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엔진에서 이름이 바뀐 HSD엔진 초대 대표이사에 오른 고영열 사장이 내실을 다지는 데 우선 집중한다.
HSD엔진은 두산그룹에서 사모투자펀드인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으로 주인이 변경되면서 회사이름을 바꾼 선박엔진회사인데 세계 선박엔진시장 점유율 2위에 올라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고 사장이 고객회사 범위를 늘리기보다 대우조선해양 등 기존 고객사를 관리하는 데 영업력을 쏟는 한편 재무전문가인 김관식 부사장과 함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새 주인을 맞은 HSD엔진의 경영을 맡은 고 사장의 과제는 막중하다. 조선업황 악화로 HSD엔진의 일감은 줄어들고 실적도 해마다 더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HSD엔진은 2010년까지만 해도 신규 수주가 8887억 원에 이르렀지만 2017년에는 3113억 원으로 줄었다. 조선사들이 2016년 극심한 수주절벽에 몰리면서 선박엔진을 발주하지 못해 HSD엔진이 그 타격을 고스란히 받은 것이다.
매출 규모도 2011년 2조 원에서 지난해 7688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증권업계의 실적 전망을 종합하면 HSD엔진은 올해도 순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렇게 되면 6년째 순손익에서 적자를 보는 것이다.
HSD엔진의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한 만큼 고 사장이 위험성을 감수하며 외부로 눈길을 돌리기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기존 고객을 관리해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HSD엔진은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전체 수주잔고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공급하는 선박엔진 비중이 37%에 이른다.
HSD엔진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고객회사로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면 이들의 신규 수주 확대와 함께 수익성 좋은 선박엔진 공급을 확대할 기회를 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앞으로 세계적 조선업황 회복에 힘입어 올해 신규 수주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 신규 수주 실적보다 각각 145.8%, 18.8% 높여잡았다.
실제로 HSD엔진은 이미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기존 핵심 고객회사들의 신규 수주 확대에 힘입어 수주실적 개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HSD엔진이 조선업황의 회복세에 힘입어 신규 수주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수익성 좋은 컨테이너선과 LNG운반선용 선박엔진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파악했다.
삼성증권은 HSD엔진이 올해 1분기 신규 수주 996억 원을 확보했으며 올해 2분기에는 신규 수주가 약 2천억 원에 이르렀을 것으로 파악한다.
이 가운데 컨테이너선, LNG운반선용 선박엔진 일감은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수주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컨테이너선과 LNG운반선을 수주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에서 33년 넘게 일한 조선업 전문가여서 HSD엔진의 내실 다지기의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조선업 전문가가 HSD엔진의 대표이사를 맡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고 사장은 1982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뒤 기획과 구매, IR, 선박영업 등에서 두루 일했다. 노르웨이와 영국 지점장 등을 지내면서 해외에서 경험도 쌓았고 부사장까지 지내며 2016년까지 대우조선해양에 몸을 담았다.
고 사장은 이런 경영전략을 뒷받침할 인물로 재무 전문가를 부사장으로 선택했다.
김 부사장은 HSD엔진에 오기 직전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KF 대표이사를 지냈다. 금호타이어 미국 법인 최고재무책임자 부장, 금호타이어 중국 법인 최고재무책임자 상무 등을 역임했다.
김 부사장은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과의'거래 정상화'를 이뤄 제값을 받는 일도 그에게 맡겨진 과제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HSD엔진이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까지는 인력 효율화 등 구조조정 및 원가구조 개선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특히 두산그룹과 거래중인 물품의 거래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