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놓고 답답한 심경의 일단을 내보였다.
김 회장은 3일 열린 범금융권 대토론회에서 기자들에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은 금융위원회의 승인사항이라 승인을 받은 뒤 일을 진행해야 한다”며 “4월1일까지 통합이 안 되면 통합기일을 또 연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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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
김 회장은 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시점에 대해 “올해 안에 해야 하지만 언제 통합할지 모르는 일”이라며 "일단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김 회장의 발언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놓고 앞뒤가 꽉 막혀있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애초 오는 2월1일을 합병기일로 잡았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통합협상 진행이 늦어지면서 3월1일로 미뤘다가 다시 4월1일로 날짜를 바꿨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지난달 말부터 금융위원회 앞에서 통합 예비인가를 승인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통합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금융위는 지난달 정례회의에 하나-외환은행 통합 예비인가 승인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금융위는 오는 11일 2월 정례회의를 연다. 이날 정례회의에서 예비인가 승인안건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은 예비인가를 승인받더라도 다시 금융위로부터 본인가를 승인받아야 한다. 하나금융은 예비인가를 승인받으면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절차를 밟은 뒤 본인가 승인을 신청하려고 한다.
하지만 노조가 강력히 저항하는 상황에서 금융위가 본인가를 승인해 주기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김정태 회장이 이날 외환은행 노조와 여전히 대화할 뜻이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노조의 시위는 통상적 의견 제시”라며 “하나금융도 14개의 제안을 한 만큼 접촉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김 회장이 두 은행의 합병은 경영권 행사라고 강조했던 데에서 크게 물러난 것이다.
김 회장은 지난 2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중국통합법인인 ‘하나은행 유한공사’ 출범식에서 “두 은행을 합병하는 것은 경영권을 행사하는 행위로 노조의 동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