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계가 지난해 보험업계보다 적은 연간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첫 은행인 한성은행(조흥은행 전신)이 1897년 문을 열고 조선화재(메리츠화재 전신)가 1922년 설립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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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 18곳의 지난해 총 순이익은 6조2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의 순이익을 모두 합친 것이다.
생명보험회사와 손해보험회사를 합친 보험회사 56곳은 지난해 순이익으로 6조6천억 원 이상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회사들은 지난해 3분기까지 5조1천억 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에 거둔 순이익이 이전에 가장 적었던 1분기(1조5천억 원) 순이익 이상만 나와도 연간 순이익이 은행업계보다 4천억 원 많아진다.
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지난해 순이익 1조4천억 원을 거뒀다. 은행업계 1위인 신한은행의 1조5천억 원을 거의 따라잡았다. 우리은행(1조2천억 원)이나 KB국민은행(1조 원)보다 순이익이 높다.
은행업계는 2014년 말 기준으로 총자산이 약 1700조 원에 이른다. 보험업계의 총자산인 830조 원보다 2배 이상 규모가 크다. 그러나 은행들은 지난해 순이익은 물론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에서 보험업계에 밀리고 있다.
국내 손해보험회사들은 지난해 금융회사가 총자산을 운용해 거둔 수익을 보여주는 총자산이익률(ROA)로 평균 1.49%를 기록했다. 생명보험회사들은 0.66%로 다소 이익률이 낮다. 그러나 은행은 0.32%에 불과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업계가 2007년 15조 원의 순이익을 냈을 때 보험업계는 4조 원도 안 되는 순이익을 냈다”며 “2010년대부터 은행업계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결국 금융업계 대표로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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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
은행업계는 최근 몇 년 동안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의 90%를 의존하던 이자수익이 줄어들어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은행들이 거둔 이자수익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은 2005년 2.81%에서 지난해 1.79%로 떨어졌다.
은행업계가 대기업 대출에 치중하다 STX그룹, 쌍용건설, 동양그룹, 동부그룹 등 연속으로 부실이 터지면서 손실이 커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은행(구 우리금융지주)를 포함한 국내 4대 금융지주사는 2012년 7조3천억 원에서 지난해 5조6천억 원으로 순이익이 줄었다. 대기업에 빌려줬던 돈을 돌려받기 힘든 상황이 발생하면서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둔 대손충당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경우 은행업계는 수익이 더욱 깎일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사업분야에 나서고 해외로 진출하는 등 성장전략을 바꿔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