국이 상장 유지 특례를 적용해 일정 기간 관리종목 지정을 면해주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에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