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이 LG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함께 그릴 조력자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선택했다.
13일 LG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LG그룹 지주회사 LG가 16일 이사회에서 권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이후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권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하현회 LG 대표이사 부회장은 LG유플러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다. 두 부회장이 서로 보직을 맞바꾸는 셈이다.
하 부회장이 고 구본무 회장의 '복심'이자
구광모 회장체제 안착을 부탁받은 '고명대신'으로 여겨져 온 만큼 이번 인사를 두고 LG그룹 안팎에서는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구 회장이 취임한 지 3주 만에 그룹의 핵심 경영진을 교체하기로 했다는 점도 놀랍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그동안 LG그룹은 기업 임원진들을 쉽게 교체하지 않는 안정적 인사방식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LG는 6월 말 열린 이사회에서 구 회장과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이사 사장을 각각 대표이사와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하 부회장은 그대로 대표이사를 맡도록 뒀다.
하지만 구 회장은 함께 새로운 LG그룹을 만들어 나갈 핵심 조력자로 권 부회장을 선택했다.
권 부회장이 그동안 LG유플러스,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에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던 만큼 향후 LG그룹의 체질 개선과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경영 효율화를 통한 체질 개선과 지피지기에 바탕한 공격 경영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LG그룹 안팎은 입을 모은다.
권 부회장은 LG유플러스 수장을 맡은 지 1년도 안된 지난해 말 연간 영업이익을 7천억 원대로 끌어올렸다. 2016년보다 18.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쟁회사인 SK텔레콤은 영업이익 증가가 0.1%로 미미했고, KT는 4.5% 줄었다.
권 부회장은 비용 절감 등 사업구조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LG유플러스의 성장을 이끌었다.
그렇다고 수세적이지만은 않았다. 권 부회장은 스마트폰 이용 추세가 데이터 사용으로 급속히 바뀌는 상황과 이용자 수가 적어 데이터 제공 여력이 다른 통신사에 비해 많다는 점을 파악해 공격적 데이터요금제를 내놓아 이용자 수를 늘렸다.
경쟁사와 협력하는 파격적 전략도 선보였다.
LG유플러스는 2017년 3월 KT 자회사 지니뮤직의 지분 15%를 인수해 2대 주주에 올라섰다. 권 부회장은 “음원은 중요한 콘텐츠인데 기존에 CJ음원(엠넷)을 썼지만 지분이 없어 불안했다”며 “이번 투자로 안정적 콘텐츠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IPTV에서는 다른 이통사들보다 더 발빠르게 움직여 경쟁력을 확보했다. 5G시대에는 콘텐츠 확보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고 최근까지 글로벌 최대 해외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OTT) 넷플릭스와 협업도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은 LG그룹이 처한 글로벌 경영 위기를 타개하는 데는 권 부회장처럼 실리를 중시하면서도 공격적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현재 LG그룹이 직면한 과제는 사업 구조조정, 체질 개선을 통한 내실 다지기,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육성 등으로 요약된다.
LG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생활가전과 TV사업 외에 뚜렷한 수익처가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스마트폰사업은 13분기 연속 적자를 보고 있고, 자동차 전장사업 역시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1분기부터 손실을 보고 있다는 점도 LG그룹의 고민거리다. 중국의 대규모 물량 공세에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손실을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자동차 전장사업, 태양광발전 등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자세한 사항은 이사회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